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견

집안 일만 한다고 무시하는 남편이 못난 이유

에그2 2011. 4. 2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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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은 결혼을 하면 가사에 집중하게 된다. 요즘 시대가 달라져서 결혼을 해도 직장에 계속 다니는 여성도 생겨나곤 하지만, 그와 마찬가지로 결혼함과 동시에 아무리 높은 연봉을 받더라도 아이의 교육을 위해서라도 혹은 아이와 함께 시간을 같이 보내기 위해서라도 가사에 집중하는 여성도 더 많아졌다. 이래저래 어쩔 수 없이 가사에 집중하는 주부, 이제 주부님(?)이라고 불러야 할 지도 모르겠다. 그 이유는 지금부터 말하는 주부들의 가사활동이 우리 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아마 일부 남성분들은 지금 이 글을 보면서도 집안에서 청소하고, 설거지하고, 빨래하는 주부들이 어떤 경제적 효과가 있냐고 썩소를 날리고 있는 분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분명 주부들의 집안일이 우리 나라에 크나큰 경제적 효과가 있다.

 

GDP가 경제의 다가 아니다

 

우선, 집안 일은 GDP에 집계는 되지 않는다. 하지만, GDP에 집계가 되지 않고, 그래서 우리 나라 경제 성장률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해서 집안 일을 무시하는 것은 큰 오류다. 사실, GDP 자체도 큰 오류를 내포하고 있기에 GDP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서 가사일을 무시하는 것은 큰 오판이라고 할 수 있다.

 

GDP는 집안일 뿐만 아니라 생산적인 일, 또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일이지만 금전적이거나 공식적인 일이 아니라면 GDP 집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심지어, 생활의 질을 높여주는 봉사활동, 위키 같은 유용한 정보의 공유 등도 GDP와는 무관하다. 특히,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즉 부자와 서민 사이의 부의 분배도 설명하지 못한다. 따라서, GDP를 맹신하는 것은 큰 오판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GDP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 사회에 꼭 있어야 할, 그래서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 그리고, 주부들이 집안에서 하는 가사 활동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가사 노동의 수고와 그 기회비용?

 

주부들이 하는 집안 일은 어떤 것이 있을까. 집안 일의 궁극적 목적은 집안의 청결이다. 청소기도 돌려야 되고, 아기가 음료수를 쏟았다면 걸레질도 해야 한다. , 매일 밥도 먹어야 살 수 있으니 밥도 해야 한다. 물론, 밥만 먹고 살 수는 없으니 반찬도 해야 한다. 반찬도 또 한가지만 먹을 수 없으니 여러 가지를 해야 한다. 반찬만 먹고는 살 수 없으니 국이나 찌게류도 만들어야 한다. 다 떨어졌다면 시장 가서 그것들을 사와야 한다. 그리고, 밥을 먹었으면 설거지를 해야 하고, 빨래도 해야 한다. 빨래가 끝났다면 말려야 하고, 다 말랐다면 옷을 개야 한다.

 

이렇게 단순한 일임에도 불과하고 해야 할 일이 엄청 많은 것이 집안 일이다. 게다가, 이런 일을 반복적으로 매일 한다는 것은 엄청난 노동이 아닐 수 없다. 엄청난 수고를 들인 말 그대로 가사노동라고 불리는 이유가 된다. 재미있는 만화책도 매일 보면 질리듯이, 똑같은 노동을 매일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엄청난 고통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직장을 그만두고 가사일을 선택한 주부의 기회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 가사일의 기회 비용은 직장에서 받을 수 있는 연봉을 포기한 것이기 때문에, 그 연봉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만약 3000만원의 연봉을 포기했다면 가사 노동의 가치는 최소 3000만원이라는 것이다. 딸을 시집이나 가라고 윽박지르는 어머니가 있다면, 이는 현재 그 딸이 잃을 기회비용이 적어서라는 뜻도 된다. 물론, 우리네 어머니들이 이런 걸 계산할리는 없지만, 굳이 경제적으로 분석하면 그렇다는 말이다.

 

가사노동은 곧 내조!

 

위에서 가사노동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살펴봤다. 물론, 아직까지 뭘 모르는 남편은 밖에서 돈을 벌어 오는게 더 힘들다고 입이 삐쭉 나온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사 노동도 최소한 밖에서 돈을 벌어 오는 것만큼 혹은 그보다 더 힘든 일일 수 있다.

 

먼저, 왜 남편들이 가사 노동을 무시하는 경우가 생기는지 알아보자. 사실, 남편들은 밖에 나가서 돈을 벌기에 바빠 집안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위에서 봤듯이 가사노동은 엄청 많고,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3D 직종과 비슷하다. 하지만, 남편들은 언제나 깨끗이 정돈된 집만 보게 된다. 출근하기 전 혹은 퇴근한 후에는 주부들이 깨끗이 정돈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낮 동안에 얼마나 집안이 더러웠는지 모르는 것이다.

 

주부들은 이렇게 남편이 밖에서 열심히 돈을 벌고 오면 최대한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게 해준다. ‘가사노동=내조라는 이름으로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집에서 최소한 더 받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야구 선수 혹은 축구 선수들이 대부분 일찍 결혼하는 것도 이와 비슷한 이유라고 불 수 있다. 아내의 내조를 받아 가정의 안정감을 얻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고, 그래서 결국 좋은 성적과 높은 연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것이다.

 

이런 가사 노동을 무시하는 남편은 자기 얼굴에 침 뱉기?

 

종종 드라마를 보면 남편들이 주부들보고 집안일만 하면서 뭘 알아!’ 소리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일상 생활에서 무심코 그런 말을 한다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가정 문제는 물론 길게 보면 우리 나라 경제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한 남편이 위에서처럼 가사 노동을 무시하는 말을 했다고 하자. 이건 결국 가사 노동의 엄청난 수고와 고통을 무시하는 처사인 동시에 주부들이 다시는 가사 노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게 한다. , 밥도 하기 싫고, 빨래도 하기 싫어지는 동기부여 이탈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 경우 심하게는 더 이상 집안 일들을 하는 가치조차 느끼지 못한다. 당연히 집안은 꼴이 말이 아닐 것이다.

 

남편이 퇴근했는데 주부가 집안일을 하지 않아 여전히 더럽고 어수선하다면 당연히 스트레스가 쌓인다. 이미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왔는데, 거기에 또 스트레스가 쌓여 폭발할 지경이다. 아내와 한바탕 싸우든지 화해하든지 해야 한다. 결국 가사 노동을 무시하는 한마디를 했다가 일이 커진 셈이다. 하지만, 이미 후회해도 소용없다.

 

만약 여기서 화해하지 않고 한바탕 또 싸웠다면 어떨까. 이럴 경우, 다음 날 출근해서도 남편은 마음이 편치 못할 것이다. 이틀 연속으로 아내에게 화를 냈다는 그 미안함이 들 수도 있고, 철부지 없는 남편이라면 일하면서도 씩씩거리며 열 받아 있을 수도 있다. 당연히, 이런저런 생각에 일의 효율은 떨어지게 되고, 이런 효율 하락은 자기 회사가 경쟁 회사에 뒤쳐지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국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 GDP의 하락도 막을 수 없다. 결국 GDP에 포함되지도 않는 가사노동이 이렇게 GDP의 하락을 야기시킬 수도 있다는 말이다.

 

위의 논리적 전개는 약간 과장되었지만, 가사노동이 중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주부들의 가사 노동을 밖에서 돈을 버는 만큼의 수고로 인정해주는 것이 남편, 가정은 물론 국가 경제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평일에 바빠서 하지 못했지만, 주말에는 아내에게 따뜻한 한 마디라도 하는 그런 남편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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