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앞차도 천천히 가기에 나도 천천히 가면서 뒷 차를 유심히 지켜봤다. 아니나 다를까, 옆 차선의 차 간격이 벌어지자 또 오른쪽으로 휙 차선 변경을 한다. 그러더니 이제는 내 오른편에 나란히 달려간다. 사실, 달려간다기 보다 기어가고 있다는 표현이 맞지만, 그 사이 그 차는 또 내 앞으로 끼어 들려고 기회를 노리고 있다.
나는 이런 차를 보면 짜증보다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무슨 이유로 저렇게 성급하게 굴까, 운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최소한 성인이라는 뜻인데 어린 아이처럼 저렇게 안절부절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등등 나의 지루하고 무료한 운전에 새로운 지적 활력을 주기 때문이다. 또, 나는 종종 이런 차를 보면, 내 앞을 무조건 양보한다. 어차피, 얼마안가 또 다른 차선으로 옮기기 때문이다. 한가지 웃긴 것은 교통체증이 끝나고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 어느새 이 차와 내 차의 간격은 별로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그 운전자는 괜한 차선 변경을 함으로써 필요 없는 팔 운동만 실컷 한 셈이다.
◆차선변경이 헛수고인 경제학적 논리
통계학에서 파생되어 경제학과 심리학 용어로 많이 쓰이는 평균으로 회귀의 법칙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많은 자료를 토대로 결과를 예측할 때 그 결과 값이 평균으로 가까워지려는 경향을 갖는다는 뜻인데, 차선 변경이 헛수고인 이유에도 적용할 수 있다.
우선, 교통체증이 일어나는 과정을 살펴보자. 앞의 병목구간에서 교통 체증이 일어나면 도로는 막히기 시작한다. 병목 구간에서부터 점점 뒤쪽으로 차선이 막히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한, 두 차선의 차들의 속도가 늦어지더니 곧 모든 차선의 차의 속도가 느려진다. 사람들은 속도가 느려진 차선을 피해 차가 없는 쪽으로 차선변경을 하게 된다. 잦은 차선 변경으로 모든 차선은 골고루 꽉 차서 결국 정체가 된다. 기어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렇듯, 차선이 막히게 되는 과정은 사람들이 차들이 없는 차선으로 옮김으로써 생긴다. 예를 들어, 4차선 도로인데 두 개 차선이 막히기 시작하면, 막힌 차선 뒤에 멀쩡히 서 있을 운전자는 없다. 당연히 차선을 바꿔 속도를 내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막힌 차선을 피해 달리던 차도 얼마안가 속도가 줄어들더니 막힌 차선처럼 꽉 막혔다. 결국, 다 같이 기어가는 것이다.
평균회귀의 법칙은 바로 그 속도의 변화에 적용할 수 있다. 차가 막힐 경우 그 속도는 거의 제로에 가깝게 되는데, 이는 그 도로에 있는 다른 모든 차들도 마찬가지다. 결국, 도로 전체 자동차의 평균 속도와 개별 차의 속도가 비슷해지는 것이다.
또, 위에서 언급한 두 차선이 막혔다는 예를 봐도 마찬가지다. 막힌 차선을 이리저리 피해 달리다 보면 자신이 빨리 달린 만큼 다른 차들은 달리지 못한다. 즉, 차선을 자주 변경하는 차의 속도의 증가와 그가 끼어듦으로써 다른 차가 움직이지 못해 생기는 속도의 감소가 합쳐져 결국 같은 도로를 이용하는 전체 도로 이용자의 속도가 평균을 이루는 것이다. 즉, 이들이 앞서나간 만큼 다른 차들이 속도를 내지 못해 결국 다른 모든 차와의 평균 속도가 유지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차선을 자주 변경하여 속도를 낸다고 해서 다른 운전자들보다 빨리 간다는 뜻은 아니다. 그 이유는 일반적으로 다른 차들도 모두
빨리 가기를 원하고, 기회만 있으면 차선을 바꿔 속도를 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람들이 모두 바쁘다고
가정하면, 여유가 있던 그 차선도 얼마안가 여유가 사라진다. 모든
차가 여유가 있던 차선으로 옮길 것이고 이렇게 한 차선으로 몰리면 그 차선 또한 몰린 차들에 의해 순식간에 막히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두에서 말했듯이, 아무리 차선을 이리저리 바꿔 가도 그렇지 않은 운전자보다 월등히 빠르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런 경제학적 논리를 다 떠나 차선을 자주 바꾸면 사고의 위험이 더욱 높으니, 아무리 급하더라도 막힐 때 차선을 유지해 가는 편이 어떻게 보면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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