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견

알고도 당하는 휴대폰 무료 통화의 불편한 진실

반응형

휴대폰은 아주 편리한 물건임은 틀림없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과 언제 어디서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30년전만 해도 불가능했다. 휴대폰이 있기에 가능해진 것이다. 물론, 요즘 세대는 이렇게 통화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그다지 놀라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사진 찍기, 음악듣기, 위치 파악 등 못하는 게 없는 요즘 세대에게 단순 통화는 그저 기본적인 기능인 것이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이런 기본적인 통화 기능에 꼼수를 숨겨 놓았다. 바로, 무료 통화를 통해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는 것이다.


 

정액요금제를 내면서 무료 통화? 무료가 아니잖아.

 

요즘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기본요금이란 말보다 정액제라는 표현이 더 많아졌다. 45요금제, 54요금제, 64요금제 등 수많은 정액 요금제가 생긴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정액제를 사용하면, 그 요금에 따라 무료 통화가 주어진다. 당연히, 요금을 더 많이 낼수록 이 무료 통화가 길어진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무료 통화는 엄밀히 따지면 무료 통화가 아니다. 엄연히 요금제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 왜 우리 나라 통신회사들은 아직도 무료 통화라는 것을 강조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것은 마치 길거리에 옷장사가 손님들에게 이거 공짜나 다름 없으니까 사라고 현혹하는 것처럼 통신회사들도 돈 받고 무료 통화를 팔고 있으면서 공짜라고 현혹하는 셈이다.

 

만약 통신회사에서 무료 통화라는 말을 하고 싶다면, 정액 요금제를 받지 말고 무료 통화를 하도록 해야 진정한 무료 통화라고 할 수 있다. 정말 무료 통화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면, 그저 기계 할부금만 받고 무료 통화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할부금만 받고 무료 통화를 제공하면 기존 정액제보다 많이 싸진다. , 통신사 입장에서 보면 전혀 남지 않은 장사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것이 바로 소비자가 원하는 무료 통화다. 반대로 말하면, 통신회사 입장에서 무료 통화를 제공해주는 것일지라도 소비자의 입장에서 무료라고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무료가 아닌 것이다.


 

쓰지 못한 무료 통화는 어디로 증발하나?

 

정액 요금제로 얻는 무료 통화는 한달 안에 써야 한다. 요금제에 따라 무료 통화량이 다르지만, 한달 안에 써야 하는 것은 모두 똑같은 것이다. 만약 다 쓰지 못하면 무료 통화는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소비자의 손에 잡히지 않는 곳으로 멀리 사라진다.

 

그리고, 이렇게 한달 동안 쓰지 못한 무료 통화는 고스란히 통신 회사의 이익으로 잡힌다. 통신 회사는 통신망을 구축하고 혹은 통신망을 대여하고 거기에 쓸 수 있는 통화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만약 소비자가 한달 동안 쓰지 못한 통화량이 있다면, 그 통화량만큼 통신 회사는 통신망을 사용하지 않아 그만큼 이득이 되는 것이다. 또한, 우리 나라 통신 회사는 이미 거대 기업이다. 규모의 경제 효과로 통신망 임대 혹은 구축 비용이 현저히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통화 요금은 줄어들지 않고 통신 회사가 설립된 이후 매년 증가하고 있는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마치 컴퓨터 가격이 초창기 나왔을 때보다 10분의 1 가격이면서 성능이 좋아진 것처럼, 내가 보기에 통화 요금도 그 통화 품질이 좋아진 동시에 그 요금도 떨어져야 옳다. 지금은 통신회사만 이득이 되는 요금 구조인 셈이다.

 

또한, 위에서 말했듯이 무료 통화는 우리들이 정액 요금제를 내면서 구매한 것이다. 통신사는 지금 우리가 구매한 무료 통화에 제멋대로 한달 이내에 써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그 조건에 부합하지 않으면 인정사정 보지 않고 폐기처분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누가 봐도 소비자들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전국민들을 상대로 돈을 뜯어내겠다는 심보와 다를 바 없다. 통신 회사가 처음 휴대폰 장사를 한 이후 지금까지 정부의 각종 혜택을 받고, (당연히 정부의 혜택은 국민들의 세금이다.) 국민들을 상대로 기본요금까지 매달 받으면서 그들의 금고를 채웠지만, 지금 국민들을 위한 서비스 정신은 눈곱만큼도 없다는 것이다


 

알고도 당하는 무료 통화의 심리 전략

 

무료 통화가 무서운 것은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무료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 소비자는 어디에도 없다. 커피 믹스를 사더라도 커피 맛보다는 커피 믹스 옆에 머그컵 사은품 때문에 사는 소비자가 많은 것이다. 무료 통화도 마찬가지다. 무료 통화를 통신회사에서 준다고 하면 무료 서비스를 받는다는 기분을 느낀다는 것이다. 게다가, 요즘은 최신 스마트폰으로 더욱 소비자들을 현혹한다.

 

또한, 이와 비슷한 효과는 무료 통화를 사용하면서도 발생한다. 만약 한달이 거의 다 지나갔는데, 아직 무료 통화를 다 쓰지 못했다고 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달이 채 되기 전에 무료 통화가 남았다면, 그것을 다 쓰려고 노력한다. 괜히, 쓸데 없는 통화를 하는데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게다가, 무료 문자까지 남았다면, 문자까지 보내는 수고를 해야 한다. 사람들은 매달 말이 되면 이렇게 휴대폰을 붙잡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이것은 무료 통화가 소비자의 행동을 변화시켰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행동경제학자 다니엘 카네만 (D. Kahneman)에 따르면, 이것은 닻 내림 효과 (Anchoring Effect)라고 할 수 있다. 닻을 내린 그 근처에 배가 머물듯이 현재 통화를 얼마나 했든 상관 없이 사람들은 최소한 무료 통화만큼의 통화는 하려는 심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 무료 통화는 한달 안에 꼭 써야 한다는 인식이 박혀 매달 말이 될 때마다 반복적으로 그러한 행동을 한다. 매달 말이 되면, 꼭 필요치 않은 상황인데 사람들이 통화를 하겠금 유도하고, 이러한 행동은 그 자체로 시간 낭비이자 에너지 낭비인 것이다.

 

게다가, 무료 통화를 의식하게 되면, 진짜 필요한 통화는 돈을 내고 통화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가령, 5월 20일 정도에 무료 통화가 많이 남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무료 통화를 다 써야겠다는 마음으로 무작정 통화시간을 늘렸다고 하자. 그런데, 5월 30일 정도에 꼭 필요한 통화는 무료 통화를 다 써 무료가 아닌 유료 통화로 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신용카드가 과소비를 유발하는 것처럼 무료 통화는 사람들의 과통화(?)를 유발하는 셈이다. 즉, 무료 통화는 더 많은 통화를 유도하고, 무료 통화를 벗어난 통화 요금은 고스란히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인 것이다. 결국, 통신회사가 제공하는 무료도 아닌 '무료 통화'의 교활한 전략에 소비자들은 알고도 당하는 것이며, 통신회사만 이득을 취하는 상황이 지금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아래 손가락 View On 눌러 주시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