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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견

실업률 해소 해법, 영국에서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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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침체 속에 한국과 영국 두 나라 모두 불황임에는 마찬가지입니다. 경기 침체로 고용이 줄고, 고용이 줄면, 당연히 소비가 줄겠죠. 소비가 줄면, 정치인들이 좋아하는 수치인 GDP가 당연히 줍니다. 아주 쉬운 경제 논리죠.

 

여기에 경제 논리와는 직접적으로 상관이 없지만, 실업률과 범죄율은 아주 큰 상관 관계를 가집니다. 최근 한국에서의 강호순 흉악범죄가 단적인 예가 되며, 영국도 실업률이 증가했던 해에는 절도, 강도, 인종차별적 범죄가 늘어난다는 것이 연구되었죠.

 

이렇듯 경제적으로 경기 침체 해소도 중요하지만, 실업률 자체를 관리하는 것도 사회적으로 아주 중요합니다. 요즘 우리 나라에서는 좁 셰어링(Job Sharing, 영국식으로 발음)이 화두입니다. 정부, 정부 산하 지자체, 공기업 등이 나서서, 비용 절감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하네요. 누구 아이디어인지 모르지만, 실업 해소를 위한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않는 수박 겉 핥기식 방법입니다.

 

우선, 그들은 왜 한국에 실업률이 늘어나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실업자 대부분이 우리 나라 대학교 졸업자들입니다. 이들은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을 최고의 직업이라고 여기죠. 중소기업은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요즘 신문에 어느 유학생이 자랑스럽게 중소기업에 취직했다는 사실이 신문기사화 되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죠.

 

보통, 4년제 졸업자들은 졸업 후 우리 나라 대기업들 차례대로 하나는 되겠지 하고 다 찔러 봅니다. 30개 찔러봤는데 안되면 여유가 있는 사람은 어학연수 경험이 부족했다는 자체 판단 하에 외국으로 휙 떠나죠. 돌아와서 이력서에 어학연수 1년 한 줄 써 놓고 보면, 나이만 1살 많아졌다는 것을 느끼지만 엎질러진 물입니다. 요즘 누구나 다 가는 어학연수기에 자신을 차별화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이미 늦었죠. , 공무원 혹은 공기업 지원자들은 대학교 졸업 전부터 이미 공무원 혹은 공기업 시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대학교 도서관은 무슨 공무원 혹은 공기업 시험지 푸는 공간이죠. 참 낭비입니다. 어떻게 따지고 보면, 실업률의 원인도 교육에 있어 교육 개혁에 힘쓰면 되지 않나 싶습니다만, 이것 또한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하는 것입니다.

 

영국은 직업에 귀천이 없고,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실업률 해소의 본질적인 문제입니다. 쉬운 예를 들자면, 영국과 한국 청년 각자에게 대기업과 중소기업 중 어디를 택할 것이냐 라고 질문하면, 한국 청년은 거의 100% 대기업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영국 청년은 그렇지 않죠. 영국 청년들은 돈 그 자체(물론, 직업 결정에 중요 요인 중 하나지만)보다도 자기 적성에 맞는 곳을 찾아갑니다. 우리 나라도 자기가 원하는 직업을 가질 것이라는 의지는 20세기 들어 강해졌고, 또 거기에 발맞춰 적성검사라는 것도 실시하지만, 사람 시선 의식하랴, 돈 몇 푼 더 벌랴, 자기 만족, 행복과는 동떨어진 직업을 목표로 선택합니다. 그러니, 거의 모두 대기업, 공기업으로 가려고 하죠. 적성검사는 이미 재미로 보는 점괘가 된지 오래입니다. 다시 말해서, 자기 만족, 행복이라는 궁극적 목적이 아닌 피상적인 목표만을 쫓으며, 목 빼고 기다리는 것이 우리 나라 실업률만 높아진 원인입니다.

한국은 약
100만개의 중소기업이 있다고 합니다. 영국은 한국보다 많은 470만개가 있다고 하네요. 물론, 이것은 경제 규모에 따라 많이 영향을 받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영국 사람들은 중소 기업에서 일하는 것 자체를 자랑스러워 한다는 것입니다. 괜히 누가 '나는 대기업 다닌다' 라고 뻐기면, ‘자식, 그런 빡빡한 곳에서 어떻게 일하냐?’라고 속으로 반문하죠. 보통, 한국에서도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은 큰 기계의 부품 같다고 하는데, 영국 사람들은 이것을 그대로 믿습니다. 영화 모던 타임즈에서 기계의 부품처럼 일하는 노동자의 모습을 희화화한 찰스 채플린의 영화에서 보듯이, 이미 영국은 19세기 산업혁명 때부터 인간이 기계화되는 것을 희화화하고, 경계와 혐오의 눈길로 쳐다봤죠. 옛날 조선시대 상공인들이 일은 안하고 책만 보는 양반을 희화한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래서 지금 영국은, 중소기업에서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좀 더 주도적으로 일하며, 그 성취에서 오는 쾌감을 중시해, 어렵게 들어간 대기업을 박차고 나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물론 영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경기 침체다 실업률 증가다 해서 어렵고, 두 나라 정부 모두 경기 침체를 해쳐 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느낀 두 나라가 다른 딱 한가지는 직업에 대한 인식에 있습니다. 지금 영국은 직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라고 해도, 실업률 해소에 별로 도움이 안되겠지만, 한국에서 직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 실업률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물론, 직업에 대한 인식은 위에서 말한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인식입니다.

 

이런 인식 변화를 위해, 직업에 귀천이 있다는 사회적인 편견을 없애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 언론의 역할이 필요하며,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진정한 자기 만족과 행복을 이루고자 하는 개인들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