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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견

의약품 편의점 판매, 누구를 위한 변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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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의약품 편의점 판매를 두고 이슈가 되고 있다. 역시,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하려면 이렇게 반대가 심하다. 하지만, 어차피 겪어야 할 과정이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자기 밥그릇만을 챙기려는 사람은 어디에든 있다. 우리 나라가 선진국이 되려면 보다 유연한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이렇게 자기 잇속만 챙기는 사람들이 많다.

 

영국에 있었을 때 나는 약국에 별로 가본 기억이 없다. 물론, 크게 아팠던 적이 별로 없어서지만, 가벼운 감기가 있을 때는 항상 편의점에서 약을 사 먹었던 것도 한 이유였다. 의사의 처방이나 약사의 간섭 없이 내가 알아서 감기약, 특히 내가 잘 걸렸던 목감기약을 사 먹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기억에는 그 효과도 꽤 좋았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달랐다. 의사가 처방해야 되고 약국에 처방전을 가져가야 약을 얻을 수 있다. 한번은 처음으로 안구건조증이란 걸 걸렸을 때 눈약 받는데도 처방전이 있어야 했다. 내가 볼 때는 그냥 투명한 조그만 안약인데 이런 과정이 영국에서 생활했던 나에게 당연히 불편할 수 밖에 없었다.

 

◆일부 의약품의 편의점 판매는 편리성을 위해

 

영국에서 살다 온 내게 지금의 의사-약사 시스템은 불편하기 그지없다. 따라서, 의약품 편의점 판매가 우리 나라에 자리 잡는대로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가져다 줄 것으로 확신한다. 이건 경험적으로 나오는 말이다.

 

, 밤 늦게 약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지금 밤에 약국을 여는데는 별로 없다. 약사가 누구인가. 그들은 대학에서 약학과를 나와 약사가 되었다. 거기서 어려운 학문을 열심히 공부했으며, 지금 사회에서는 의사보다는 조금 덜 알아주지만 나름대로 전문직이다. 약국 위치에 따라 고소득도 노려볼 수 있다

 

하지만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 스스로 느끼는 자부심이다. 당연히, 그들 스스로 약사란 전문직종을 밤 새도록 일하는 3D직종으로 바꾸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지금 시스템은 밤에 꼭 약이 필요한 소비자는 불편한데, 전문직을 고수하고 싶은 약사는 편하게 자기 일할 시간만 일하고 큰 돈을 버는 것이다.

 

약국은 당장의 매출 감소, 정부는?

 

약국에서만 팔던 약들이 편의점에서 팔리게 되면 약국의 매출은 당연히 감소하게 된다. 마치 한동안 SK텔레콤이 독점하던 휴대폰 사업을 KT에 조금씩 양보하기 시작하면서 매출이 줄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2000년 이후 SK텔레콤은 지금 주가가 반토막이 났다. 물론, 약국은 주식이 없지만, 주가로 회사의 가치를 나타내는 것처럼 일부 약품을 편의점에 넘겨주게 되면 약국의 물적 가치도 줄어들게 될 것이고, 그 결과 어쩌면 약국 숫자까지 줄어들 수 있다.

 

당연히 약사들이 이것을 좋아할 리 없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약국의 숫자가 줄어들든 별로 큰 관심이 없다. 약국이 스스로 문을 닫는 것은 그만큼 장사가 안되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스스로 나서서 대학교 등록금 인하 하는 것처럼 공적 자본을 들여서 도와줄 그런 성격의 것도 아니다. 하나의 약국이 문을 닫음으로써 그 옆의 다른 약국은 이제야 조금 숨통이 트였을 지도 모른다. 시장의 원리가 적용되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시장의 원리 중 당연히 세금에 관심이 많다. 이것도 당연하다. 정부는 세금이 없으면 국가 살림을 못한다. 요즘 날씨가 더워 크고 작은 공원에 분수를 가동하는데 이런 사소한 것도 다 세금으로 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일부 약이 편의점에서 판매되면 정부는 세수 확보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은 세수확보가 목적?


쉽게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누가 판단해도 편의점 판매가 허용될 만한, 사람들이 복용하기 익숙하고 부작용이 덜한 약 A가 있다고 하자. A가 약국에서 9시부터 5(8시간)까지 팔 때의 부가가치세와 똑같은 약이 편의점에서 24시간 팔릴 때, 당연히 편의점에서 팔릴 때 정부는 세금을 3배나 더 많이 걷어들일 수 있다. (물론, 이 논리는 약의 판매와 시간이라는 변수가 선형계획법의 비례성 가정으로 전제되어 있다)

 

, 길에는 약국의 숫자보다 편의점의 숫자가 훨씬 많다. 대형 편의점 체인점에다가 24시간 편의점이라고 내걸고 있는 자영업 수까지 합하면 그 숫자의 차이는 더욱 커진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세금 수급처를 더욱 세분하고 조밀하게 확대해 나갈 수 있다. 의약품 판매법만 바뀌면 세금 수금처는 문어발이 아닌라 지네 발처럼 극단적으로 늘어난다. 정부의 얼굴에는 미소가, 약국의 얼굴에는 슬픔이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노리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제약회사와 약국의 유착관계다. 정말 오래되었다. 제약회사는 약을 약국에 공급하고 리베이트라는 것을 준다. 약국은 그 약을 판다. 이런 리베이트는 당연히 현금으로 거래된다. 당연히, 탈세의 유혹 그리고 일부는 실제로 탈세를 범해서 종종 검찰에 적발되기도 한다. 반면, 편의점은 이런 유착관계가 없다. , 제약회사가 편의점에 리베이트를 줄 이유도 없다. 소비자는 편의점에서 약사의 추천이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에 의해 약을 사기 때문이다. 물론, 국세청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편의점의 세금 계산이 약국의 세금 계산보다 쉽다는 것이다.

 

솔직히, 정부가 일부 약품을 편의점에 판매하려고 하는 의도가 국민들의 편의인지 세수 확보인지 혼란스럽다. 하지만, 경험상 편의점에서 약을 살 수 있다면 분명 편리하긴 하다. 따라서, 이것이 누구를 위한 변화인지 따지기 전에 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찬성하는 바이고, 최대한 많은 약이 편의점에서 판매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물론, 부작용이 크게 우려되는 약은 제한한다는 가정하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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