반응형
훈련 기간에서 있었던 일이다. 우리 부대원(미군과 카투사 모두)들은 부대에서 약 1시간 떨어진 산에 캠프를 차리고 2박3일 훈련에 들어갔다. 산 속에서 2박3일 동안 텐트 치고, 화장실도 부실한 곳에서 지내야 했다. 세수는 물론 샤워도 잘 못하고 손만 간신히 씻을 수 있었다. 초겨울이었기에(10월달) 손에 물만 묻혀도 손톱 근처가 다 갈라졌던 기억.
그래도 산꼭대기여서 그런지 내려다 보이는 경치는 일품이었고, 밤 하늘에 별이 그렇게 많은 걸 그 때 난 처음 알았다. 밤에 야간 근무를 1시간 정도 섰는데, 별똥별만 한 다섯번 정도 본 것 같다. 야간 근무가 끝나고 잠자리에 누울 때에는 1시간 동안 하늘만 쳐다 봐서 그런지 목이 뻐근해질 정도였다. 우주는 광활하고, 지구는 여러 은하계 중 하나의 은하계 속에 있는데, 각 은하계에 지구같은 행성이 있다면, 인간같은 다른 생물도 존재할 수도 있다는...전혀 나같지 않은 생각도 하게 되었다ㅡㅡ;
낮에는 총을 쏘고, 험비를 타고 산 길을 돌아다니며 수색작업을 하는 훈련을 했다. 자세한 훈련 내용은 기밀이기에 밝히지 않았지만, 첫 날은 힘들었지만, 두번째 날은 무슨 서바이벌 게임하는 느낌으로 재미있었다. 역시 처음 할 때야 힘들지 계속하면 힘든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걸 느꼈다. 시작이 반이다 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지 싶다.
그렇게 정해진 훈련이 다 끝나고 마지막 날 저녁, 해가 뉘웃뉘웃 지려고 할 때였다. 어디서 테니스공을 찾았는지 아니면 누가 가져왔는지 서로 테니스 공을 주고받는 놀이를 했다. 그렇게 놀다가 이번에는 어디서 각목을 구했는지 각목을 배트로 해서 미군 대 카투사 야구 시합이 벌어졌다.
주변의 큰 돌을 이용해 베이스를 다 만들고 양 팀 숫자도 얼추 맞아 산꼭대기에서 미군대 카투사 야구 시합이 벌어진 것이다. 진 팀은 부대 복귀할 때 텐트 걷기. 텐트가 엄첨 크고 힘이 드는 작업이라 카투사들은 무슨 미국 대 한국 야구 국가대표 경기처럼 눈에 불을 켜고 치열하게 했다. 그런 노력에 힘입어 우리가 약간 앞서나갔다.
그러다 내가 타석에 들어선 순간이었다. 투수 오른편으로 지는 해와 구름이 어울어져 노을이 지는 모습을 보니 어디선가 많이 본 그런 장면이라는 걸 느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영화 밴드 오브 브라더스(Band of Brothers) 마지막 장면이었던 것. 영화에서 전쟁이 다 끝나고 미군끼리 유럽 어딘가에서 야구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힘겨웠던 전쟁으로 긴장했던 몸을 야구로서 푸는 것이었다. 모두가 환한 미소로...
물론, 그런 상황과는 차원이 다르겠지만, 우리도 힘들었던 훈련을 끝나고 야구를 하면서 분위기가 그 영화 마지막 장면처럼 포근했다. 모두가 웃고 즐기고 계급의 상하없이 모두가 한마음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최소한 나만큼은 그랬다.
이런 영화같은 장면은 어느 미군이 홈런을 치면서 끝났다. 우리편이 던진 공을 한 미군이 장외 홈런을 쳐서 저 멀리 산 밑으로 쳐 버린 것. 10분 정도 공을 찾아 전 부대원이 탄피찾듯 마구마구 뒤졌지만 결국 나오지 않아 포기하고, 결국 야구 시합도 중단되었다. 어느새 해가 저 멀리 산 밑으로 들어가고 반대쪽 하늘 저멀리서 반달이 솟아 시간상 아주 기가막힌 타이밍이었다.
결국 야구 시합 결과는 무승부로 하고, 미군과 우리 카투사들은 다음날 사이좋게 텐트를 함께 해체했다. 처음 훈련간다면 짜증나고 귀찮아 가기 싫은 마음도 들지만, 이번 훈련은 정말 오래 기억이 남는 그런 훈련이었다.
어떤 느낌인지 잘 모르는 예비 카투사 여러분들은 밴드 오브 브라더스 영화를 강추한다. 입대전 봐두면 군대 영어도 익힐 수 있고, 미군 부대 속 그들의 군대 문화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어 입대전 할 일 없다면(?) 아주 강력 추천한다.
eppinggreen@londonpointer.com
그래도 산꼭대기여서 그런지 내려다 보이는 경치는 일품이었고, 밤 하늘에 별이 그렇게 많은 걸 그 때 난 처음 알았다. 밤에 야간 근무를 1시간 정도 섰는데, 별똥별만 한 다섯번 정도 본 것 같다. 야간 근무가 끝나고 잠자리에 누울 때에는 1시간 동안 하늘만 쳐다 봐서 그런지 목이 뻐근해질 정도였다. 우주는 광활하고, 지구는 여러 은하계 중 하나의 은하계 속에 있는데, 각 은하계에 지구같은 행성이 있다면, 인간같은 다른 생물도 존재할 수도 있다는...전혀 나같지 않은 생각도 하게 되었다ㅡㅡ;
낮에는 총을 쏘고, 험비를 타고 산 길을 돌아다니며 수색작업을 하는 훈련을 했다. 자세한 훈련 내용은 기밀이기에 밝히지 않았지만, 첫 날은 힘들었지만, 두번째 날은 무슨 서바이벌 게임하는 느낌으로 재미있었다. 역시 처음 할 때야 힘들지 계속하면 힘든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걸 느꼈다. 시작이 반이다 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지 싶다.
그렇게 정해진 훈련이 다 끝나고 마지막 날 저녁, 해가 뉘웃뉘웃 지려고 할 때였다. 어디서 테니스공을 찾았는지 아니면 누가 가져왔는지 서로 테니스 공을 주고받는 놀이를 했다. 그렇게 놀다가 이번에는 어디서 각목을 구했는지 각목을 배트로 해서 미군 대 카투사 야구 시합이 벌어졌다.
주변의 큰 돌을 이용해 베이스를 다 만들고 양 팀 숫자도 얼추 맞아 산꼭대기에서 미군대 카투사 야구 시합이 벌어진 것이다. 진 팀은 부대 복귀할 때 텐트 걷기. 텐트가 엄첨 크고 힘이 드는 작업이라 카투사들은 무슨 미국 대 한국 야구 국가대표 경기처럼 눈에 불을 켜고 치열하게 했다. 그런 노력에 힘입어 우리가 약간 앞서나갔다.
그러다 내가 타석에 들어선 순간이었다. 투수 오른편으로 지는 해와 구름이 어울어져 노을이 지는 모습을 보니 어디선가 많이 본 그런 장면이라는 걸 느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영화 밴드 오브 브라더스(Band of Brothers) 마지막 장면이었던 것. 영화에서 전쟁이 다 끝나고 미군끼리 유럽 어딘가에서 야구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힘겨웠던 전쟁으로 긴장했던 몸을 야구로서 푸는 것이었다. 모두가 환한 미소로...
물론, 그런 상황과는 차원이 다르겠지만, 우리도 힘들었던 훈련을 끝나고 야구를 하면서 분위기가 그 영화 마지막 장면처럼 포근했다. 모두가 웃고 즐기고 계급의 상하없이 모두가 한마음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최소한 나만큼은 그랬다.
이런 영화같은 장면은 어느 미군이 홈런을 치면서 끝났다. 우리편이 던진 공을 한 미군이 장외 홈런을 쳐서 저 멀리 산 밑으로 쳐 버린 것. 10분 정도 공을 찾아 전 부대원이 탄피찾듯 마구마구 뒤졌지만 결국 나오지 않아 포기하고, 결국 야구 시합도 중단되었다. 어느새 해가 저 멀리 산 밑으로 들어가고 반대쪽 하늘 저멀리서 반달이 솟아 시간상 아주 기가막힌 타이밍이었다.
결국 야구 시합 결과는 무승부로 하고, 미군과 우리 카투사들은 다음날 사이좋게 텐트를 함께 해체했다. 처음 훈련간다면 짜증나고 귀찮아 가기 싫은 마음도 들지만, 이번 훈련은 정말 오래 기억이 남는 그런 훈련이었다.
어떤 느낌인지 잘 모르는 예비 카투사 여러분들은 밴드 오브 브라더스 영화를 강추한다. 입대전 봐두면 군대 영어도 익힐 수 있고, 미군 부대 속 그들의 군대 문화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어 입대전 할 일 없다면(?) 아주 강력 추천한다.
eppinggreen@londonpoint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