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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견

직장인들은 왜 점심을 같이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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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점심 때 볼 일이 있어 여의도에 갔다. 친구와 점심 약속이 있어서 점심도 먹으면서 오랜만에 못다한 얘기를 나눌 심산이었다. 조금 일찍 와서 기다리는데 놀라운 광경이 내 눈 앞에 펼쳐졌다. 화이트 칼라의 와이셔츠와 검은 정장 바지를 입은 남자 직장인들 그리고 그들 무리에 낀 여성 직장인의 화려한 것 같지만 그렇게 튀지 않은 정장 옷차림의 사람들로 길거리가 가득찬 것이었다.

 

나는 식당 창가에 앉았기에 고층 빌딩에서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이 장면을 생생히 목격했다. 아무리 점심 시간이 직장마다 다 비슷하더라도 이렇게 끼리끼리 모여 한꺼번에 점심을 먹으로 나오는 것은 예전 학교 급식할 때 반마다 뛰쳐나가서 먹는 것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역시 학교에서도 친한 친구들과 밥을 먹는 것처럼 직장인들도 같은 건물에서 나왔다고 하더라도 (따라서, 같은 직장에 일한다고 해도) 밥은 친한 동료들끼리 먹는 듯 해 보였다.

 

물론, 밥을 먹는 것은 누구에게나 자유다. 혼자 먹던, 다른 직장에 친구가 있다면 그 사람과 먹던 어느 누구와 밥을 먹을 자유는 있는 것이다. 사실, 누구든 같이 먹자고 강요는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으레 점심은 꼭 같이 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우리 나라 직장인들에게 있다는 사실이다. , 웬만한 일이 없다면 혹은 심지어 다른 약속이 있더라도 제쳐두고 꼭 직장 동료와 밥을 같이 먹어야 한다는 그런 선입견이 있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점심을 같이 먹어야 할까?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한 사람은 습관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오래 동안 일하면 서로 얼굴 볼 일도 많고, 학교에서 친한 사람들끼리 먹는 것처럼 직장에서도 친한 사람들끼리 자연스럽게 오래 먹다 보니 습관으로 굳어진 것이다.

 

, 가끔은 상사가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하면 따라 나서는 경우도 있다. 평소에 상사와 같이 점심을 먹지 않았던 직원이라도 상사가 다같이 밥을 먹자고 하면 피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런 사소한 일로 상사의 눈 밖에 나려는 직원은 아무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럴 경우는 다른 일 다 제쳐두면서까지 상사와 함께 밥을 먹으로 가야 한다. 만약 매일 상사와 점심을 같이 먹는 사람이 있다면, 어쩌면 영원히 상사와 같이 밥을 먹어야 될지도 모르는 그런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직장인들이 점심을 같이 먹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소속감이자 동질감일 것이다. 점심을 같이 먹는 것은 위에서 충분히 유추할 수 있듯이, 자기 소속감을 드러낼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 여의도 같은 경우는 많은 회사가 있다. 그리고, 이들의 점심 시간은 다 비슷비슷하다. 길거리에 같은 조직의 사람이 뭉쳐 점심을 먹게 되면, 소속감이 높아지고 자부심이 생기며, 쉽게 말하면 어깨에 힘이 들어갈 수 있다. 이것은 마치 학교에서 같은 반끼리 우리반이 좋네 마네 라는 어린 아이들의 경쟁이 보이지 않게 직장인들에게도 적용되는 것과 같다.

 

만약 소수정예로 구성된 직장이라면, 이런 현상은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FBI, CIA 등과 같은 비밀조직 혹은 그 외 일반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특수 조직에서는 사실 점심을 같이 먹는 것만으로 그들의 소속감을 다지기에 아주 부족하다. 말 그대로 점심만 먹기에는 그들의 소속감은 너무나 중요하고, 또 거기에 따르는 자부심도 일반 직장인들에 비해 아주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종종 같은 옷을 입기도 한다거나 같은 액세서리를 하고, 심지어 몸에 문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점심보다 훨씬 강한 신호로 자신들의 소속, 동질감을 표출하는 것이다.

 

물론, 일반 직장인들이 몸에 문신을 하거나 같은 옷을 입고 모두 같은 액세서리를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아무리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다고 해도 특히 몸에 문신을 한다는 것은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부질없는 투자가 될 수도 있다. , 학교에서 교복이 자유, 개성 그리고 더 나아가 획일화를 조장한다는 논란이 있는 것처럼, 모두 같은 옷, 액세서리 착용은 요즘 기업 문화에서 개성, 자유 그리고 더 나아가 다양성을 존중하는 분위기에 잘 맞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요즘 직장인들은 문신, , 액세서리 등 대신 비교적 경제적으로 저렴한 사소한 점심을 먹는 것에서부터 그들의 소속감을 드러내기에 주저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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