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의 명성은 하루아침에 쌓여진 것이 아닙니다. 또, 그 명성은 단순히 공부를 잘하고, 잘 가르치는 곳이란 것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학생들이 공부하면서 겪을 수 있는 모든 걱정, 근심 등을 덜어주는 것에 대한 노력을 다하고, 학교 생활에서 생길 수 있는 모든 의문에 대한 성실한 대답을 해주는 것은 학생들의 입장에서 보면 학교의 명성과 직접적으로 결부되는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을 것입니다.
학생지원센터(Student Services)
영국 대학교에서는 이런 학생들의 고충을 들어주는 곳이 바로 학생지원센터(Student Service)입니다. 취업, 공부, 여성 관련 등 다양한 질문과 문의에 따라 세부적으로 나눠지기도 하지만, 통괄해서 그냥 Student Service라고 하는 것이죠.
저도 학생시절 Student Service에 자주 찾아갔습니다. 뭔가 모를 수 밖에 없는 유학생 입장이다보니 찾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도 많았지만, 대부분은 그저 학교 생활을 하다 궁금한 것을 질문하기 위해 점심 시간을 쪼개 줄을 서서 기다렸던 적도 있죠. 서서 기다리면서 질문을 미리 생각하고, 답변도 미리 예상하면서 그에 대한 추가 질문을 짰던 유학생 초기 시절이 생각나는군요.
아무튼, 요즘은 IT의 발달로 영국 대학교들은 Student Service를 이메일로도 합니다. 학생들이 이메일로 보내 따로 약속을 잡기도 하고, 이메일로 직접 문의하기도 하는 것이죠. 줄을 설 필요도 없이 이메일 보내고 하루나 이틀 정도 기다리면 답변을 받을 수 있어 편리해졌음은 두말하면 잔소리일 것입니다.
영국 명문대에 직접 이메일로 연락
얼마전,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아는 친구 동생이 영국 대학교들의 취업률이 어떠냐고 제게 물어봤었습니다. 저는 "어느 대학을 나와도 취업하는 것은 자기 하기 나름이다" 라고 대충 대답해주었죠. 집에 와서 생각해 보니, 그래도 친한 친구의 동생이 영국 대학교 입학을 고민하는데, 영국에서 오래 살았던 것 치고 너무 성의없게 대답한 것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에 빠져, 집에 돌아온 후 더욱 자세한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 영국 대학 몇 군데에 직접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Imperial College London
LSE(London School of Economics)
UCL(University College London)
King's College London
Britstol University
Birmingham University
Warwick University
Manchester University
위의 대학들이 제가 이메일을 보냈던 곳입니다. 런던의 명문 대학들은 물론 지방의 명문대로 이름난 대학들에 아래와 같은 이메일을 보냈죠.
역시나 하루이틀 정도 지나니까 답변들이 속속들이 도착을 하더군요. 동생 친구에게 좋은 정보를 알려줄 수 있다는 생각에 아주 기쁜 마음으로 이메일을 얼릉 열어보았습니다. 하지만, 이메일을 확인하는 동안 기쁜 마음도 잠시 약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메일이 몇 개 있었습니다.
우선, LSE는 Career Service 웹 주소를 가르쳐 줘서 거기서 제가 원하는 답변을 얻었고, UCL과 워릭대학도 취업률이 어떻다고 제대로 답변해 주었습니다. 또, 제가 원하는 정확한 답변은 아니었지만, 만체스터대학도 어디어디로 가면 비슷한 정보가 있다고 답변해 주더군요. 참고로, 아래는 만체스터 대학에서 온 메일입니다.
반면, 임페리얼과 킹스는 아직 답변이 오지 않았네요. 학생들의 문의가 많아서인지 아니면 해당 자료가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았는지 그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직 답변을 못 받고 있습니다. 아마 다음주 초 쯤에 답변이 올 것 같기도 하네요. (답변 받는대로 이 참에 위의 학교들 취업률 업데이트해서 포스팅하겠습니다)
하지만, 저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던 이메일은 브리스톨과 버밍험대학에서 온 것이었습니다. 두 곳 모두 동문서답을 하더군요.
먼저, 버밍험대학은 취업률에 대해 알려달라고 했더니, 우리 나라 학생들을 위한 대답을 미리 만들어 놓은 듯한 것을 보내 주었습니다. Information for students from South Korea (한국 학생들을 위한 정보)란 타이틀로, 버밍험 대학의 개략적 소개, 코스 종류, 입학 기준, 학비, 지원 방법 등 그야말로 입학 책자에 나와있는 자료를 한국 학생들에게 맞춘 것처럼 해서 답변을 해주었더군요. 물론, 취업률에 대한 정보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웃긴 것은 버밍험대학에서 온 동문서답 이메일 말미 부분에 '더 자세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어디어디로 연락하라'(Further Information 부분)고 하는데, 그 이메일 주소가 제가 처음에 보낸 주소와 같다는 점입니다. 같은 메일로 또다시 같은 질문하라는 뜻이기에 헛웃음까지 나오더군요. 브리스톨 대학도 버밍험 대학과 마찬가지였습니다. 자동답변 메일처럼 동문서답을 하더군요. 아래에서 보듯이 브리스톨 대학에서 보낸 이메일에 링크는 많은데, 취업률과 관련된 곳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명문대와 아닌 곳의 차이는 사소한데 있다?!
대학교의 취업률은 위에서 제가 아는 동생에게 처음 말했던 것처럼 물론 학생들 스스로 하기 나름이지만, 잠재 미래 대학생들이 대학교를 선택하는데 아주 좋은 요인임에는 분명합니다.
이런 질문에 동문서답을 하는 학교들은 과연 훌륭한 예비대학생들을 제대로 유치할 만한 자격이 있을까요?
또, 예비대학생들의 입장에서 보면 중대할 수도 있는 이런 질문에도 동문서답을 하는 학교인데, 학생들의 사소하고 세세한 것까지 챙겨줄 수 있는 여력이 이들 학교에 있을까요?
해당 학교에서 직접 공부하고 생활해보지는 않았지만, 안봐도 뻔한 일입니다.
그들의 명성은 쥐가 나무 갉아 먹듯이 조금씩 조금씩 그 자취를 감추겠죠.
이들 학교가 왜 동문서답을 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어떤 이유에서든지 제 친구 동생에게 이 두 대학을 추천하길 꺼려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저 그랬다면, 아낌없는 격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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