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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고 구불구불한 런던 시내의 도로는 출퇴근 시간만 되면 꽉 막힌다. 심지어, 참을성 없는 손님들은 버스 기사에게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내려 달라고 떼쓰기까지 한다. 서울도 런던과 비교해 만만치 않다. 출퇴근 시간 때 지하철이나 버스는 언제나 만원이고, 어느 정도의 불쾌함은 감수해야 스트레스 없는 서울 사람이 될 수 있다. 이런 서울의 고질적인 교통체증을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즉 이 글은 서울보다 교통체증이 더한 런던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는 방법을 소개해 주기 위한 것이다.
먼저, 현재 서울시의 교통 체제의 문제점은?
90년대 들어, 서울 주변 지역에는 분당, 일산, 평촌, 중동, 산본 등의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서울의 인구가 외곽으로 많이 빠져 나갔지만 서울로 유입되는 교통량을 줄이는 데에는 실패했다. 오히려, 신도시 외의 도시들, 특히, 고양, 인천, 안양, 성남, 남양주, 구리, 의정부 등지에서까지 서울로 통근, 통학하는 사람으로 80년대와비교해 현재 서울 유출입 통근, 통학자수는 5배나 증가했고, 결과적으로 러시아워 때 서울은 그야말로 마비 상태나 다름 없어진다.
서울은 택시, 고속버스, 승용차 등 도로 교통에 의존하는 비율이 70%에 육박한다는 데에 그 문제가 있고, 이 수치는 세계 다른 주요 도시와 비교해도 아주 높은 수준이다. 이것은 또한 서울에서 도로 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사람들에 비해 지하철 이용객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
도로 교통 수단에서 가장 문제점으로 야기되고 있는 것은 승용차의 비중이다. 생활 수준의 전반적인 향상으로 자가용을 보유한 가정이 많아졌고, 심지어 1가정당 2대의 승용차를 가진 곳도 늘어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이런 차량 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 서울시내 도로에서 낼 수 있는 평균 속도는 시속 25킬로에도 도달하지 못한다는 통계가 있다.
하지만, 우리 나라 정부가 교통체증을 완화하기 위한 대처 방법은 아주 원초적이고 단순하다. 도로가 꽉 막히니 그저 도로를 확충하거나 신설하는 방향으로 그 정책이 치우쳐져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도로를 신설했다가 차량이 다시 늘어나자 도로를 부숴 8차선을 10차선으로 확충하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일을 반복할 수는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제는 수도권으로부터의 유동인구를 자동차, 특히 승용차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분산시키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런던이 탬즈강을 이용하는 것처럼
한강 개발을 통한 수상 교통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 런던의 수상 교통 수단은 어떤가
영국의 수도, 런던 중심에도 서울의 한강처럼 탬즈강이 가로질러 흐르고 있다. 그리고, 탬즈강에는 수상 교통 수단(런던에서는 리버 버스(River Bus, 강위를 달리는 버스라는 뜻)라고 불린다)이 정착되어, 하루 최대 2000여명, 연간 300만명의
출퇴근자들이 이용하고 있다.
이 리버 버스 서비스는 1960년대 그 서비스가 잠시 중단되었지만, 2000년 '런던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약 40억원을 들여 지금의 서비스로 정착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금은 런던 사람들의 통근, 통학 수단과 더불어 관광객 이용객도 많아져 부수적인경제적 효과를 얻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런던의 주요 볼거리는 탬즈 강변에 많이 위치해 있어, 뱃길을 타고 런던을 둘러보는 것도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 또, 테마 보트, 즉 보트 위의 식당, 레스토랑, 바 등으로도 이용될 수 있어, 런던 사람들의 낭만적인 여가도 일부 책임지고 있다. 리버 버스는 어느새 단순 교통 수단을 넘어 문화, 여가 수단으로 업그레이드 된 것이다.
런던 리버 버스의 지도. 다른 교통수단, 즉 런던버스와 지하철과 연계되어 있다는 것이 특징.
위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런던 서쪽 끝 Putney 지역에서부터 동쪽 끝 Woolwich지역까지 가로 지르며 17개의 선착장이 있는데, 이들을 기점으로 노선도 여러 개가 된다. 특히, 런던 금융가가 밀집한 Canary Wharf, 관광 명소로 이름이 높은 Tower Millenium 그리고 London Eye Millenium 선착장 등지가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이다. 보통, 이들 주요 선착장에서 매 20분마다 리버 버스를 탈 수 있으며, 일부 선착장에는 서비스에 따라 5분 간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즉, 사람들 이용이 많은 출퇴근 시간에는 운행 간격이 대체로 작다.
나도 예전에 학교 다닐때, Embarkment에서 Canary Wharf 선착장으로 가는 서비스를 가끔 이용한 적이 있었는데, 버스나 지하철보다 훨씬 쾌적하고 편리함을 느꼈었다. 특히, 출퇴근 시간만 되면, 런던의 버스와 지하철은 사람들로 가득차 모르는 사람들에 치이고 부딪치기 마련이지만, 자리가 차면 더이상 표를 팔지 않는 이 리버 버스 특성상 모두가 편리하게 앉아서 노을이 지는 아름다운 런던 풍경을 구경하면서 집까지 갈 수 있었다.
이 리버 버스의 눈에 보이는 경제적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위에서 언급한 하루 2000명의 사용자는 하루 100만명 이상의 유동인구를 태우는 런던 버스에 비하면 아주 적은 수치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이 수상 교통은 요즘 한창 뜨고 있는 녹생 성장과도 깊은 관련이 있고, 안타깝게도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불가항력이 되어 버린 도로 교통 수단에서 발생되는 각종 대기 오염과 소음을 줄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스트레스를 줄여 사람들의 정신 건강에도 도움을 주고,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서울의 한강을 관광 상품으로?
한강에 런던처럼 리버 버스가 생긴다면, 관광이 주목적이 아니겠지만 사업성을 고려해 한강을 관광상품으로도 이용 가능하다. 출퇴근 외의 시간에는 관광객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해 손님을 유치하는 것이다. 서울도 런던과 마찬가지로 한강 유역의 나루터, 포구 등지를 재개발해 옛날 한강 교통 수단 재현으로 하는 관광 상품으로 만들 수 있고, 한강만이 가진 자연생태적 공간을 이용해 다이나믹하게만 돌아가는 서울에서 느긋하게 쉴 수 있는 공간도 제공해 줄 수도 있다.
한강 유역 주변 관광지. 우리가 잘 모르는 관광 명소가 많다.
위 그림에 나타난 한강의 관광지를 체계적으로 보완을 해 한강 수상 교통과 접목시키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이다. 사실, 한강 주변의 관광 명소는 우리 나라 사람들도 잘 모르는 곳이 많다. 한강 근처만 가면 고가 도로로 뒤덮혀 있어 잘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강 수상 교통의 운행과 한강 유역 관광지의 재정비가 이뤄진다면
서울, 더 나아가 우리 나라 역사에 대해 바로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출퇴근 시간 외에는 이렇게 관광객을 태우는 런던 리버 버스. 뒤에는 런던 아이 (London Eye).
한강에 리버 버스?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사실, 우리 나라는 1990년 초반 출퇴근용 수송 수단으로서 한강을 이용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마스터 플랜은 출퇴근 시간에 한강에 쾌속선을 띄워 일산에서 김포 공항, 그리고 여의도에서 잠실까지 운행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운행 계획은 말그대로 계획으로 그치게 되고, 1993년 잠시 동안이나마 운행되었던 여의도와 잠실구간도 곧 중단하게 된다.
이렇게 교통 체증 해소책으로 내놓은 수상 교통이 20년 전에 서울에서 운행될 수도 있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중단된 경험이 있다. 실패한 첫째 이유로는, 자금력이 부족하고 운행 계획이 미흡한 중소기업에 공공재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이런 거대한 일을 맡긴 것이 실수였다. 둘째로, 수상 교통 체계는 다른 교통 수단과의 연계가 중요한데, 그 당시 정부와 서울시는 이런 인프라 확충에 소홀히 했다는 점. 셋째로, 그 당시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도로 교통 확충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수상 교통의 중요성을 간과하였다는 점이다.
지난번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어 이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다면, 조만간 한강에 리버 버스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지금 우리 나라는 상황 자체가 20년전의 우리 나라가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꽉 막힌 도로에서 짜증을 부리기 시작했고, 그 짜증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 있으며, 우리 자연은 환경 오염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제 국민들은 점점 넓어지는 도로, 방음벽 사이를 뚫고 들려오는 소음 공해와 각종 질병을 유발시키는 대기 오염 그리고 땅 아래를 계속 후벼 파내어 만든 복잡한 지하철이라는 동굴을 더이상 원치 않는다.
런던 탬즈강 물살을 시원하게 가로 지르는 런던 리버 버스.
이제 전혀 다른 새로운 교통 수단을 고안해야 할 때다. 즉, 지금이 한강이라는 자연이 준 뱃길을 이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인 것이다.
아직 한강에는 뚝섬나루, 한강나루, 광나루, 송파나루, 서빙고 나루, 마포나루 등 그 옛날의 수송의 기능을 했던 역사적 흔적이 남아 있다. 약간의 재개발만 거치면 곧바로 선착장으로서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만약, 수송선이 없다고 핑계된다면 그것도 세계 1위의 조선업을 자랑하는 우리 나라이기에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
이렇게 이미 수상 교통을 위한 판은 다 짜여져 있다. 요즘 정부가 추진 중인 자전거 타기 운동과도 궁합이 꼭 맞다. 접근성이 제한된 수상 교통의 단점을 자전거 이용으로 커버할 수 있기에 그야말로 찰떡 궁합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정부가 원하는 녹색 서울은 더이상 꿈만이 아닐 것이다.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 얼굴을 찌푸리고 짜증내며 출퇴근하는 것과 시원한 한강 바람을 맞으며 여유롭게 출퇴근하는 것 중 어떤 것을 더 원하는가. 대답은 모두가 한결 같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당연히 런던처럼 서울의 한강에서 리버 버스를 보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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