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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투사 스토리 3편: 사랑니 3개 뽑은 사연

에그2 2011. 3. 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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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부대 내에는 병원이 있다. 일반 병원도 있고, 치과도 있다. 미군, 미군의 가족들은 물론 카투사들도 언제나 이용할 수 있다. 카투사가 일반 육군과 달리 아주 좋은 점은 이런 미군 시설을 무료로 언제나 이용가능하다는 데에 있다. 나도 여기 와서 다리를 삣긋해서 2주간 목발을 짚고 다닌 적이 있고, 눈병 나서 거의 한 달간 격리조치된 적도 있다. 사랑니도 3개나 뽑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많이 아팠던 것 같다.

이미 짐작했겠지만, 이번 주인공은 나다. 난 미군 부대 병원을 아주 많이 이용한 카투사 중 하나로, 당부하고 싶은 말은 군대와서 아픈 나만 손해라는 점이다. 몸이 편치 못하면 우울하고 쓸쓸해진다. 가족들도 많이 생각나고, 군대라는 특수성 때문인지 몸이 잘 낫지 않다는 느낌도 받는다.

아무튼, 카투사 오기 전 나는 사랑니가 4개가 있었다. 그 중 한 개는 거의 다 드러나서 밥 먹을 때마다 음식물이 껴서 아주 불편했기에 군대 오기전 뽑을려고 했었다. 훈련소에서 아주 불편할 걸 생각하니 그냥 뽑아버리는게 나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래서 입대 한달전에 동네 병원을 갔는데, 신경이랑 이가 가까워서 뽑을 수 없단다. 발길을 돌려, 큰 병원에 갔는데, 큰 병원에서는 한 달간 기다려야 뽑을 수 있다고 했다. 한 달 뒤 입대인데...ㅠㅠ

그래서 결국 사랑니 4개를 달고 입대를 했다. 다행히, 훈련소에서의 더운 여름을 버티고, KTA를 거쳐 카투사 보직을 받았을 때, 나는 사랑니를 뽑으러 부대내 치과에 갔다. 사실, 반신반의였다. 동네 병원에서 뽑지 못한 사랑니를 여기서 뽑을 수 있을까. 하지만, 걱정은 기우에 그쳤다. 한번 의사가 엑스레이를 보더니, 날짜를 잡고 바로 뽑자고 한다. lol

여기는 의사도 군인이다. 이들 대부분 군인 계급을 가지고 있는데, 보통 소령이나 대위 정도다. 물론, 이들은 의술을 미국에서 배웠을 것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미국 의술이 우리 나라보다 좋다는 것(최소한 동네 병원보다는)을 새삼 느꼈다.

드디어 수술 날짜가 다가왔고, 나는 앞치마 같은 것을 걸치고 눈이 부신 의자에 누웠다. 눈이 부신 걸 알았는지 간호원은 나에게 선글라스도 줬다. 또, 손에 힘을 줄 작은 장난감 고무 럭비공까지 줬다. 럭비공을 보니 이곳저곳 손톱 자국이...
럭비공의 용도가 새삼 궁금해졌다ㅡㅡ;

이런저런 생각을 할 찰나에, 어느새 의사는 내 양쪽 입을 부여잡고 거의 입을 찢을 기세로 잡아당겼다. 사랑니가 어금니 뒤에 아주 깊숙히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마취 주사의 따끔한 순간을 견디고, 지금은 사랑니 주변의 잇몸을 찟고, 흔들흔들거려 그냥 뿌리채로 뽑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이건 마치 생니를 뽑는거나 마찬가지란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이미 움직일 수 없는 처지였다.

한 30분이 흘렀을까. 사랑니가 흔들흔들 거리더니 빠졌나 보다. 사실, 마취가 되어 있어서 뽑히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간호원이 뿌리까지 드러난 커다란 이빨을 내 눈 앞에서 흔들어 보였기에 비로서 알 수 있었다. 나는 신기해서 눈이 휘둥그레 커졌고. 드디어 뽑았다는 쾌감에 기분도 좋았다.

이후 의사는 침을 뱉지 말고 약도 빼먹지 말고 먹고 등등 조언을 해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고, 얼얼한 입을 여러번 만지며 수술실에서 빠져 나왔다. 화장실에 가보니 내 양쪽 입술 끝은 빨갛게 되어 마치 배트맨에 나오는 조커처럼 되어 있었고, 마취를 오른쪽 아래 잇몸만 해서 그런지 오른쪽 입술만 부어 올라 마치 뉴스에나 나올법한 성형수술 부작용 모습처럼 보였다. 한마디로 웃긴 모습이었다.

한 일주일 정도 음식을 먹을때마다 고생 좀 하고 하니까 다 나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동네 병원에서도 마다한 사랑니를 뽑아준 덕택에 나는 여기서 사랑니 두 개를 더 뽑게 되었다. 총 세개를 뽑은 셈. 지금 왼쪽 아래 사랑니가 하나 남았는데, 제대하기 전 아예 뽑고 갈까 생각 중이다.


eppinggreen@londonpoint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