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견

KT 2G 폐지는 정부의 4대강 사업과 같아

에그2 2011. 11. 24.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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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2G 서비스 이용자들은 오는 12 8일부터 더 이상 2G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어제 폐지를 결정했고, KT는 기다렸다는 듯이 벌써 이것저것 대처를 세워놨다. 가령, 번호 이동 알림 서비스, 단말기 금액 지원, USIM 비용 면제, 장기 마일리지 제도 승계, 2G 가입자가 이용하던 요금제 이용 가능 등 여전히 2G에서 3G로 바꾸는데 불만인 소비자들을 위해 KT가 회유책을 마련해 놓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5만명의 KT 2G 사용자들은 불만이다. 지금껏 잘 써왔던 번호에 애착이 생긴 것이다. 자기가 오래 가지고 있던 물건이라면 그것이 남의 것이라도 애착이 생기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하물며, 지금껏 몇 년 동안 함께 해왔으며, 주민번호처럼 뇌리에 박혀 있는 전화번호를 하루아침에 바꾸기에는 당연히 거부감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스마트폰 자체를 사용하기 싫어하는 사람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KT는 서비스 기업, 서비스 정신이 무엇인가

 

KT가 서비스 기업이라는데 이견이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KT가 기계, 자동차, TV 등을 파는 제조기업이 아니라 무형의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KT는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라는 그 개념 자체를 망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G를 이용하는 KT 소비자들은 다른 KT 소비자들처럼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그리고, 서비스라는 것이 결코 거창하지가 않다. 소비자들을 즐겁게 해주거나 아니면 최소한 분노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서비스인 것이다. 하지만, 15만명의 KT 소비자들은 갑작스런 2G 서비스 폐지에 지금 분노하고 있다. 단 한명의 소비자라도 최상의 서비스 정신을 제공해야 하는 KT라는 대기업이 지금 15만명의 소비자들을 분노하게 만든 셈이다. 이건 분명 문제가 있다.

 

물론, KT는 소비자들이 2G에서 3G 혹은 LTE 등으로 바꾸면 더 좋은 통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권장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서비스도 소비자가 원할 때 그것이 서비스가 되는 것이다. 아무리 기업 입장에서 좋다고 해도 그것이 꼭 소비자를 위해 무조건 좋을 수는 없다는 얘기다. 가령, 오래된 가구를 한번 보자. 요즘 가구제조 회사는 오래된 가구가 기능면에서도 좋지 않고, 튼튼하지도 못하다고 말하면서 최신식 가구를 추천한다. 하지만, 오래된 가구는 앤티크(Antique)라고 하면서 그 나름의 가치가 있고, 일부 사람들에게는 앤티크 가구가 요즘 나오는 가구들보다 더 가치 있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 아무리 기업의 입장에서 좋다고 여겨도 그것이 꼭 소비자들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주파수는 국가 것이니, 국가에서 허락 받은 KT에서 마음대로 해도 된다?

 

KT의 생각에 따르면 그렇다. 주파수는 국가 자원이고, 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국가기관인 방통위에서 허락을 받았기 때문에 2G 서비스를 종료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15만명의 2G 사용자들을 고려하지 않고 말이다.

 

하지만, KT의 이런 생각 자체가 잘못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번 이렇게 생각해 보자. KT의 말대로 주파수는 국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국가의 주인은 누구인가.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헌법에도 그렇게 나와 있다. 그리고, 15만명의 2G 사용자들은 당연히 우리 나라 국민이다. , KT가 사용하는 주파수는 국가의 것도 되지만 그보다 더 위에 있는 국민의 것이란 말도 된다. 그런데, KT는 국가의 허락을 받았다고 해서 국민의 허락을 받지도 않고 일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 KT는 마치 부장이 하지 말란 일을 과장이 허락한다고 무작정 하는 신입사원처럼 그런 어리버리한 선택을 한 것이다.

 

물론, 과장이 허락한 일이 돈을 더 벌 수는 있다. , KT 2G 서비스 사용자 그리고 국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국가가 허락한대로 2G서비스를 폐지하면 돈은 더 많이 벌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과연 그럴까?

 

지금 우리 나라에 통신회사가 KT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SKT도 있고,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는 LG도 있다. 또한, 중소형 기업의 저가형 통신 회사들도 속속들이 생겨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무리 이런저런 회유책으로 2G 서비스 사용자들의 마음을 돌리려 해도 15만명의 KT 소비자들의 마음은 이미 다른 곳으로 떠난 상태고, 실제로도 다른 통신회사로 갈아탈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KT 브랜드 가치가 당연히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어느 누가 더 좋은 서비스가 나오면 무작정 사용자들을 내치는 KT에 가입을 하고 싶을까. , 3GLTE 서비스가 나중에 구식이 되었을 때, 지금 2G 서비스 사용자처럼 찬밥 취급 받는데 누가 KT를 좋아할 수 있냐는 것이다.

 

KT 2G 폐지는 정부 주도의 4대강 사업과 같아

 

어떻게 보면, KT 2G 폐지 결정은 15만명의 소비자이자 국민을 무시한 KT의 무모하고 독단적인 결정이다. 아무리 이익을 위하는 기업이지만, 국민이 주인인 국가, 그리고 그런 국가가 소유한 주파수를 이용하면서 마치 똥개가 자기 주인을 몰라보고 덤벼드는 것처럼 지금 아무것도 모르고 오만방자하고 있는 셈이다.

 

이건 마치 정부가 잠시 국민이 주인인 것을 몰라보고, (한미FTA 체결에서 보듯이, 아직도 교육이 잘 되지 않아 여전히 주인을 몰라보고 있다)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진행했던 행태와 아주 비슷하다.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독단적으로 나가니 KT도 2G 서비스 폐지를 독단적으로 밀고 나가면 되겠다는 생각을 한 모양이다. 따라서, KT의 이런 결정은 어쩌면 근본적으로 현정부의 잘못이라는 해석도 가능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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