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복권 번호를 인터넷으로 확인하면서 그 아래 검색 결과에 나온 복권 명당이라는 글들을 보게 되었다. 나는 복권 명당이란 곳이 있는 줄도 몰랐다. 들어가서 대충 글을 읽어 보니, 지금껏 복권 1등 당첨이 열번이 훨씬 넘는 그런 편의점이었다. 심지어, 토요일이 되면 복권을 사려고 사람들이 200미터씩이나 줄을 서서 기다리고, 교통 경찰까지 와서 사람들의 질서를 바로잡는 일까지 벌어진다고 한다. 그런 곳이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가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과연 그런 복권 명당이란 곳이 있을까.
◆복권 명당이 명당이 아닌 이유
복권 명당이란 곳은 솔직히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우선, 복권 추첨은 순전히 운으로 결정된다. 따라서, 그 편의점에서 1등이 많이 나왔다고 한다면 거기서 복권을 산 사람들이 운이 많았다는 뜻이지 편의점이 운이 좋았다는 말은 아니다. 즉, 1등 당첨은 그 편의점 때문이 아니라 그 편의점에서 복권을 산 사람이 운이 좋았다는 의미다.
이렇게 말해도 아직 복권 명당이란 곳이 있을 거란 심증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거기서 자동번호를 선택하여 당첨되는 경우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어떻게 보면 편의점이 정말 명당인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복권 명당이란 말이 나온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그 편의점에서 복권을 샀다. 즉, 다른 편의점에서 팔리는 복권의 양보다 여기서 팔리는 복권의 양이 월등히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여기는 토요일이 가까워지면 복권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당연히, 복권 판매량이 다른 곳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다.
이렇게 판매되는 복권의 양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당첨될 확률도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거기서 샀다고 해서, 다 당첨되는 것은 아니니 그만큼 꽝인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꽝은 중요하지 않다. 편의점에서 원하는 것은 복권 꽝이 나온 수많은 사람들이 아닌 1등 혹은 2등 당첨이다. 그래야, 그들은 복권 명당이란 명성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고, 그럴 경우 복권이 아닌 다른 수입도 기대할 수 있다.
◆복권 명당은 최고의 마케팅 수단?
복권 명당이라고 소문나면 복권 수입이 늘어나겠지만, 편의점에서 복권을 판매하면서 벌어들이는 복권 1개당 이익은 그렇게 많지 않다. 우선, 복권 판매는 정부에서 주도하기 때문에 세금이 높다. 게다가 정부는 복권에 이중세금(기타소득세와 복지사업 자금)을 뗀다. 또, 복권 사업자가 일정의 수익을 가져간다. 그리고 난 후 가장 나중에 복권을 판매하는 소매점에서 나머지 수익을 가져간다. 물론, 복권 명당이라 불리는 곳은 복권 판매가 다른 곳보다 월등히 많기 때문에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복권 수익이 크게 높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편의점의 주목적은 당연히 복권 판매가 아니다. 편의점에는 복권보다 마진이 더 큰 상품이 훨씬 많이 진열되어 있다. 과자류, 음류수, 주류, 기타 인스턴트 식품 등은 마진이 일반 마트보다 훨씬 높다. 복권 명당이 좋은 점은 복권을 사러 온 사람에게 그런 많은 상품을 노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200미터의 긴 줄을 기다려 가까스로 복권을 사러 편의점에 들어왔다고 하자. 기다리는 동안 배가 출출할 수도 있고, 목이 마를 수도 있으며, 담배도 다 폈을 수도 있다. 그러면 복권을 사면서 빵, 음료수 혹은 생수를 살 수도 있고, 계산대 뒤에 있는 담배를 살 가능성도 커진다. 복권 하나 사러 왔다가 괜히 이것저것 사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작은 돈일 수도 있지만, 편의점 입장에서는 이런 작은 돈이 모여 큰 수익이 된다. 복권 명당은 어떻게 보면 편의점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마케팅 수단이 되는 것이다.
◆이제 복권 명당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날 때
위에서 말했듯이, 복권 명당이란 곳은 없다. 복권 명당이라기보다 거기서 복권을 샀던 사람들의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처음에 한두번 1등 당첨이 되었고, 편의점은 그것을 대대적인 플랜카드로 광고를 했으며, 이걸 보고 많은 사람들이 이 편의점에 와서 복권을 샀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복권을 사니까 당첨 확률이 다른 편의점보다 높아진다. 당첨이 될 때마다 편의점은 대대적인 광고를 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보니, 당첨 횟수가 다른 곳보다 많아졌다. 결국 복권 명당이 탄생했다.
간단히 정리한 복권 명당의 탄생과정이다. 여기를 방문해 복권을 산
사람의 운이 좋았다. 또, 어떻게 보면 그 편의점도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고, 그렇게 편의점에 손님이 많이 몰리는 것도 하나의 운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복합적인 운이 있다고 해도 거기서 복권을 사는 많은 사람들도 꽝이 나온다. 어떻게 보면, 다른 편의점보다 훨씬 많은 수의 꽝이 나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1등 당첨자가 매주 한 두명이라고 한다면 그걸
위해 여기서 복권을 산 사람은 다른 편의점보다 훨씬 많다. 그리고, 복권 명당이라고 해도 매주 여기서만 1, 2등이 나오라는 법도 없다. 그럴 경우, 여기서 복권을 산 사람들 중 꽝의 숫자는 상대적으로 다른 편의점보다 더욱 많아진다. 결국, 복권 명당은 곧 꽝이 많이 나오는 장소란 말도 되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복권 명당에서 당첨이 잘 되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복권을 샀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지 정말 복권 명당이라서 당첨이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즉, 복권 명당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오직
운만이 있을 뿐이다. 만약 운이 없다면, 아무리 복권 명당에서
복권을 산다해도 당첨은 커녕 꽝만 나올 수 있다. 따라서, 만약 지금껏 복권 명당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제 바로 벗어던져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아래 손가락 View On 한번 눌러 주시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