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투사/카투사 실화 바탕 이야기

[I am a KATUSA] 나는 카투사다 4

에그2 2011. 4. 14.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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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방에 들어왔다. 하던 짐 정리를 하라고 하면서 신 일병은 밖으로 나갔다.


난 새로운 시작을 할 나만의 공간을 둘러봤다. 역시 나의 공간은 신 일병 것과 비교해서 너무 좁다. 아마 일부러 이렇게 배치해 놓은 듯 했다. 신병이니까 공간을 적게 쓰라는ㅡㅡ;


생각해 보면, 이 공간의 크기와 짬 순의 비례관계가 성립된 것처럼 보였다. 나중에 상병 정도만 되면 방 하나를 혼자 쓰기 때문에 결국 공간은 짬이 클수록 커지는 것과 같았다.

 

나는 한숨을 쉬며, 이러한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는 내 모습이 싫었다. 그래서 소심하게 가구를 조금 더 신 일병쪽으로 옮기기로 했다ㅡㅡ;


너무 소심해서 그가 눈치를 챌까 두려워 약 5센티 미만으로 옆으로 밀었다ㅡㅡ;


조금씩, 조금씩...


나중에 후환이 두려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밀면서도 그 사이 신 일병이 들어올까 조마조마했다. 또, 소리가 날까봐 조마조마했다. 왠지 정 일병이 문 뒤에서 내가 뭐하는지 귀 귀울이는 것만 같았다. 땀도 났다.


소심하게 가구를 조금 민 나는 샤워하러 화장실에 들어갔다. 물은 잘 나온다. lol


온수, 냉수 아무 문제없이 나왔다. 불과 한달전에 있었던 논산처럼 하루에 한번 샤워하기도 힘들었던 날을 생각하면 갑자기 카투사는 천국이란 생각까지 들었다.

 

오랜 여정을 샤워로 씻겨 버리고, 침대에 앉아 있는데 신 일병과 정 일병이 방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부대 방식대로 노크를 세번하고 일병 누구누구 입니다라고 외쳤다. 그럼 나는 들어오십시오라고 하며 문을 열어 주었다. 30분전 저녁 밥 먹을 때 배운거다ㅡㅡ;


이렇게 노크하는 것이 다른 부대원 방에 갈 때 해야되는게 우리 부대 방식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런 규칙이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고, 그냥 랜덤인 것 같다ㅡㅡ; 그만큼 빡센데 가면 빡센게 카투사다. 반대로, 편하면 무슨 수련회 온 것처럼 편한디 편한 부대도 있다.

 

정 일병이 들어와서는 '뭐해'라는 말과 동시에 나에게 조그만 쪽지를 던지듯 건네주었다. 정 일병은 어리둥절하고 있는 나에게 그것을 설명했고, 난 이게 뭔지 곰곰히 생각했다.


이 쪽지는 오늘 내가 소개해야 할 목록들이 나와 있는 것이었다. 나이, 이름, 학교, 여자친구, 종교, 토익점수, KTA에서의 사격, PT 점수 등 나는 오늘 저녁 9시 점호 시간에 전 부대원 앞에서 나를 소개해야 했다ㅡㅡ;


그냥 나한테 한 명씩 오라고 그러면 안돼? 귀찮게 시리...


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내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ㅡㅡ;

 

물론, 이 목록도 부대 전통으로 내려오는 것이었고, 꼭 그 목록 순서대로 외워 그대로 발표해야 했다. 전 부대원들도 신병 때 이것을 외워서 발표했기 때문에 내가 틀리면 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그런 족쇄같은 문화 같은 것이었다ㅡㅡ;


문제는 내가 외우는 것을 잘 못한다는 것에 있었다. 특히, 이런 쓰잘데기 없는 목록같이 살아가는데 쓸데없다고 느끼는 순간 내 뇌는 갑자기 금붕어 뇌처럼 한없이 작아졌다. 당연히, 잘 외어지지가 않았다


하지만, 난 꼭 해내야 했다. 전 부대원들과의 첫 만남을 망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난 1시간 남짓 남은 시간 동안 열심히 외웠다. 많이 남은 군생활 동안 찍히지 않기 위해 정말 필사적으로 외웠다. 학교 다닐때, 거울 보고 프레젠테이션 연습을 해봤지만, 이런 걸로 거울까지 보면서 했다ㅡㅡ;

 

이렇게 준비한 자기소개 발표, 드디어 저녁 점호 시간이 다가와 발표를 하게 되는데


★주의
이 글은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된 소설입니다. 카투사 생활을 한 필자가 겪고 들은 일을 재구성해서 꾸몄음을 미리 밝힙니다. 감사합니다. 에핑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