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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영국 일상

놀랬던 런던의 직장 문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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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인턴을 시작한 후 1달만에 회식을 동료들과 같이 할 수 있었다. 난 3개월 정도 인턴 계약이 있었고, 또 인턴이 성공적으로 되었을 경우 이 회사에서 계속 일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회사 동료들과의 친분을 어느 정도 의식했었다.

이번 회식은 그런면에서 나에겐 중요했고, 또 사내에서 잘 만나지 못했던 동료들에게까지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약간 긴장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또 하나 확실히 기억하는 것은 런던 직장에서의 회식은 한국의 회사처럼 거창하지가 않았다는 것이다.

보통, 한국의 회사에서는 신발을 벗고 고기집에 들어가 소주잔이 오가는 사이 노래와 춤을 보며, 말 그대로 흥겨운 시간의 연속이고, 한국 조직 생활의 그 특유의 끈끈함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연출된다. 하지만, 런던에서의 회식은 펍에 들어가 조용히 술을 마시고 서로간의 얘기를 나누는 간결하고 깔끔한 그런 분위기다.

사실, 회식은 퇴근 시간 바로 시작된 것이 아닌 금요일 5시에 퇴근 후 2시간 정도의 갭을 두고 회사 근처에서 다시 만나 시작되었다. 집에 갔다 올 사람은 갔다오고, 저녁을 먹든지, 헬스장이나 취미 생활 등 다른 볼 일이 있는 사람들은 볼 일을 보고 회식에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 편의를 봐준 듯 했다.

나야 그 때 당시 취미 생활이 없었기에 그저 친구와 저녁을 먹고 회식 자리로 향했는데, 회사 근처 펍에 가서 앉아 옆에 앉은 회사 동료와 이야기를 나눈 것이 전부다. 좀 명랑한 친구는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자기 소개하고 호탕하게 웃고 웃기고 그런 분위기를 잘 이끌었고, 조금 부럽기도 했다. 이런 친구들은 어디가나 있고, 어느 회식에서도 꼭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메이커 친구는 한국에서도 인기를 한 몸에 받는다는 것을 알지만, 나는 그저 내 양 옆에 앉은 동료와 얘기하기도 바빴다.

맥주 몇 잔 마시고, 다른 부서 사람들과도 대충 회포를 나눈 회사 동료들은 매니저의 암묵적인 해체 선언 이후 이제 헤어지는 분위기다. 어떤 흥겨움과 조직체의 끈끈함을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던 런던 직장에서의 최초의 회식이 그렇게 어이없게 끝난 것이다. 회식 때 내가 한 일은 그저 동료들과 얘기 조금과 맥주 5잔 정도. 시간은 겨우 9시 정도인데, 이런 회식을 하는 한국 직장은 한 곳도 없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물론, 이런 헤어지는 분위기 속에 한국 직장의 여느 회식처럼 2차를 원하는 친구들이 간혹 있다. 위에서 말한 분위기 메이커 친구도 어김없이 헤어짐이 아쉬운지 클럽으로 가는 2차를 모집하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사람들은 무리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 친구 옆에 2차를 가고자 하는 사람들은 손에 꼽을 정도. 

한국과 비교해서 너무나도 간결한 런던 직장의 회식. 어쩌면, 조직체 생활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는 회식을 최대한 간략하게 해, 좀 더 많은 개인의 자유시간을 갖기 위한 런던의 직장 문화가 베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비록, 내일 주말이 다가오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