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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영국&한국 사회

우리 나라도 2층버스, 런던 2층 버스 생각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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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에도 드디어 2층 시내 버스가 도입되나 보다. 어제 뉴스를 보니, 서울에서 김포 사이에 2층 버스 테스트 운행을 했고, 또 그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왔다고 한다. 드디어, 2층 버스가 우리 나라에도 생길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나에겐 런던에 있을 때 2층 버스가 참 추억이 많다. 처음 런던 간 날, 나는 친구 집에서 살았었는데, 친구가 학교에 가면 나는 집에 홀로 남았다. 아직 어디가 어딘지 모를 때 너무나 밖에 나가고 싶은 나머지 밖으로 나갔는데, 내가 할 일은 집 앞의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고 같은 번호의 버스를 반대쪽에서 타고 집으로 오는 일. 그것이 처음 런던 갔을 때 내가 하던 일과였다. 


처음에는 버스표도 사지 못해 친구가 사줬고, 나중에는 30일 트레블카드 (Travel Card, 지금은 오이스터 카드로 바뀌었다)를 구매해서 다니는 것이 싸다고 해서 매달 트레블카드를 사곤 했다. 트레블카드는 그야말로 내겐 마법 티켓과 같았다. 이거 한장이면 런던 어디든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주로 구매했던 것은 런던 1존~ 4존 트레블 카드였다.)




이것은 흔히들 원데이트레블카드라고 불렀던 것. 하루 동안 런던 어디든 갈 수 있다. 가격은 그 때 당시 우리 나라 돈으로 1만원 정도다. 


트레블카드를 가지고 나는 이제 버스도 막 갈아타고 돌아다녔다. 그리고, 나는 항상 2층 버스에 탈 때 2층 맨 앞자리에 앉았다. 여기가 런던 경치를 구경하기에 가장 좋았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버스를 타기 전에 미리 과자도 사들고 탔고, 그 이후에는 사진기도 들고 탔다. 보이는거 좀 신기한거 그냥 막 찍어댔다. 정말 이 때 런던 안 돌아다녀본 곳이 없을 정도였다. 결국 나중에 런던에서 대학 다니고 본격적으로 홀로 생활하면서 나는 런던 버스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게 되었다.


어디에서는 뭘 타면 되고, 어디에서는 어떤 버스를 타야 하는지 다 알았다. 어디가 잘 사는 동네고 어디가 못 사는 동네며, 어디에서 내리면 안전하고 어디에서 내리면 좀 불안한지 알 수도 있었다. 또, 런던에는 워낙 많은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사람들이 살기에 심지어 어느 지역에 가면 흑인을 많이 볼 수 있고, 어느 지역에 가면 인도계통 사람이 많은지도 알 수 있었다. 그야말로 런던을 버스를 타며 몸으로 체득했던 것이다.


나에겐 정말 뜻깊은 런던 버스. 드디어 우리 나라에 도입된다고 한다. 사실, 런던 버스의 진짜 명물은 루트마스타다. 최근 런던에 갔거나 하는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다. 한 10년 전에 내가 런던에 있을 때는 루트마스터 버스가 대세였다. 지금 볼 수 있는 신형 2층 버스 그리고 길이가 긴 버스는 그 때 당시 막 생기고 있었다. 





내가 자주 탔던 11번 루트마스터 버스에 대한 추억도 참 많다. 11번이 사우스켄싱턴과 센트럴 런던을 오고 가며 나의 발 역할을 했었는데, 지금 들으면 웃기겠지만, 우리 나라 옛날에 버스 안내원이 2000년대 런던 버스에도 있었다. 이들의 역할은 버스표 검사하는 것. 버스에 타면 출발 신호를 버스운전기사에 알리고, 버스가 출발하면 버스에 올라탄 승객의 버스표를 검사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이들은 출발 신호를 알릴 때 실로 된 줄을 당기는데, 버스가 휘청거려 나도 모르게 이 줄을 당겼다가 버스 안내원에게 혼났던 기억도 난다. 참 세세한 추억까지 다 떠오르는 런던 버스. 참고로 루트마스터 버스는 뒤로 타는게 특징이다.


암튼 이제 이 런던 버스가 우리 나라에도 들어온다고 하니, 정말 감회가 새롭다. 지금은 서울과 김포 사이에만 운행한다고 하는거 같은데, 아마 내가 자주 이용하게 될 분당에서 서울시청 사이는 남산 터널 때문에 힘들 듯 하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남산 터널이 좀 낮은 감이 없잖아 있다. 물론, 나의 착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니면, 한번 김포에 일을 만들어 2층 버스를 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서울과 김포 사이에 운행 버스는 8601번, 운행은 이달 말부터 한다고 한다.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