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며칠 전에는 김치가 임상실험을 통해 그 효능이 입증되었다는 소식도 들렸다. 김치 속의 유산균 성분이 비만이나 고혈압, 당뇨 등의 질환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준다는 아주대학교 연구결과가 나왔던 것이다. 이를 통해, 다시 한번 외국인들에게도 우리 나라 김치에 대한 지명도를 높일 수 있고, 우리 나라 고유의 음식만이 아니라 세계로 뻗어갈 수 있는 그런 ‘세계의 음식’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고 본다.
◆김치의 수출입 현황과 불편한 진실
김치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김치를 수출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 나라에서 만든 김치를 우리 나라를 방문한 외국인들에게만 대접한다는 것은 진정한 세계화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세상 사람들은 아직도 우리 나라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도 많다. 다들 중국이나 일본이란 나라를 알지 월드컵도 열고 G20회의를 연 우리 나라의 위치는 모르는 것이다. 그만큼 국내의 외국인 방문자의 숫자도 중국과 일본보다 적기에 우리 나라에 온 외국인에게만 김치를 대접한다는 것은 소극적인 세계화일 뿐이다.
따라서, 김치의 진정한 세계화를 위해서는 우리 나라 김치를 수출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나라 고유의 음식, 즉 우리 나라가 세계 그 어떤 나라보다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음식인 김치를 수출하기보다는 수입하는 양이 더 많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한다.
김치 |
2005 |
2006 |
2007 |
2008 |
2009 |
수입 |
51,340 |
87,955 |
110,166 |
112,713 |
66,335 |
수출 |
86,428 |
62,637 |
66,120 |
75,052 |
77,622 |
수출-수입 |
35,088 |
-25,318 |
-44,046 |
-37,661 |
11,287 |
위 표는 최근 5년간 김치 수출입 통계를 나타낸 것이다. (2010년 자료부터 아직 업데이트되지 않음, 출처: 한국김치협회 www.kimchiworld.kr) 표를 보면 알겠지만, 2005년 우리 나라는 3500만 달러의 김치 흑자를 기록하였다. 즉, 우리 나라에 김치 수입보다는 수출이 많았다는 뜻이고, 그만큼 우리 나라 김치의 세계화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이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2006년 이후 총 3년간 우리 나라는 수출보다는 김치 수입이 더 많았다. 우리 나라가 가장 잘 만들고 가장 맛있다고 여겼던 김치를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서 먹었다는 뜻이고, 이 수입 김치 중 거의 99%가 중국에서 수입한 김치라고 한다. 그리고, 그 금액도 어마어마하다. 3년간 총 1억 달러가 넘게 김치 적자를 봤다. 정말 놀랍고도 불편한 진실이 아닐 수 없다. 물론, 2009년 들어 다시 김치 수출이 더 늘어나긴 했지만, 1000만 달러의 흑자로 지난 3년간에 비교하면 정말 미미한 수준이다.
중국산 김치는 언제나 큰 이슈가 된다. 위생 상태를 믿을 수 없어 중국산 김치가 국산으로 둔갑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중국산 김치는 우리 나라로 들어오고 있고, 우리 나라 김치의 수출량보다 수입량이 더 많아진 주요 요인이 되었다. 특히, 우리 나라 식당이나 단체 급식에서는 중국산 김치가 없다면 수익을 내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부득이하게 퇴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김치 수출량보다 수입량이 더 많은 우리 나라를 과연 김치 종주국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 나라가 김치를 수입한다는 것은 마치 네덜란드에서 튤립을, 프랑스에서
와인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오렌지를, 알래스카에서 얼음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석유를 수입한다는 말과 마찬가지다. 즉, 우리 나라는 김치 종주국이라는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으며, 중국산
김치에 우리 나라 김치 시장까지 내준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불편한 진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나라가 김치 적자를 보게 된 경제학적 이유
지금 이런 어처구니 없는 현상이 벌어진 이유는 바로 경제학에서 말하는 무역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국부론과 ‘보이지 않는 손’으로 유명한 애덤 스미스는 무역의 절대우위론을 주장했다. 즉, 교역 상대국보다 낮은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다면, 그 나라는 다른 나라에 그 물건을 싼 가격에 수출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리고, 여기서 값이 싸다는 것은 그 김치를 생산할 수 있는 노동력의 생산성을 의미한다. 단위 노동력당 김치의 생산량이 중국이 우리 나라보다 더 크기 때문에 김치의 생산이 중국에서 이뤄지고 그런 가격의 이점으로 인해 중국산 김치가 우리 나라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절대우위론에서는 기회비용을 고려하지 않는다. 가령, 중국은 김치를 우리 나라에 수출하는 동시에 우리 나라로부터 반도체를 수입할 수도 있다. 여기서 기회비용은 절대우위가 아닌 비교우위란 개념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즉, 우리 나라는 김치를 생산하지 않고 반도체를 생산할 때 기회비용이 중국보다 더 낮게 되는데, 이는 김치를 생산할 때보다 반도체를 생산할 때 포기되는 가치가 더 크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우리 나라는 중국에 김치보다는 반도체를 수출하게 되고, 김치의 수입이 이뤄진다. 이것이 바로 리카르도가 말하는 무역의 비교우위론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 나라의 김치 적자는 중국이란 나라와의 무역에서 발생된 것으로서, 위에서 말한 절대우위론과 비교우위론이 혼합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중국 노동력 혹은 김치 재료가 상대적으로 워낙 싸고, 또 거리가 가까워 물류비용도 별로 들지 않는다. 게다가, 겉으로 우리 나라는 김치가 우리 나라의 고유의 음식이라고 뿌듯해하고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지만, 그 이면에는 중국산 김치라도 돈만 벌 수 있다면 상관없다는 음식점의 사고방식도 한 몫하고 있으며, 김치의 수출 다변화 계획보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중화학공업 혹은 자동차 제조업에 경제가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겉으로는 김치 종주국이라고 외치는 우리 나라지만, 실상은 물량공세를 앞세워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중국산 김치가 널리 퍼질 날이 오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그리고 만약 중국산 김치의 위생 문제가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면, 세계 사람들이 우리 나라 김치까지 외면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될까 걱정이 된다. 어쩌면, 몇년 전 기무치가 김치 브랜드를 위협하려고 했던 것처럼 이제는 또 다른 형태와 방식으로 중국산 김치가 우리 나라 김치의 세계화에 발목을 잡을지도 걱정된다. 우리 나라 고유의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김치에 대한 이런저런 걱정을 해야하니, 점점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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