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상한가 제도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

상한가는 우리 나라에만 있는 제도다. 일일 주가 변동폭을 줄이기 위해 마련해 놓은 것인데, 미국, 영국 등 선진 금융 시장에는 상한가 혹은 하한가 제도가 없다. 이들 나라에서는 그 회사가 좋다면 상한가 이상의 급상승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 회사가 나쁘다면 하한가 이하의 급하락도 용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용인할 수 있는 이유는 당연히 그들의 시장이 보다 합리적으로 움직이고 있고, 주식 시장 참여자들도 보다 합리적으로 주식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반면, 우리 나라에서는 주식 시장을 한탕주의로 보고 도박처럼 주식 시장을 악용한다는 판단 아래 정부가 상하한가 제도를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가 일일 주가 변동을 이렇게 제한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주가의 급변동이 가져다줄 수 있는 혼란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개인투자자들의 무분별한 투자를 막고 피해를 줄이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하한가 제도가 주가조작 세력에 의해 악용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주가조작 세력들은 특정 주식을 상한가로 만들면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상한가보다 더 많은 상승률을 기록한 주식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당일 상한가를 기록한 종목은 뉴스에도 가장 먼저 나오고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게 된다. 즉, 해당 주식에 대한 간접광고가 되는 것이다.

당일 최고 상승률이라는 인식으로 사람들은 상한가를 기록한 종목에 관심을 가진다. 그리고, 그렇게 급상승한 종목을 종종 매수하기도 한다. 물론, 상한가 물량이 많을 때에는 그저 지켜보고만 있어야 한다.

바로, 이 때에도 주가조작 세력이 가담할 수 있다. 바로, '상한가 굳히기' 수법이다. 상한가 굳히기는 상한가 매수 물량을 대량으로 쌓아 놓아 다른 투자자들이 매수할 수 없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주가 조작 세력들은 물량 조절에 나서는 것이다.

만약 상하한가 제도가 없다면 어떨까요?

만약 상하한가 제도가 없다면 주가조작 세력들은 물량을 조절할 수 없다. 상한가 물량 혹은 하한가 물량을 쌓아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주가가 제한없이 변동하기 때문에 그들은 더 비싼 가격으로 혹은 더 싼 가격으로 거래를 해야 한다. 결국, 물량조절은 물론 가격 통제도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상하한가의 15%라는 제한이 없다면, 수많은 종목들이 당일 30% 또는 100%의 상승 종목이 나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럴 경우, 주가조작세력들은 이런 종목들에 뒤지지 않기 위해 더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 상한가 제도일 경우에는 상한가에만 올려놓으면 광고가 되는데, 이제는 다른 주식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주가 상승이 높아야만 사람들의 이목과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상하한가 제도를 폐지해야 할까요?

우리 나라도 하루빨리 폐지를 해야 한다. 그리고, 주가조작 세력들이 이러한 제도를 악용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개인투자자들의 공부가 필요하다. 스스로 주식 투자하기 위해 공부를 하고, 공부하지 않을 경우 주식 시장이 아주 위험한 곳이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게다가, 다른 주식 전문가라는 사람을 쉽게 믿어서는 안된다. 그들이 만약 상승할 주식을 알고 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 내가 만약 주식 전문가라면 나 스스로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혹은 적금을 다 깨서 혼자 투자할 것이다.

상하한가 제도가 어쩌면 개인투자자들을 온실에만 가둬두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한다. 온실을 벗어나 야생에 나가야 위험한 곳인지 알고 준비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준비를 통해 한단계 더 발전을 할 수 있다. 진정으로 주식 투자자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상하한가 제도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상하한가 제도를 폐지하지 않는 한 선진국 금융 시장에 들어설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여러가지 다른 이유를 들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 지금 우리 나라가 아직 MSCI 선진시장 지수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나라 주식 시장이 건전하지 않고 개인투자자들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이런 불필요한 제도 때문에 선진 금융 시장에 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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