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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견

증권회사 보고서를 믿을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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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식 시장이 아주 흥미롭다. 롤러코스터가 따로 없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 주식 시장 속에 어떤 이들은 쾌재를 부르고 어떤 이들은 미리 손절매를 해서 속상하고, 어떤 이들은 아직도 손실이 나고 있어 우울하다. 그리고, 증권회사들은 이런 개인투자자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들 입맛에 맞는 보고서나 내놓고 있다. 그 보고서를 보고 투자에 참고하라는 것인데, 이것을 믿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도 도대체 모르겠다.

 

사실, 나는 증권회사 보고서를 볼 때마다 여러 가지 오점, 모순들 때문에 웃길 때가 많다. 애널리스트 잘못인지 그걸 보고 기사화 하는 기자들이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엉터리인 보고서들이 많다. 대표적인 예로는 삼성전자 목표가가 100만원이라고 하는데, 언제 100만원이 될 것인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100만원 될 때까지 기다리는 몫은 전부 개인투자자들의 몫인 것이다. 결국, 이런 보고서들을 맹목적으로 믿기 쉬운 순수한 개인투자자들은 그만큼 손실도 볼 가능성이 크다.

 

◆증권회사 보고서가 엉터리일 수 밖에 없는 이유

 

우선, 증권회사 직원 혹은 연구원들이 매일 TV나 신문에서 말하는 것을 가만히 들어보자. 이들은 주가가 오르고 내릴 때 그들의 입장을 달리한다. , 오늘 많이 올랐다면, 미래 주식 시장 전망은 밝다고 그러고, 많이 떨어졌다면, 미래가 부정적이라고 하면서 팔라고 한다. 게다가, 이들은 그에 맞는 이유들을 만들어 낸다. 한마디로, 이유를 짜맞추는 식인 것이다.

 

예를 들어, 하이닉스가 지난 12 9.61% 급락을 했다. 그리고, 증권사들은 다같이 D램 가격 하락으로 하이닉스의 하반기 실적이 하락하거나 심지어 적자를 볼 수도 있다는 이유를 덧붙였다. 당연히, 한 회사의 이익이 준다는 기사가 많이 나니 투자자들도 팔 수 밖에 없다. 이익이 떨어지는 주식을 가지고 있고 싶은 투자자들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날 급락을 했다.

 

하지만, 웃긴 것은 그 다음 주식거래일 날 하이닉스는 3.8% 올랐다. 갑자기 실적 전망이 좋아지거나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그저 주식 시장의 큰 손인 기관과 외국인이 주식을 샀기 때문에 상승한 것이다. 결국, 증권회사에서 말한대로 실적이 떨어질 것이라고 걱정되서 주식을 미리 팔았던 투자자들은 괜히 손실을 본 셈이다.

 

만약 외국인과 기관이 증권회사들의 보고서를 믿었다면 어제 같이 쌍끌이로 매수할 이유는 없었다. 아무리 미국 주식 시장이 많이 올라도 적자 볼 가능성이 있는 회사의 주식을 사는 것은 어느 투자자라도 회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인기관은 기어이 매수를 했고 그 주가는 상승했다. 한마디로 말하면, 외국인과 기관은 그 보고서를 무시했던 것이다. 이렇게 큰 손들이 무시하고 있는 증권회사 보고서를 개인투자자들이 믿을 이유가 과연 있을까.

 

며칠 전에는 증권회사 보고서가 엉터리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증명하는 일도 벌어졌다. 외국계 증권회사인 노무라와 모건스탠리가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한국 정부의 항의로 그 보고서가 수정된 일이다. 이렇게 외국계까지 보고서가 외부 세력에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즉, 독립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외국계도 외부 압력에 굴복하는데 하물며 우리 나라 증권회사가 만든 보고서가 어떻게 독립성이 있고, 객관성이 있을 수 있을까.

 

게다가, 그들은 보고서에다가 기업의 목표주가를 명시한다. 목표주가는 말 그대로 어떤 가격까지 올라갈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삼성전자가 100만원의 목표주가를 가졌다고 한다면, 100만원까지 언제 도달할 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고 있다. 간혹 일부 증권회사에서 목표 보유기간까지 제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마저도 도중에 바꾸기 일수다. 목표주가를 수시로 바꾸듯이 목표 보유기간까지 수시로 바꾸는 것이다.

 

목표주가를 바꾸는 과정을 살펴보면 더 가관이다. 어떤 증권회사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00만원으로 책정했다고 하자. 그런데, 어느 날 외국인이 삼성전자 주식을 마구 사들여서 어느새 95만원까지 올랐다. 증권회사는 목표주가를 황급히 올리기 시작한다. 목표주가보다 주가가 높다면 그것은 주식을 매도하라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미국에서 잘 팔리고 있다든지 반도체 업황이 기대보다 좋았다든지 하면서 이유를 갖다 붙인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식은 100만원을 넘긴지 하루 만에 다시 100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결국, 증권회사는 가만 있으면 될 것을 괜히 목표주가만 터무니 없게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건 불과 지난 1월 달에 실제로 있던 일이다.

 

마지막으로, 증권회사 보고서가 엉터리인 것은 이들도 각 회사에 대해 완벽히 알 수 없다는 보다 기본적인 이유가 있다. 증권회사도 한 기업의 속사정을 제대로 알 수는 없고, 한 기업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인들을 분석할 능력도 없다. 게다가, 미국, 유럽 경제 상황을 이들이 예측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아무리 기업의 미래가 좋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미국과 유럽 경제가 나쁘다고 하면 주가가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이것들을 다 분석하고, 분석한 요인을 그들 나름대로 판단하여 가격으로 나타내고, 목표주가를 제시하면서 목표기간까지 제시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한 기업의 수익성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너무나 많다. 이자 비용 증가, 영업외 손실 등 숫자로 나타낼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기업의 조직력, 생산 시스템, 노동력 수준, 제품 개발 능력, 마케팅 능력, 리더쉽, 혁신을 받아들이는 자세 등 숫자로 보이지 않는 많은 요인이 있는데 이것들을 분석 판단하여 수익성과 연결시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증권회사가 어느 한 요인을 수익성 개선의 이유라고 설명을 해도 그것이 정말 수익 증가 원인인지도 밝히기 힘든 경우가 많다. 가령, 운동을 열심히 해서 살을 뺐다고 하는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 말만 듣고 그가 정말 운동을 많이 해서 살을 뺐는지, 밥을 적게 먹어서 뺐는지, 밤에 야근을 자주해서 살이 저절로 빠졌는지는 아니면 이런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지금 주식 시장에는 너무나 많은 정보들이 넘친다. 그나마 증권회사 보고서가 가장 믿을 만 해 보이지만, 이들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아직도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면, 간단히 보고서에 나타낸 증권회사의 의견을 살펴보자. 대부분의 주식을 매수하라고 한다. 요즘 시장이 안 좋아져서 중립도 간혹 있지만, 시장이 좋다면 대부분의 주식을 매수하라고 의견을 낸다. 한마디로, 주식 시장에 거래되고 있는 모든 주식을 사도 된다는 말인데, 이 말 자체가 모순이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주식은 영원히 오를 수 없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알만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럼 왜 보고서는 매수라는 의견이 많을까. 이미 알고 있는 분들도 많지만, 당연히 증권회사 수수료 때문이다. 물론, 주가 하락 때문에 매도의견을 내지 말라고 해당 기업에서 압력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증권회사 입장에서 보면 역시 수수료 때문이다. 수수료는 주식을 매수하고 매도할 때 모두 증권회사에게 떼간다. 당연히, 증권회사는 매수하도록 하는 것이 유리하다.

 

특히, 새로운 고객을 유치한다면 그야말로 그 임무를 충실히 완수한 셈이다. 새로운 투자자든 기존의 투자자든 매수를 해야 결국 매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수수료 수입을 두 배로 늘릴 수 있다. 반대로, ‘매도라고 보고서를 내서 투자자가 매도를 하게 되면, 매도된 투자 자금이 다시 주식 시장으로 돌아온다는 법은 없기 때문에 증권회사는 매도의견을 내는 것을 주저할 수 밖에 없다.

 

사실, 주식 시장에 돈이 몰려야 증권회사가 돈을 번다는 간단한 원리를 알면 증권회사에서 내놓는 보고서를 믿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충분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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