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뒤에는 네 명의 중학생이 건너고 있었고, 버스가 우회전을 하려다가 중학생들을 보고 멈추려고 하다가 그냥 지나쳐 간 것 같았다. 중학생들은 지나친 버스 뒤에다가 욕을 한 것이다.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 판단에는 중학생들이 건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우회전으로 해서 지나친 걸로 보였다. 하지만, 횡단보도를 건너는 중학생들의 의도는 건너는 것이었고, 파란불이면서 무시한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가 들릴 수 있을만큼 그렇게 크게 욕을 한 것이었다.
◆그들은 왜 욕을 해야만 했나
상황만 보더라도 욕을 한 이유는 충분했다. 파란불의 횡단보도에서 버스는 무시하고 지나쳤다. 파란불이면 멈춰야 하는 규칙을 어겼고, 규칙을 어긴 사람에게는 벌이 따른다. 하지만, 버스는 말그대로 그냥 지나쳤고, 벌을 받기에는 너무 늦어 버렸다. 중학생들은 욕을 하면서 그들 나름대로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에게 벌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중학생이 ‘숫자가 들어간’ 욕을 버스 운전 기사 아저씨에게 하기에는 너무 어려 보인다. 그들 나름대로는 정당한 벌을 내렸을지는 모르겠지만, 주변에 많은 사람들은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오히려 그들이 가정교육을 잘못 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이들은 만약 부모가 자식들이 하기 싫은 일을 시키거나 혹은 실수라도 한다면, 마찬가지로 똑같이 욕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그들의 뇌는 다른 사람들이 저지른 실수나 자신들이 겪고 싶지 않은 일을 겪을 때 욕부터 나오겠금 머리속에 이미 프로그램화되었기 때문이다. 이건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요즘 중학생들이라면 알 것 다 아는 나이다. 사회 탓이라고 돌려도 되고 어른들 탓이라고 봐도 된다. 먼저, 주변 환경을 보면 유해 매체에 심각히 노출되어 있다. 피씨방에서 게임을 할 때에도 바로 옆에 앉은 아저씨에게 욕을 배우기도 하고, 인터넷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배우기도 한다. 그리고, 욕설이 많이 나오는 영화를 보는 경우, 그 영화 속 배우가 멋있다면 처음에는 영화배우 따라 욕을 배우는 경우도 있다. 가끔, 실수인지 의도적인지는 모르지만 공중파에서도 가끔 욕설 논란이 일어나기도 하니 이래저래 습득이 빠른 중학생들은 욕설의 습득도 아주 빠를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배운 욕설을 친구 사이에서 하면 이들은 자신이 쿨 해 보인다는 착각에 빠진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이들은 다른 친구들보다 터프한 이미지를 갖고 그들 사이에서 일종의 권력적 우위를 점한다. 이것은 일종의 사회가 어떤지 먼저 알았다는 그들만의 신호이기도 하다. 사회 속에서 어리다는 이유로 여러가지 제약이 있었지만, 이들은 어른들의 말투를 배워 다른 또래보다 어른스러워졌다는 착각까지 빠진다. 아직 사회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파악하지 못한 채 욕설만 따라하는 '욕쟁이 중학생 앵무새'로 거듭나는 것이다.
사실, 어른들이 나서서 청소년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해줘야 되는데, 이것이 쉽지는 않다. 이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세계가 있다. 친구들과 욕을 섞어 대화를 나누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또 자랑스러워 한다. 어른들이
모두 정직하고 바른 길로 인도하려는 것에서 벗어나 홀로 튀려고 한다. 공부로 튀면 좋겠지만, 그러지는 못하니 언어 습관으로 튀려고 한다. 욕을 할 때마다 사람들이
쳐다보니 관심을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공부 잘하는 학생에 대한 관심과 그 성격이 다르지만, 이들은 그걸 구분할 줄 모른다.
아직 정서적으로 미성숙했다는 증거다. 그리고, 이런 미성숙은 버스 운전기사의 실수에 대한 반항 정신으로 이어졌다. 어떻게 보면, 버스는 중학생들의 공간을 침해했다. 횡단보도의 파란불은 사람이 있어야 할 곳이다. 그리고, 적당한 때에 중학생들은 건너고 있었다. 다소 늦은 탓에 버스는 그들을 보지 못하고 지나쳤지만, 중학생들이 그 때 횡단보도에 있었던 것은 아주 정당했다. 하지만, 이 정당성에 앞서 중학생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기 공간에 대한 침해다. 간섭을 받기 싫어하는 이들에게 이 침해는 간섭과 일맥상통한다. 제 때에 그리고 자기 갈 길을 버스가 괜히 간섭했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반항정신 혹은 반발감이 든다. 그래서, 거침이 없는 그들은 허공에다 대고 욕을 해댔다.
내가 중학교 때는 욕을 별로 안한것 같은데 요즘 중학생들은 욕을 많이 한다고 하면 약간 시대적 모순에 빠질 수 있다. 요즘 군대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예전 군대가 더 힘들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물론, 예전과 오늘이 다를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공공장소에서 욕을 심하게 하는
것은 듣기 거북한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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