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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견

기상청, 차라리 일기예보를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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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일기예보를 보니 비가 온다고 한다. 창문을 보니, 흐리긴 하지만 비가 내리지는 않고 있다. 그래도 나중에 비가 올지 몰라 우산을 가지고 나갔다. 그런데, 하루종일 그 날 비는 오지 않았고, 괜히 우산을 들고 다니다 지하철에 우산을 놓고 내렸다. 잃어버린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퇴근길에 집에 오는데, 아무도 없는 버스 정류장에 멀쩡한 우산이 놓여 있지 않은가. 나와 비슷한 실수를 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생각에 약간 웃음이 났다. 결국, 의도하지 않았는데 출근할 때와 퇴근할 때의 우산이 바뀌었다.

 

일기예보는 정보 제공이 아닌 기상캐스터의 패션쇼

 

날씨는 아주 중요하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날씨의 영향을 안 받는 사람은 없을 정도다. 축구, 야구, 골프 등의 스포츠는 당연히 날씨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종목이고, 농업,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도 날씨 정보는 필수다. 물론, 일반 사람들도 날씨에 따라 기분이 달라지기도 한다. 흐리고 비가 많이 오는 영국에 팔리는 약 중 우울증 치료약이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을 보면, 날씨가 인간의 정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그리고, 서두에서 언급한 있을 법한 이야기처럼, 일기예보는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일기예보가 맞다면, 그로써 존재의 가치를 충분히 발휘한 것이지만, 틀린 정보를 제공한다면 없어도 되는 그런 정보를 준 셈이다. 그리고, 틀린 정보는 차라리 제공하지 않는 편이 낫다. 틀릴 것 같다면 아예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편이 혼란을 주지 않아 더 낫다는 것이다.

 

그도 그렇듯이, 어떻게 보면 일기예보도 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의견일 뿐이다. 슈퍼컴퓨터가 그 나름대로 분석하여 날씨가 어떠할 것이라는 의견 말이다. 슈퍼컴퓨터의 가격도 비싸다고 하는데, 이건 마치 비싼 학원비를 들여 학원을 보내놨는데, 학원가서 친구들과 놀기에 바쁜 수험생과 같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학원비만 낭비하는 것이다. 지금 슈퍼컴퓨터가 그렇다. 하라는 예측은 하지 않고, 엉뚱한 정보만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미 사람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그리고, 이런 정보의 홍수 속에 사람들은 이미 어떤 정보를 받아들이고 믿어야 하며, 어떤 정보를 추려내고 걸러내야 하는지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 가령, 지금 정치인들이 어떤 꼼수를 부리고 있는지 혹은 어떻게 국민들을 속이려 하는지 감시하기도 바쁜데, 국민들이 일기예보를 보고 이걸 믿어야 마느냐 판단해야 하는 것은 시간낭비라는 것이다. 차라리 일기예보가 아니라 기상캐스터 패션쇼라고 하면 그게 사람들에게 더 어필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사람들도 패션에 집중하랴 날씨에 집중하랴 고민하지 않고 자주 틀리는 일기 예보에는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패션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 더 효율적인 것이다. 정 날씨를 알고 싶다면, 주변 어른들을 인사차 찾아뵈 알아보면 된다. 내일 비가 올 것이라면, 정확히 맞추신다.

 

                                                                                                            (c)다음 이미지

 

왜 기상청의 일기예보는 자주 틀리나

 

먼저, 일기예보 자체가 예측과 추측의 영역이다. 그리고, 경제학을 보면 예측이 얼마나 어려운지 쉽게 알 수 있다. 예전 우리 나라 1998 IMF 시대를 기억할 것이다. 우리 나라의 그 어떤 경제학자도 우리 나라 최대 경제 위기 사건, IMF가 오는걸 예측하지 못했다. 자신은 예측했다고 생각하는 경제학자라도 IMF가 아주 오래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우리 나라는 IMF 사상 가장 짧은 기간에 위기를 탈출했다. 그렇게나 머리가 똑똑하다는 경제학자(그럼에도 아직 노벨상은 없다)라도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주식도 마찬가지다. 주가 예측은 증권회사에서 발행하는 리포트의 목표주가가 아니더라도 TV에 나오는 자칭 전문가라고 하는 아무 사람이나 예측한다. 물론, 맞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냥 자신의 의견을 말할 뿐이다. 기상청의 슈퍼컴퓨터가 의견을 말하듯이 말이다.

 

물론, 날씨에 미치는 변수는 엄청나게 많다고 변명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도 마찬가지다. 간혹, 우리 나라 경제에 미치는 변수가 기업 수익, 정부 정책, 금리, 환율, 유가 등 굵직한 변수만 생각하기 쉽지만, 인간의 사소한 행동도 다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가령, 내가 초코렛보다 사탕을 더 좋아하고 콜라보다 커피를 더 좋아하는 사소한 일 혹은 비가 와서 지하철이 아니라 자가용을 몰고 출근을 해도 우리 나라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나와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 수십만 혹은 수백만명이라고 해보자. 당연히 우리 나라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물론, 경제에 미치는 변수와 일기예보에 미치는 변수가 정확히 어떤 차이가 있는지 분석하는 것은 나의 전문분야가 아니다. 특히, 내가 아는 날씨에 미치는 변수는 기껏해야 습도, 온도, 바람, 지형 등이 전부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일기 예보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만큼 한 나라의 경제에 미치는 변수도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경제에 대해 완벽히 예측할 수 있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747공약 (성장률 7%, 4만불 소득, 7대 경제대국) 자체가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금 보면 알겠지만, 747공약은 결국 이명박 대통령 한 사람의 의견이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슈퍼컴퓨터라도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 아닌 하나의 의견이며, 틀릴 것이라면 그런 예측은 필요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기예보는 종종 확률의 개념으로 우리에게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려고 시도한다. 가령, 내일 비가 올 확률, 즉 강수확률이 20% 혹은 80%라고 알려주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확률의 개념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것 또한 얼마나 무의미한지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오늘 강수 확률이 80%라고 하자. 이 일기예보를 들은 사람들은 당연히 오늘 비가 올 것이라고 여긴다. 기상캐스터도 때마침 노란 우비 혹은 바바리 코트 같은 것을 입고 예보를 하고 있다. 하지만, 강수 확률이 80%라는 것은 비가 오지 않을 확률이 20%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 비가 오지 않고 흐리거나 심지어 그 날 맑을 가능성이 20%라는 것이다.

 

그럼 이 20%의 확률을 좀 더 자세히 파헤쳐보자. 비가 오지 않을 확률 20% (비가 올 확률이 80%이므로)가 낮다고 사람들은 생각하겠지만,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은 무려 8145060분의 1 , 0.00001%. 그리고, 이런 터무니 없이 낮은 확률인데도, 매주 1등 당첨자가 나온다. 그것도 많으면 10명 혹은 이보다 많은 사람들이 1등에 당첨되기도 한다. , 로또 당첨 확률에 비하면, 20%의 비가 오지 않을 확률은 거의비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0.00001%의 확률로도 로또 1등에 당첨되는데, 비가 오지 않을 확률이 겨우 20%이기에 비가 올 것이라는 말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확률이란 개념이 그렇다. 아무리 작은 확률이라도 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 확률인 것이다. , 슈퍼컴퓨터가 아무리 열심히 계산해서 80%의 확률로 비가 올 확률을 우리에게 알려주더라도 그것은 슈퍼컴퓨터의 하나의 확률적 정보를 담은 의견일 뿐이며, 그 의견은 여전히 틀릴 수 있어 그 날 20%의 확률로 비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비가 오지 않을 경우 기상캐스터는 괜히 아침부터 우비를 입고 바바리 코트를 입으며 비 오는 날 입어야 할 패션에 대해 말그대로 '정보 제공이 아닌 패션쇼'의 역할만 한 셈이다.

 

그럼 이제부터 우리 모두 일기예보가 아닌 패션예보라고 부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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