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가 나에게 투덜댄 이유
나와보니 출구와 가까운 곳은 모범택시가 그 다음 차선은 일반택시가 있었다. 나는 괜히 모범 택시를 탈 필요가 없기에 그냥 일반 택시를 잡아 탔다. 친구가 알려준 주소가 핸드폰 문자에 있기에 핸드폰을 열고 택시 뒤에 캐리어 가방을 넣고 나도 탔다. 중년의 택시 기사 아저씨는 나에게 눈 인사를 했지만 본체만체 하고, 나는 핸드폰 화면에 뜬 주소를 아저씨에게 불러줬다. 아저씨는 그 주소대로 차를 몰았고, 그런데 운전하면서 나에게 들릴 듯 말 듯 투덜거리는 것이었다.
목소리가 작았기에 처음에 나는 무슨 노래를 부르는지 알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어보니 뭔가 단단히 삐친 말투로 보였고, 상당히 불만족스러운 듯 표정이기에 단숨에 나는 이건 노래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처음에 인사를 받아주지 않아서 화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택시기사 아저씨가 투덜거린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친구의 집은 기본요금보다 500원 정도 더 소요된 짧은 거리에 있었던 것이다. 내리면서 요금을 주면서도 아저씨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돈이 제대로 맞나 돈만 쳐다보았다. 택시기사 아저씨 얼굴을 보니 역시 약간 굳은 얼굴이다. 돈을 주고 캐리어를 들고 내리는 동안 약간의 시간이 걸렸는데, 왠지 빨리 안 내리면 투덜거리는게 아니라 짜증을 낼 까봐 조마조마했다.
택시를 타면서도 이렇게 조마조마할 때가 있다니. 나는 솔직히 친구의 집이 이렇게 가까운지 몰랐다. 약간 외진 곳에 있어서 시내 버스는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매번 이렇게 동대구역에서 택시를 타고 와야 한다면 차라리 걸어 오는게 더 나아 보였다.
택시기사 아저씨의 입장을 생각 못하는 것은 아니다. 친구에게 물어보니 동대구역에는 거의 500미터가 넘도록 택시가 항상 대기 중이라고 한다. KTX에서 내린 손님을 태우기 위해서 그렇게 무작정 기다리는 것이다. 만약, 대박 손님이 아닌 나 같은 단거리 손님이라면 택시기사 입장에서도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나를 태워주고 다시 동대구역에 오면 그 택시기사 아저씨는 또 500미터 맨 뒤에서 기다려야 한다. 3000원 벌고 30분이 될 수도 1시간이 될 수도 있는 시간을 또 마냥 기다리는 것이다. 그에 따른 기회비용도 만만치 않다. 기다리는 동안 공회전을 하니 기름값도 더 들고, 물론 적은 금액이지만 담배도 한 대라도 더 피우면 담뱃값도 든다. 그 보다도 다른 택시기사들은 장거리 운전을 많이 가는데 자기는 운이 없다고 한탄하고 있으니 정신적인 고통이 무엇보다도 클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택시기사들이 당연히 화낼 수도 있는 상황인 것처럼 보인다. 그래도, 우리는 손님이다. 택시는 손님이 어디를 가든 (택시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손님을 거부할 권리가 없다고 한다) 태워줘야 한다. 택시도 서비스업이기 때문이다. 택시기사 아저씨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우리에겐 최상은 아니더라도 준수한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아무리 적더라도 택시 요금은 우리 손님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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