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는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를 몰고 있다. 예전에는 키에 대해 잘못 말했다가 ‘루저’ 신드롬이 일어난 적도 있고, 키가 작다는 것은 언제나 개그 소재로 이용되기 십상이다. 또, 연예인들의 키는 팬들 사이에서 언제나 그 정도를 가지고 찬반논란이 벌어지기도 하고, 가십 기자들은 굳이 밝힐 필요도 없는 연예인의 실제 키를 여러 사진을 비교해가며 기사를 쓴다.
이렇게 우리 나라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키를 고민하고, 키 크기 위해 노력하며, 심지어 다른 사람들의 키까지 신경 쓰고 있다. 그야말로 키에 대한 집착이 끝이 없다는 말이다.
◆왜 이렇게 큰 키에 집착하게 될까?
우선, 경제학적으로 살펴보자. 우리 나라 성인 평균 키를 가진 사람보다 키 큰 사람들은 그 수가 훨씬 적다. 따라서, 키가 큰 사람은 그 자체로 희소성이 크다고 말할 수 있다. 희소성이 큰 다이아몬드 값이 비싸듯이, 키가 큰 사람들의 가치도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특히, 위에서 봤듯이, 키에 집착하는 우리 나라 사람들의 정서상 키가 큰 사람들의 상대적 가치는 다른 나라의 그것보다 더 커지게 된다.
시대적으로 보면, 예전에 우리 나라는 잘 못 먹었다. 40년전 그러니까 1970년대만 봐도 국가 경제 개발이란 명목으로 국민들은 굶주렸고, 당연히 지금보다 평균 키도 훨씬 작았다. 키에 대한 집착은 먹고 살만해서 나온 배부른 고민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고민은 일부 직업적인 제약 때문에 더욱 커졌다.
특히, 모델이나 승무원 같은 직업은 큰 키여야 가능하다. 키가 작으면 불이익을 받거나 아예 입사조차 할 수 없다. 또, 농구, 배구, 요즘에는 축구 등의 구기종목까지 키가 크면 유리한 면이 많다. 따라서, 어렸을 때 이런 직업을 꿈꾸고 동경하던 많은 사람들은 키가 자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자기의 꿈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작은 키는 소외감, 열등감 혹은 상대적 박탈감의 원인으로 작용해 평생 가슴 속에 짐을 지며 살아가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가 오면서 사람들은 키에 대한 집착을 넘어 환상까지
갖게 되었다. 키가 크면 지능이 높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성격이 좋으며, 신체
능력도 우월할 것이라는 착각까지 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키가 큰 연예인들을 보고 '우성인자'라고 칭해주기도 하고, 거기다 외모가 뛰어나다고 하면 '여신' 등의 예명을 붙여주기도 한다.
게다가, 일부 언론에서는 키가 크면 월급을 더 많이 받는다는 연구결과를 기사화하여 이런 환상을 더욱 부추겼다. ‘신장 프리미엄’이라고 하면서 키 1센티미터가 더 클수록 임금이 1.5% 상승한다는 어이없는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내가 어이없다고 한 이유는 이 결과는 흔히 말하는 통계학적 오류로, 내일부터 당장 5센티미터 키 높이 구두를 신더라도 임금이 바로 7.5% 증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착각을 이용한 일이 오랜 전 미국 대통령
선거에 있었다. 1988년 미국 대선에 나선 조지 부시 1세는
한 토론회에서 상대 후보와 일부러 오랫동안 악수를 나눴던 일화는 많이 알려졌다. 부시 1세가 상대 후보보다 키가 큰 사실을 더욱 부각하기 위해 부시 선거진영 책임자는 부시 1세에게 악수를 최대한 오래하도록 귓뜸을 해주었던 것이다. 키가 큰 것에 대한 착각 그리고 환상은 그 사람에 대한 호감을 키우고 능력까지 좋아 보이게 하여 이 전략은 결국 부시 선거진영
책임자 생각대로 부시 1세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큰 키에 대한 집착은 오히려 악
키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라지 않는다. 사람에 따라 군대가서도 키가
자란다는 소식도 들리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키는
말 그대로 일정기간 우리들에게 주어진 것일 뿐이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아무리 노력해도 자라지 않는다는 말이다.
따라서, 더 이상 자라지도 않는 키에 집착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그게 다른 사람들의 키일지라도 다른 사람의 큰 키를 부러워하면 할수록 자신은 상대적 박탈감만 커지게 된다. 복권 당첨처럼 아무리 해도 가질 수 없거나 정말로 원하는 것에 집착하는 것이 인간이란 동물이라 할지라도 너무 지나친 집착은 정신 건강에 해로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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