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견

야밤에 택시 없다는 콜택시, 너무나도 황당했던 경험담

반응형

이틀전에 내 인생에 한번 겪을까말까 한 일을 겪었다. 진짜 이 글을 쓰면서도 이런 일을 내가 왜 겪었을까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바로 본문으로 들어가서 그럼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늦은 밤 나는 귀가하기 위해 막차 버스를 탔다. 그런데, 그날 따라 술도 마시지 않았는데, 버스를 잘못 탔고, 최근 야근으로 피곤한 나머지 졸다가 종점까지 갔다. 그런데 그 곳은 고속화도로 옆에 있는 버스 차고지였고, 그야말로 사람이 아무도 없는 그런 낯선 곳이었다. 


나는 버스에서 내린 후 지하터널을 통해 건너편으로 왔다. 그리고, 택시를 잡아타기 위해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고속화도로에서 택시를 잡기에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택시 천장에 '빈차'라는 불빛이 환하게 빛난 차량이 많이 지나갔지만, 나의 손짓을 무시한채 그냥 달리기에 바빴다.


나는 손을 흔드는 것이 택시 잡기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스마트폰의 플래시를 켰다. 하지만, 플래시를 켜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불빛 때문에 나의 존재가 더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스마트폰 플래시 역시 무용지물이었고, 수많은 빈 택시는 그냥 나를 지나쳤다.


나는 플래시를 10분여 동안 흔들다가 콜택시를 검색했다. 검색된 가장 가까운 콜택시에 전화를 걸어 내가 위치한 주소와 내가 갈 주소를 알려줬다. 콜택시를 받은 한 여성은 조만간 근처 택시를 연결해주겠다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나는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그 다음 가까운 곳의 콜택시업체에 전화를 했다. 


하지만, 웃긴 것이 두번째 전화한 곳 역시 첫번째 전화한 곳과 같은 곳이었고, 첫번째 내 전화를 받았던 여성이 받았다. 다음은 두번째 콜택시 업체와의 전화내용이다.


두번째 콜택시 여성:  (전화를 받자마자) 네, 지금 지금 택시를 찾고 있습니다.

나: 목소리가 똑같은데 제가 방금 전화한 곳인가요?

두번째 콜택시 여성: 네, 같은 곳이에요.

나: 분명 전화번호가 다른데요.

두번째 콜택시 여성: 같은 곳이에요. 택시 유무는 조금이따가 문자로 알려드릴게요.

나: 네 알겠습니다.


알겠다고 했지만, 나는 이상함을 느꼈다. 검색한 두 곳의 전화번호는 물론 위치도 달랐지만, 같은 콜택시 업체였다. 그리고, 나의 이상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음의 문자를 받았기 때문이다. 



나는 더욱 이상했고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황당했다. 지금 내 눈앞에서 100km 이상의 속력으로 질주하고 있는 저렇게 많은 '빈차' 불빛의 택시는 과연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나는 얼릉 집에 가야겠다는 마음에 다른 콜택시에 전화를 했다. 하지만, 답변은 첫번째, 두번째 콜택시 업체와 똑같았다. 이 근처에 택시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위치한 곳이 집과 가까워서 태워주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집에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이 없었고, 택시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 콜택시는 택시가 없다고 하고, 내 눈 앞에 택시는 나를 무시하고 쌩쌩 달리기에 바쁘다. 정말 배신감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배신감을 느낀 것은 다름이 아니다. 종종 밤 늦게 강남에 회식이 있어 늦게 끝나면 길가의 택시기사 아저씨는 택시 이용하라고 그렇게 애원을 했다. 애원이 아니라면, 택시를 타라고 권유를 했다. 그리고, 나는 내 한몸 편해보겠다는 마음에 그러한 권유를 쉽게 받아들이기도 했었다. 특히, 눈이 오거나 비가 오는 날에는 택시를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이런 택시가 내가 돈이 안된다고 또는 야밤에 홀로 남겨진 나를 무시하고 쌩쌩 달리니, 내 입장에서는 배신감이 들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국, 나는 택시 잡기를 포기하고 집에 걸어서 왔다. 산을 넘고, 쌩쌩 달리는 도로에 목숨을 담보하고 길을 건너며 추운 겨울날 벌벌 떨면서 집에 왔다. 집에 와서는 땀에 젖었다. 야밤에 우연치 않게 운동을 한 셈이다. 오는 1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리고, 1시간 동안 걸어오면서 생각했다. 택시는 그야말로 자본주의의 가면과 같다는 생각 말이다. 택시는 돈이 안되면 움직이지 않으며, 돈냄새를 따라다닌다. 또, 택시는 돈이 되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아부하지만, 돈이 안되는 사람은 철저히 무시한다. 게다가, 택시기사들은 LPG가스 가격이 올랐다는 등 자신들이 약자라고 하면서 발버둥치지만, 약자한테는 강한 변모를 드러낸다. 나는 다음부터 택시를 이용하지 말아야지, 택시를 이용하지 말아야지 수도 없이 생각했다. 나는 강자에게 그렇게 아부하고, 반면 약자에게만은 강한 그런 인간을 싫어한다. 택시라고 별다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