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자랑으로 하고 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대부분 부러워한다. 어른들은 친구 아들이 삼성 다닌다고 하면 부러워하고, 친구 딸이 현대 다닌다고 하면 부러워한다. 또, 남자가 대기업에 다니면 여자들의 구애가 끊이지 않고, 여자가 대기업에 다녀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사회는 대기업에 취직한 사람들에 부러운 눈초리를 숨기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 인식에 따라 대기업에 취직한 사람들도 마치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나다는 착각에 빠진다. 특히, 다른 사람들보다 스펙이 상대적으로 높았기에 입사를 할 수 있었다는 나름대로의 객관적 자료까지 있으니, 이것은 결코 착각이 아니라는 환상에 빠진다. 그리고, 이런 환상에 빠지기 시작하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말투는 거만해지며 ‘나 이런 사람이야’라는 자만심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하지만, 이들은 말 그대도 아무것도 모른채 환상 속에 사는 것과 같다.
대기업에서 일한다는 것의 진짜 의미는?
대기업에서 일한다는 것을 정말 부러워할 만한 이유는 있다. 무엇보다도 중소기업보다 돈을 많이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돈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이유가 된다. 대기업에 다니면 최소한 먹을 것, 입을 것 혹은 세금낼 것 등 생활 걱정 없이 이 험난한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괜찮은 생활 수준을 유지하면서 살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많은 청년들이 대학에서 스펙을 높이려는 노력으로 이어진다. 대기업의 월급, 그 자체가 동기 부여가 되는 셈이다.
돈, 당연히 많으면 좋다. 그런데, 그러한 돈을 벌기 위해 이들은 대기업에서 일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아는지 모르겠다. 물론, 내가 봤을 때 이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 하다.
대기업에서 일한다는 의미는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은 큰 조직체의 부속품이 된다. 대기업에 입사해보면 알겠지만, 이들은 입사 후 처음 하는 것이 신입에게 소속감을 부여하며 조직력을 키우려는 명목으로 오리엔테이션 교육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1차적으로 이들은 대기업 문화에 휩쓸리게 된다. 흔히 말하는, 세뇌당하는 것이다. 이렇게 세뇌 당한 후 이들은 대기업의 목표인 수익 창출을 위해 각기 다른 부서로 배치된다.
그렇게 대기업 초기에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배치된 곳에서 처음 맡는 직무는 당연히 심부름처럼 하찮은 것이 많다. 흔히들, 이 기간을 수습기간이라고 한다. 이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일을 해보라고 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심부름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저 어깨 너머로 선배가 하는 일을 잘 지켜보고 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인 것이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이제 실제로 자신이 지원한 직무에 맞는 일을 하게 되는데, 예를 들어 마케팅 부서에 들어가면 이들이 하는 일은 전화를 붙잡고 고객들에게 전화하는 것이 다다. 기획 부서에 가면 엑셀로 수치를 넣고 그래프 만들게 되고, 밖에서 영업을 해야 하는 것이라면, 발 아프게 뛰어다녀야 한다. 물론, 자동차 제조업 등에서의 기술직이라면 큰 자동차의 바퀴 나사 돌리는 일만 할 수도 있다.
즉, 대기업에서 일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큰 거대 유기체를 움직이기 위한 조그마한 부속품으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자동차에 비유를 하면, 대기업에 일하는 직원들은 마치 자동차 내부 천장 커버 뒤에 숨겨진 있으나 마나한 조그만 나사의 존재만큼이나 작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이들은 마치 사회에서 자동차의 엔진처럼 중요한 일을 하는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둘째, 우리 나라에서 대기업은 곧 재벌이며,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은 재벌가를 위한 것과 같다. 삼성은 우리 나라에서 가장 큰 재벌이다. 당연히 임금도 다른 곳보다 평균적으로 높다. 하지만, 그만큼 일을 엄청 시키기로 유명하다. 삼성의 표면적인 경영 철학이 ‘인류사회 기여’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들의 경영철학은 ‘월급을 많이 준만큼 수익을 회사에 안겨줘라’가 아닌가 한다. 그만큼 직원들의 동기 부여를 월급, 보너스, 상여금 등으로 하는 곳이 삼성이라는 재벌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대기업에 일하는 직원들은 마치 당근을 앞으로 내민 재벌 총수를 태운 당나귀와 같다. 직원들은 재벌가가 내민 당근만 보고 앞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 것이다. 어디로 달려가든 속도가 얼마나 빠르든 상관없다. 그저 재벌가가 내민 당근만 보고 달리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종종 수익에 눈이 먼 나머지 법도 어기고 사회적으로 물이를 일으키는 등의 선택도 한다. 물론, 당근만 보고 달려가는 당나귀들은 이것을 전혀 알 턱이 없다. 그저 재벌가가 하라는 대로 해서 돈만 받으면 될 뿐, 법을 어기던 말던 상관 않고, 입사 초기 오리엔테이션에서 배운 소속감과 조직력에 세뇌당한대로 행동할 뿐이다.
물론,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의 의미가 이와 같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재벌가가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 뛰고 있다고 믿고 있다. 이것은 분명한 착각이며, 다음의 세번째 의미를 읽어보면, 이것이 착각이라는 것이 더욱 명확해진다.
셋째, 대기업에서 일한다는 것은 자기 주도의 인생을 잃는다는 뜻이다. 우리 인생은 하나뿐이며, 아주 짧디 짧다. 후회 없는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렇게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대기업에서 재벌가를 위해 그리고 하루의 8시간 이상, 한달에 160시간 이상 그리고 일년에 2000시간 가까이 일하는 것이 과연 하나뿐인 우리의 인생을 후회 없이 사는 것일까. 내가 보기에 당연히 그 대답은 No, 아니다.
아직 잘 와 닿지 않다면, 한번 이렇게 생각해보자. 대기업에 들어간 직장인들이 자기 취미 생활도 없이 엄청난 시간을 대기업을 위해 일하는 동안, 재벌가들은 골프치러 다닌다. 그것도 재벌가들의 총수 뿐만 아니라 재벌가의 아들딸 손자손녀 사돈에 팔촌까지 골프치러 다니고 있다. 재벌가 전체 일가가 대기업에 입사하고자 하는 수많은 젊은이들에 의해 호의호식하는 것이며, 이것은 젊은이들이 그들을 위해 수많은 시간을 투자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이런 식으로 말하면, 어떤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반문하기도 한다.
대기업에서 들어가 일하면서 언젠가 재벌가처럼 그렇게 호의호식하면서 생활할 날을 꿈꾸고 있다고.
나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세상물정 모르는 소리라고 한다. 20년동안 대기업에서 일해 힘들게 부장 자리에 올라가면 30세의 젊은 나이의 재벌 2세가 임원이 되어 이들에게 깍듯이 인사해야 한다. 또한, 사원부터 임원까지 올라간 사람은 0.1%도 되지 않으며, 이 역시 재벌 2세에 밀려날 것이 분명하다. 물론, 대기업의 높은 위치까지 온갖 경쟁을 뚫고 올라가는 동안 그 가족들은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얻기 위한 희생은 너무나 크고 가혹하다. 재벌가가 자신의 코 앞으로 내민 당근만 바라 보며 20년 동안 일해 오면서 취미 생활 하나 못하고, 가족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했으며, 이제 시간을 내려고 하니 아들딸들은 모두 장가, 시집을 갔다. 돈만 바라보며 살았기에 인생이 너무나 허무하다. 돈을 위해 인생을 살았고, 결국 재벌가를 위해 살았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허무한 것이다. 과연 그들 인생에서 남은게 무엇이며, 이런 현실 속에 그 누가 후회 안 할 수 있을까.
젊은 청년들이 대기업에 들어가고자 스펙을 쌓고 노력하는 모습은 보기 좋다. 하지만, 그렇게 대기업에 입사를 하여 일하는 것은 재벌가의 존속을 위한 것이지 결코 자신의 인생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사장이 되어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조그마한 구멍가게가 차라리 대기업의 부속품으로 일하는 것보다 스스로의 인생을 위해서라도 더 낫다는 것이다!
아래 손가락 View On 눌러 주시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