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버스기사는 라디오나 노래를 크게 들으면서 운전을 하는 것일까. 왜 노래를 듣고 싶지 않고 조용히 가고 싶은 사람에게 노래 듣기를 강요하는 것일까. 심지어 싫어하는 장르의 노래를 들으면서 버스를 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버스를 탔던 사람들은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 봤던 의문일 것이다.
◆버스는 손님이 아니라 운전기사가 왕?
서비스업에서는 서비스정신이 필수다. 버스 사업도 서비스업에 속한다. 물건을 만들거나 어디서 광물을 캐는 것이 아니라 운송 서비스라는 서비스를 손님들에게 제공하면서 회사가 수익을 얻기 때문이다. 하지만, 버스 운전 기사 아저씨들은 종종 이 서비스 정신을 망각한다.
우선, 노래를 듣는 것은 개개인의 자유다. 그리고, 이 자유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경우 제한될 수 있다. 반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도 안에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버스 운전 기사는 자유롭게 그가 듣고 싶은 라디오 노래를 들으면서 가고 있다. 그가 생각하기에 이 버스는 자기 것이고, 이 버스 안에서 자신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것은 아무도 없다고 느끼는 것이다. 즉, 버스기사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자유를 누리기 위해 서비스 정신을 망각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물론, 버스기사들도 이것에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노래를 듣고 싶어서 듣는 것이 아니라 오랜 운전을 함으로써 느끼는 피곤함을 없애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라고 말이다. 특히, 좌석버스 같은 경우는 먼 거리를 고속도로를 통해 100킬로 가까운 속도로 달리기 때문에 졸음 운전은 더욱 위험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곤을 예방하고 졸음 운전을 없애는 음악 듣기는 어쩔 수 없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아무도 버스기사에게 항의를 안한다?
버스기사들도 노래를 듣기 싫어하는 손님이 항의를 한다면 울며 겨자 먹기로 그 항의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괜히 손님과 싸우면 버스기사도 회사측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수 있고, 항의를 무시하고 손님과 계속 싸우게 되면 그 자체로 운전하면서 짜증을 유발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 당연히, 운전하는데 집중을 할 수도 없고, 교통 사고의 위험까지 있다.
하지만, 경험상 버스기사들은 손님들이 항의를 하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 만약 지금껏 노래를 틀 때마다 손님들이 항의를 했다면, 그 항의를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노래를 끄고 운전하는 습관을 가질 수 있지만, 그들을 그렇게 하지 않는다. 즉, 손님들의 항의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버스기사들도 자기가 듣고 싶어하는 노래를 맘껏 들으면서 운전하는 것이다.
게다가, 손님들이 운전기사에게 직접적으로 항의를 하지 않는 경제학적 이유도 있다. 흔히 집단적 비이성적 행동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손님 개개인 모두가 항의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만, 굳이 자기가 직접 나서서 운전기사에게 말하려고 하지 않는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즉, 항의를 하는 것은 지극히 이성적이지만, 괜히 다른 손님들을 위해 나서는 수고를 하는 대신 누군가가 항의해 주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결국, 아무도 항의를 하지 않고 버스에 탄 손님 모두는 이런 집단적 사고 속에 시끄러운 버스를 타고 목적지까지 가게 된다.
◆버스는 원래 시끄럽기 때문에 괜찮다?
운전기사 그리고 심지어 손님들까지 버스에 타면 항상 시끄럽기 때문에 이제 시끄러운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굳이, 운전기사가 노래를 듣지 않아도 버스 안은 사람들의 대화소리로 가득찼고, 버스가 중형 세단 승용차처럼 조용하게 달리는 것이 아니며, 열린 창문 사이로 옆의 자동차 다니는 소리까지 들릴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시끄럽다.
게다가, 버스 안내 방송까지도 이 지역 안내를 받지 않아도 되는 사람한테는 소음공해에 불과하다. 안내 방송이 지역 지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편의지만, 항상 같은 버스 노선을 지나다니고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소음공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버스가 시끄럽다고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환경 속에 운전기사는 자신이 노래를 듣는 것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마치 물에 검은 물감을 타면 티가 금방 나지만, 콜라에 검은 물감을 타면 아무렇지도 않듯이, 시끄러운 곳에서 노래를 들어 더 시끄럽게 하는 것 자체가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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