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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투사 스토리 6편: 교통사고 나면 어떻게~

에그2 2011. 3. 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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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운전 험하게 하는 임 일병

내 후임 임 일병은
아주 덤벙된다. 운전하는 옆 자리에 앉으면 꼭 한 두번씩 급브레이크를 밟아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다. 또, 어느 날은 차에 휘발유를 넣는데, 부주의로 휘발유를 땅에 쏟은 적도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많이 꾸중도 들었는데, 이제 그럴려니 하고 넘어가고 있다. 아무리 말해도 바뀌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이런 애는 때려서라도 가르쳐야 된다지만, 요새 군대에는 구타가 없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어쩔 수 없이 임 일병이 운전하는 차를 타면 자연스럽게 손은 손잡이로 향하고, 좌회전을 하려고 하면 내 고개는 어느새 오른쪽을 향해 차가 오는지 안오는지 살피고 있다. 내 살 길을 찾으려 애쓰는 모습ㅡㅡ^
가끔 다른 차가 오른쪽에서 오려고 하면 나는 소리 지르길 두려워 하지 않는다. 오직 다른 차가 두려울 뿐. 임 일병의 성격만 보면 교통 사고는 당장 내일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결국 사건이 터졌다. 첫 교통 사고가 난 것.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다. 다만 차가 약간 찌그러져 간단한 수리를 받을 정도. 임 일병은 극도로 우울해졌다. 내가 보기에 무슨 조울증 같은 증세도 있었던 것 같다. 사건의 발단은 아주 간단하다. 후진 주차하다 옆 차의 범퍼를 미는 것도 모르고 계속 후진했다ㅡㅡ;

임 일병은 며칠 간 우울해 하더니 몇 주 지나니 다시 원래 성격으로 돌아왔다. 다시 까불까불 거리고 덤벙대고...난 또 생각했다. 조만간 또 교통사고 한번 나겠구나 하고ㅡㅡ;

결국 또 터졌다. 이번에는 임 일병이 뒤에서 앞 차를 박았다. 눈 길에 미끄러져 브레이크가 밀려 앞차를 박은 것이다. 물론, 인명피해는 없었다. 다만 우리 차에 작은 스크래치가 났다. 사실, 스크래치라고 해도 부끄러울 만큼, 거의 바늘 모양으로 아주 작았다.
앞 차는 번호판이 약간 찌그러졌다. 그냥 접촉 사고, 그 중 가장 경미한 접촉사고라고 해두면 딱 좋을 그런 사고였다.

그런데, 
앞 차에 타고 있던 사람이 목 뒷덜미를 잡고 나오는 것이었다. 어디 심하게 다친 사람처럼 차 밖으로 어슬렁어슬렁 기어 나오는 모습이 오늘 한번 크게 뜯어 먹어보자라는 늙은 호랑이처럼 보였다. 이건 누가봐도 황당했다. 그 정도 접촉 사고로 목까지 잡을 그런 상황이 아닌 것이다.

아무튼, 이 두 번째 사고로 임 일병은 지난 번보다 극도의 우울 증세를 보였다. 말도 거의 않고, 몽유병 환자인마냥 이리저리 사무실을 돌아다녔다. 그러길래 운전 좀 똑바로 하지 그랬어...라는 부대원들의 위로에도 묵묵무답이다. 나는 이미 예상했던 일이었기에 놀라지도 않고 매정하게 위로도 하지 않았다.

운전은 아무리 오래해도 사고는 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사고는 본인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방심은 금물이고, 또 항상 주의를 살피는 안전의식이 필요하다. 카투사에 운전병으로 오는 사람들은 꼭 안전운전해 무사고 전역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도...지금 무사고 전역까지 40일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