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국민들은 어떤 보험을 선택할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다양한 선택권이 주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선택권이 다양하다고 해서 꼭 기분 좋은 것만은 아니다. 특히나, 보험 상품 같은 경우는 구매하면서도 절대 기분이 좋을 수 없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보통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은 만족,
즐거움, 유익함, 기쁨 등의 긍정의 효과를 얻기 위한 것인데, 보험은 처음부터 우리에게 부정적인 사건이 생긴다는 가정하에 그 계약이 성립되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가령, 우리가 옷을 사거나 노트북을 살 때, 그것들은 우리 생활에 긍정의 효과가 전제되어 있지만, 자동차 보험은
우리가 교통사고로 장애가 되었을 때, 화재보험은 집이 잿더미로 변했을 때 등 부정적인 사건이 전제가 된다는
것이다. 보험금은 받지만 절대 유쾌하지 않은 경험임에 틀림없다!
그래도 보험에 가입하는 이유는 금전적 보상을 얻기 위해
이 세상은 부정적 사건으로 인한 다양한 종류의 경제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보험
상품은 이것을 보장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불확실한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받고자 보험료를 지급하고 보험 계약을 한다. 언제
일어날 지 모르는 교통 사고로 인한 치료비 혹은 수리비를 아끼고, 미지의 곳으로 여행을 떠날 때 발생할
그 어떤 위험으로부터 보상받고자 여행자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또, 우리 나라에 화재, 생명, 해상, 퇴직, 재물, 태아 등과 관련된 보험은 이미 보편적이고, 암 같은 질병, 그리고 요즘은 치과 치료를 위한 보험까지 나온 상태다. 조금 생뚱맞지만, 외국의 어느 연예인은 엉덩이 보험까지 든 경우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사람들은 매달 보험료를 지급하고, 약정한 바에 따라 보험회사는 거액의 보험금을 지급한다. 어떻게 보면,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일어나지도 않는 혹은 생각하기도 싫은 부정적인 사건을 매개로 보험회사와 거래를 하고 있는 셈이다. 보험 광고를 보면 알겠지만, 이들은 ‘사망시 10억 보장!’ 혹은 ‘암보험 1억 보장!’ 등으로 거액의 보험금을 가지고 유혹한다. 마치 우리들에게 인간으로서 살면서 입에 담기도 싫고 생각하기도 싫은 그런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제로 말이다. 하지만, 거액 보험금의 유혹과 불확실성에 대비하라는 입에 발린 말에 넘어가 거의 모든 사람들이 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렇게 가입하고 있는 보험 상품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보험회사가 절대 망하지 않는 5가지 이유
첫째, 보험 회사는 아직 발생하지도 않는 사건을 상품화해서 팔고 있다. 이것은 위에서 말한 내용의 연장선상에 있다. 가령, 한 레스토랑이 화재보험에 가입했다고 하자. 그러면, 레스토랑 사장은 매달 보험료를 낼 것이다. 하지만, 이 레스토랑은 영원히 화재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당연히, 보험료를 전혀 돌려 받지 못한다. 요즘 돌려받는 상품도 나오고 있지만, 돌려 받는 금액도 많아야 30% 정도다. 이미 70%는 보험회사 금고에 들어가 있는 셈이다. 이 외, 자동차 보험, 암 보험, 현금 혹은 귀중품 도난 대비 보험, 여행자 보험 등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소비자 입장에서 이런 보험에 가입하는 것 자체가 돈 낭비일 수 있지만,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누워서 돈을 버는 셈이다.
둘째, 보험은 보험 회사의 철저한 확률계산으로 만들어진 상품이다. 보통, 보험계리사라고 하는 이들은 소비자로부터 받은 보험료와 지불할
보험금의 수지를 최대한 보험회사 입장에서 계산하는 역할은 한다. 자동차 보험을 예를 들어, 30대 직장인 남성 중 자동차를 소유한 사람 중 교통사고 발생률이 2011년 30% 정도고, 내년에도 그 발생률이 유지된다고 예상된다면, 보험회사는 이 30%의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율을 계산하고, 그에 따른
보험료를 30대 직장인들에게 일괄적용한다. 물론, 여기서 운전 경력, 사고 경력 등의 개인차에 따라 가중치를 다르게
매겨 보험료가 다소 달라지기도 하지만, 큰 차이는 아니다. 이렇게, 보험회사들은 애초에 손해
볼 위험을 제거한 셈이고, 실제 우리 나라 보험회사들의 손해율이 평균
70% 정도, 즉 사람들에게 보험료 100을 받으면 70 정도만 보험금으로 지불하고 있다. 30은 당연히 보험회사 몫이다.
셋째, 보험회사가 망하지 않는 이유 중 우리 나라에만 특화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 나라 재벌들이 보험회사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재벌이 소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롯데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현대해상 등은 국민들이 굳이 가입하지 않아도 최소한 거기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보험을 강요할 수 있다. 가령, 삼성전자에서 일하는 10만명을 삼성생명 고객으로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재벌 기업 자체도 그들이 소유한 모든 사업장에서 필요한 보험, 가령, 화재 보험, 손해 보험 상품을 가입할 때, 그들이 소유한 보험회사를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재벌이 소유한 보험회사라면, 일반 국민들이 모두 보험을 해지한다고 해서 그들이 망할 일은 절대 없다. 아니, 어쩌면 지금 보험회사는 국민들로부터 보험료를 긁어 모아 재벌 기업에 지불할 보험금을 충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섯째,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고 발전할수록 기뻐할
수 밖에 없다. 그만큼 사회에 불확실성도 늘어나고, 그에
따른 보험 상품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치아 보험을 한번 예로 들어보자. 이
보험은 생긴지 얼마 안된 신종 보험 상품이다. 그만큼 치과 진료에 대한 비용 부담이 많아졌고, 거기서 아이디어를 생각해 보험회사에서 만든 것이다. 만약 지금 한창 논란
중인 의료 민영화가 우리 나라에서 시작되고, 감기 같은 진료를 받는데도 거액의 치료비가 든다고 하자. 많은 사람들이 의료 민영화로 이익추구 병원이 큰 이익을 볼 것이라고 하는데,
나는 보험회사가 돈을 더 많이 벌 것으로 보고 있다. 감기로 거액의 치료비가 필요하다면, 보험회사는 곧바로 감기 보험까지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2010년 한해 동안 우리 나라 보험회사는 국민들로부터 120조 9천억원에 달하는 보험료를 챙겼다. 이것을 환산하면 우리 나라 인구 한 명당 300만원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보험상품,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