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하나, 나 하나...너 둘, 나 둘...
드디어 영국 대학 생활 동안 처음으로...
옆구리가 시리지 않게 되었다.
학교에서 만난 영국얘와 나는 어느새...
누가 먼저 말하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맨날 붙어다니게 되었다...
이게 말그대로 사귀는 것인가...음...
에핑그린의 영국 라이프, 그 세번째 이야기...
<살사바에 가다>
핀란드 애를 잊고 공부에만 몰두한 나에게...
드디어 또 다른 봄이 왔다.
날은 뼛 속까지 추운 겨울이었지만-_-
(핀란드 애 이야기는 1편에서 나옵니다)
주인공은 역시 같은 수업 듣는 한 영국얘...
(난 주로 같은 수업 듣는얘랑만 친해지는듯?-_-)
이름은 로시였는데, 공부는 열심히 안했다-_-
사실, 로시가 나에게 영국대학 시스템에 대해 알려줬다.
1학년은 그렇게 열심히 공부 안해도 된다고-_-
1학년은 대학 성적에 포함 안된다나...
로시를 처음 본 것은 어느 12월...
수업을 듣고 있는 난 오늘따라 좀 나른함을 느꼈다.
이거 히터가 너무 빵빵한 거 아냐?-0-
(평소에는 열심히 함, 오해하지 말기를-_-)
점심 때, 치킨이랑 밥을 너무 많이 먹었나-_-
손은 필기가 아닌, 턱을 괴는데 사용됐고...
내 눈은 칠판이 아닌, 학생들을 둘러보느라 바빴고...
내 귀는 교수의 숄레숄레~~가 아닌, 소곤소곤되는 아이들로 향했고...
내 마음은 이 수업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고...
이렇게 둘러 보던 중 어느 한 얘와 눈이 마주쳤다.
나의 다소 풀린 눈이 커졌고, 잘못봤나 턱을 괸 손을 내리고 다시 쳐다봤다.
날 보는게 맞다-_-
그러더니, 뚫어져라 쳐다보는 내가 웃긴지, 약간의 미소까지...
(얘 뭐야????????-_-)
난 웃음은 커녕 황당해서 무표정이었다.
쿨하게 웃어줘야 했는데, 또 기회를 놓쳤다-_-
(이쯤되면, 알겠지만 나 순발력이 떨어진다-_- 2편 참조)
책상을 박차고 일어나며 큰소리로 걔를 향해...........
너 뭐야!!!!!!!!!!!!!!
...를 외치고 싶었으나 난 수업 중에 그럴 깡다구까진 없었다-_-
근데 궁금하긴 궁금한데...얘 뭐야???????????
계속 어리둥절한 생각으로 수업이 끝나길 만을...
드디어 수업이 끝나고, 마음을 바로 잡고...
교실 밖으로 나가 누구 기다리는 척 하고,
얘를 기다렸다-_-
나오기만 해봐라 그냥 확!!!!!!!!!
다행히 혼자 나오더라....
(누구랑 같이 나오면, 그냥 보내줬을 듯-_-)
그 애 앞으로 가서...당당히...
말을 꺼냈다.
그렇지만, 그 첫마디가 왜 웃었냐는 아니었다.
(그래, 이제 나도 좀 쿨해보자구>0<)
나의 레파토리다....
난 누구고, 어떤 교수의 수업을 듣고, 어디서 왔고, 그리고 베풀 줄 알고(이건 제외-_-)
암튼 이런 소개를 한 후 다소 멋쩍은 표정으로....
"우리 커피나 한잔 마실까?"를 날려주면 된다-_-
(아직 낮이었기에, 술은 좀-_-)
다행히 승낙했다 lol
(사실, 이런 승낙보다 실패한 적이 10배는 된다-_- 나 강백호?)
룰루랄라~~~
성공하면 이렇게 기분이 좋다, 들뜬다고 할까나...
어느새 나른함은 사라졌다.
사실, 수업 끝나자마자 없어졌다는-_-
(아, 역시 통계 수업은 지루해-_-)
커피 마시러 가면서도 난 왜 웃었는지 묻지 않았다
(나 고수?????????-_-)
그저, 처음으로 영국와서 모든 게 신기한 듯...(다 익숙해진지 오래지만-_-)
들뜬 말투로 이것저것 지껄이기만 했다.
영양가 없는 그런 말들-_-
(어색한건 싫어!!!!!-0-)
커피를 마시면서도 나의 촐랑거림은 멈추지 않았는데...
이상함을 느꼈다.
처음 날 보고 웃던 모습은 젼혀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카페 라떼가 맛이 없나? 뭐, 커피 맛이 그게 그거지만-_-)
(핫초콜릿을 시키지 그랬니?)
(아님, 설마 나의 촐랑함 때문에?-_-^^^^)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모르지만, 어쩔 수 없다.
커피 마시고 빠이빠이 할 수 밖에...-_-
(너가 그렇게 진지하게 나온단 말이지...음...)
나도 말이 적어졌고...(레파토리가 다 끝났다-_-)
로시(아, 이름은 이 때 말해줬다)도 거의 홀짝거리며 커피만...
(아 이쯤되면 전화번호를 물어봐야 되는데...-_-)
하는 생각도 하고 있는데, 분위기상 용기가-_-;
왠지 흐지부지될 조짐...
(아, 이 느낌 너무 익숙한데-_-)
이제 커피를 거의 다 마시고...
그냥 빠이빠이 할 무렵....
의외로 로시가 먼저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lol
어머나, 이건 또 예상 못한 일이....
거의 다 포기했는데, 이건 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야??????>0<
난 순간에 내 전화번호도 잊었다-_-
말을 더듬거리며, 번호를 기억하려 애쓰는 나의 모습...-_-
(전혀 쿨하지 않잖아!!!!!!!!!!!!)
알고보니, 오늘 수업 후 아르바이트를 해야 돼서,
시간에 쫓겼단다....그래서 그렇게 꽁해 보였다는...
어쩐지 시계를 자주 보더라....-_-
(난 또 나 싫어하는 줄 알았지, 휴...)
암튼 이렇게 해서 번호 교환을 하고...
집에 오는 길은 다시 룰루랄라~~~~
몇 주가 흐른 후 진짜 봄이 옴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날...
로시랑 나랑은 아주 잘 맞았다
좋게 말하면, 성격이 활달하고...
나쁘게 말하면, 나를 잘 리드했다-_-
(그래 여기 너네 땅이라 그거지!!!!!!!!!>0<)
뭐, 그렇게 싫지만은 않았다.
아직 런던에 모르는데도 많으니...
너한테 배우지 뭐...
근데, 런던말고 희한한 걸 배우게 되었다.
살사-_-
(나 몸치인데, 살사를???????????)
차링크로스에 있는 어느 살사바로 들어갔다.
어두운 통로로 내려가 입구 카운터에 가방을 맡기고...
살사바..(어감이 좀-_- 어느 째즈바라고 하면 좀 멋있는데-_-)
발음상 쌀사랑 비슷하다.
더 내려가다 보니, 사람이 많았다.
하나같이 쫙 붙는 셔츠에 레이스가 현란하게 붙어 있는...
그런 레이스가 아랫단만 넓은 바지까지 이어졌다-_-
이건 무슨 시츄에이션-_-
얼떨결에 따라왔지만, 이건 정말 내스타일 아니라구!!!!!!!!
우선 난 복장 불량이다.
저런 레이스 달린 옷은 평생 입어본 적이 없다구>0<!!!!!
로시는 코트를 입고 있어서 몰랐는데,
벗고나니 세미 살사 복장이다-_-
(나를 속이다니....-_-^^^^^^)
지금까지 리드를 당해왔으니, 결국 이렇게 당하나 생각할 때쯤...
내 손을 잡고 무대 위로 이끄는 로시-_-
(생각할 틈을 달라구-0- !!!!!!!!)
다행히 좀 어둡고, 사람도 많고...
그래서 그렇게 많이 쑥쓰럽진 않았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청바지는 나 뿐이다-_-
영화에 나오는 춤을 처음 배우는 순진한 사내처럼-_-
로시의 발을 밟는 실수는 안했지만,
스텝이 엉겨 내가 내 발은 몇번 밟았다-_-
조금 익숙해지고, 스탭도 맞고, 허리도 잘 돌아가고...
(살사라는 춤, 허리를 무지막지하게 돌린다-_-)
암튼 이렇게 익숙할 때쯤...
더 당황했던 일은 그 다음에 펼쳐졌다.
좀 시간이 지나니....
파트너 교체가 시작되었던 것이다-_-
이거 뭐야????????????????????
(살사는 이런거야???????)
(진작에 알려주지!!!!!!)
복장 불량이란 것을 살사바 전체에 광고하는 꼴이잔아>0<!!!!!!!!!!
노래 한소절 바뀔때마다 바뀌는 파트너-_-
바뀌는 파트너마다 나를 보고 미소를 보이고...
(이 미소는 나의 엉성한 스탭과 복장불량이 그 이유리라-_-)
로시, 너 가만 안두겠어...라는 생각이 조금 들었지만,
어느새 재미가 붙었다(나의 놀라운 적응력-_-)
그런데, 춤을 추며 주변을 보니,
옆 라인부터, 아줌마들이 단체로 왔다ㅜ.ㅜ
(아, 여기서 파트너 교체 그만-0-!!!!!!!!!!!!!!!)
결국 여러 명의 아줌마를 거쳤다-_-
듣도 보지 못한 혀를 심하게 굴리는 스페인풍의 노래가 멈추자,
모두들 박수를 친다 -_-;
나도 지쳐, 자리에 앉아 맥주를 들이키며, (여긴 맥주도 코로나-_-)
땀을 식힐 때쯤....저기 어둠을 뚫고 로시가 온다.
파트너 교체할 때 '어, 어, 어,,,,'하며 헤어진 후,
30분만에 보는 로시...
이런 살사바의 룰-_- 을 가르쳐 주지 않았던 로시....
나를 복장 불량으로 웃음거리로 만들었던 로시...
욱하는 마음에 엄한 소리가 나올 뻔 했지만,
반가운 마음이 조금 앞섰다-_-
(여기에 아는 사람은 로시뿐이라구-_-)
하지만, 로시의 다음 한 마디로 나의 마음은 완전히 녹았다.
그건...
"너랑 오늘 살사 배울려고 미리 수강료 내고 계획을 세운거야"
이거 공짜가 아니었던가-_-
아니, 이런 생각보다...
나와 살사를 배우려고 이런 계획을 세운 스위트한 로시...라는 기특한 생각.
미리 말했다면, 당연히 안 갈 것을 알기에 그랬다고....
(너무 나를 잘아는데-_-)
하지만, 결과적으로 복장 불량 상태로 살사를 췄다는 것을 의미.
-_-
나름대로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평생동안 어디 가서 춤을 배워 본 적이 없으니-_-
지금은 다 잊어 그 시절(?) 살사 스탭이 나오지 않겠지만,
오늘 한번 벽을 붙잡고 한번 연습해 봐야겠다.
로시를 추억하면서...-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