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하는데, 전화가 한 통 왔다. 누구나 아는 스포츠조선이란 스포츠신문이었다. 자신을 글로벌 경제팀 기자라고 소개하는 한 여성은 내가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 잘 아는 듯 이것저것 설명했다. 많이 조사해 본 모양이다. 나는 전화를 받으면서 무슨 스포츠 신문에 글로벌 경제 팀이 있는지 의아해 했지만, 결론은 기사를 하나 써주겠으며, 써 주는대신 취재비 150만원을 지불할 수 있는지 나에게 물었다.
사실, 이런 전화는 이번이 첫 번째가 아니다. 이전에는 무슨 한국경제인지 뭔지 하는 신문사에서 연락이 왔다. 나는 언론을 믿지 않는 주의라 워낙 유명하지 않으면 신문사 이름도 잘 모른다. 여하튼, 이들은 어제 받았던 스포츠조선처럼 기사를 써주겠으니 취재비를 지불할 수 있냐고 나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나는 황당했다. 이들은 언론인 혹은 언론 매체로서 순수하게 기사를 쓰는 것이 아니라 돈을 받고 기사를 써주는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대중의 알권리를 위해 기사를 쓰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광고를 위해 기사를 써주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 알았던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봐왔던 기업들의 소개나 이슈가 담겨져 있는 기사들이 모두 광고였다니 이제야 알게 되어 황당했다. 그리고, 기자들이 이렇게 해서 돈을 벌고 있다는 것 역시 황당 그 자체였다.
되짚어 보는 언론의 의미
언론의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여러 가지 사건이나 현상들에 관한 보도, 논평, 해설 등을 목적으로 뉴스와 정보를 취재하고 때로는 의견을 첨가하여 대중들에게 정기적으로 제공해주는 활동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언론의 이런 역할은 지금 완전히 왜곡되었고, 나는 이것을 실제로 경험을 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기사에 나온 내용을 신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기자들은 이를 돈을 주고 거래하고 있는 셈이고, 나를 제외한 특정 사람들은 이들에게 돈을 주고 기사화를 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이제 특종을 찾아낼 필요도 없다. 그저 기사에 한 줄 기업 광고를 하려는 광고주를 찾아 나서면 돈을 더 많이 벌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런 행동을 하는 기자들이 많다면, 우리 나라 언론은 다 죽는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나는 모든 언론인들이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언론사 웹사이트를 들어가보면, 이들이 얼마나 광고에 목숨을 거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어떤 곳은 기사를 보라는건지 광고를 보라는건지 분간이 안되는 곳도 있다. 심지어, 미성년자들이 보기에 낯 뜨거운 광고들로 가득찬 곳도 있다.
언론이 죽으면 그 나라가 죽는다!
언론 기자들이 영업사원이 되어서는 안된다. 기자들은 대중들의 알권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외국의 경우, 기자들은 그 사명감으로 노력한다. 기사를 많이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종을 찾기 위해 분전한다. 물론, 그 열정이 너무 앞선 나머지 파파라치로도 발전되어 큰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파파라치의 열정이 광고 영업사원이 되는 것보다 더 나아보인다.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파파라치는 최소한 대중들이 잘 알 수 없는 것을 알려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고 기사는 대중들을 속이는 것과 같다. 물론, 기사 자체가 사실일 수도 있지만, 광고비가 지불됐으니, 독립적으로 쓰여지지 않고 광고주의 입김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당연히 포장될 수 밖에 없으며, 기사 형식으로 쓰여져 있기 때문에 대중들이 이를 보다 쉽게 믿게 된다. 대중들은 기사를 보려고 했지만 결국은 기사를 가장한 광고를 본 셈이다.
이런 기사처럼 보이는 광고가 많으면 많을수록 사람들은 점점 기사를 믿지 못하게 되고, 결국 우리 나라 언론은 다 죽는다. 지금 기자들은 돈 몇 푼 벌겠다고, 언론을 스스로 죽이는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언론이 죽으면 그 나라가 죽는다.
그렇다면, 스포츠조선 전화에 대한 나의 대답은?
나는 스포츠조선의 전화를 받고 150만원을 지불하면 기사를 써주겠다는 말에 그럴 필요가 없다고 딱 잡아땠다. 그리고, 그럴려면 다른데 알아보려고 했다. 영업하지 말라고 하면서 말이다.
나는 내 개인적인 이유로 거절을 했지만, 우리 기업에는 좋지 않은 결정을 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이 결정으로 인해 작지만 우리 나라 언론을 조금이라도 더 청정하게 했다고 생각하니 기분은 좋다. 하루빨리 언론이 광고주로부터 독립되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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