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국

제라드가 경기 중 퇴장을 잘 안당하는 이유 4가지

반응형
요새 리버풀 팬들과 맨유 팬들간의 신경전이 대단합니다. 영국에 있을 때는 경기장 가서 이걸 직접 느끼고 왔는데, 지금 한국에서는 보이지 않는 인터넷 공간에서 서로를 향해 비방전 아닌 비방전이 계속 되고 있더군요. 참으로 놀라운 EPL인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EPL이 인기가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TV에서도 박진감 넘칠 정도면, 경기장에서 직접 보는 것은 그야말로 영화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죠. 어제 맨유와 아스톤 빌라와의 경기에서 나온 마지막 골은 내가 정말 경기장에 있는 것처럼 기뻐할 정도였으니까요.

자꾸 글이 딴 데로 흘러가는데...흠흠 다시 가다듬고...

인터넷에서의 맨유와 리버풀간의 비방전이 가장 심했던 경우가 맨유가 2연패를 당했을 때입니다. 리버풀 팬들은 맨유의 패배에 즐거워하고, 역으로 맨유 팬들은 퇴장이 억울하다는 의견이었죠. 특히, 풀럼전 루니의 2번째 옐로카드는 BBC에서도 논란이 일었습니다. 심판의 명령으로 프리킥을 다시 찰 때 그럼 공을 두 손으로 공손히 바치냐는 식이었죠.

또 다른 인터넷상의 맨유팬 항의는 왜 심판에게 항의하는 리버풀의 주장 스티븐 제라드에게는 경고를 주지 않는냐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이 의견을 듣고 곰곰히 생각해봤고, 관련 영상을 구해서 다시 한번 보기도 했습니다.
 
지난 2월달에 있었던 첼시와의 홈경기를 보니 제라드는 자신의 거친 태클이 반칙으로 선언되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아무 경고를 받지 않더군요. 비슷한 태클로 3분뒤 람파드는 퇴장당했습니다. 제라드는 운이 좋았던거죠. 제라드가 왜 카드를 잘 안 받는지 루니와의 비교로 나름대로 분석해 봤습니다.

1. 제라드는 운이 좋다.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첼시와의 홈경기에서 제라드는 거친 태클만이라도 옐로 카드를 받을만 한데, 받지도 않았고, 거기에 심판에 거친 손동작으로 항의까지 했지만, 심판에게 구두 경고만 살짝 받았습니다. 정말 운이 좋다고 밖에 할 수 없는거죠.

2. 제라드는 주장.
심판에게 의견이나 항의는 공식적으로 주장만이 할 수 있습니다. 선수 개개인이 모두 심판에게 항의하는 날에는 축구 경기는 그야말로 난장판에 불과하죠. 리버풀의 주장인 제라드는 심판에게 항의할 수 있습니다. 맨유의 루니의 항의는 엄밀히 말하면 받아들여지지 않죠.

3. 제라드의 어투와 단어 사용
이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제라드가 심판에게 항의할 때는 루니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화(?)합니다. 이것은 입모양만 봐도 알 수 있죠. 루니는 심판의 항의에 대해 직접적으로 "You f***ing w****r!"라는 말을 입에 붙이고 사는 사람입니다. 이런 말을 심판에게 직접적으로는 아니더라도 허공에 뱉어도 심판이 들으면 기분이 나빠지는 것은 당연하죠. 이런 말이 들리기라도 하면 심판의 손은 어느새 주머니 속에서 옐로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겁니다. 이왕 만진 김에 끄낸 경우도 많아 보이더군요. 

하지만, 제라드의 항의는 좀 다릅니다. 주장이란 지위를 이용해서 약간 길게 항의하는 편이죠. 가령, 제라드는 점잖게 "I want you to look he is pulling my shirt"를 시작으로 누가 어디서 어떤 짓을 했고 등등을 심판에게 고자질 하는, 어떻게 보면 얄미운 선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들도 교실내에 일어나는 이런저런 일들에 대해 알려주는 학생들을 좀 더 좋아하듯, 심판들도 자신이 피치 위의 모든 상황을 알기 힘드니까 이런 선수들을 좀 더 좋아해주는 것 같습니다. 제라드가 지난 10년간 리버풀에서 뛰는 동안 받은 레드 카드를 보니 딱 5장이네요. 한 때 루니가 한시즌에 받은 레드 카드 숫자와도 거의 비슷합니다. 게다가, 옐로카드 5장에 한 경기 출장 정지로 계산하면, 루니는 공격수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총 12경기나 출장정지 당한 꼴이 되더군요.

4. 제라드VS루니 이미지
위에서 계산한 카드 갯수 차이만큼이나 둘의 이미지도 현저히 다릅니다. 제라드는 유소년시절과 프로선수 생활을 한 팀에서 뛰고 있는 모범생, 꾸준함, 성실함 등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물론, 최근 파티의 폭행 사건전까지) 아내와 딸래미들을 데리고 이미 안정적인 가정도 꾸리고 있죠. 하지만, 루니는 언제 사고쳐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그런 이미지로 굳어져 버렸습니다. 지금은 '악동 루니'라는 말이 별로 안나오는 것 같지만, 맨유 초창기 시절엔 루니의 얼굴 빨개지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죠. 이런 초창기 때의 이미지가 아직까지 영국 심판들의 뇌리 속에 확 박혀 있는 느낌입니다.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남녀간의 호감은 첫만남 1초만에 결정된다'라는 말처럼, 맨유의 첫 시즌의 루니 이미지가 루니의 대표 이미지로 고정된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