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에 카투사 신발 신고 가보니
어제는 이태원에 갔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날씨가 추워 신발장에서 카투사 군화를 꺼내 신고 외출했다. 카투사 군화는 미군 군화랑 같은 베이지색의 군인 신발이다. 하지만, 한 때 유행했던 워커 신발과 비슷해 카투사들이 많이들 신곤 한다.
예전 카투사 때 자주 왔던 해밀턴 호텔 앞을 오랜만에 거닐게 되었다. 제대한지 3년이 더 지났지만 카투사 때 자주 방문했던 곳이라 예전 기억이 더욱 생생했다.
이렇게 이태원 거리를 거닐며 둘러보니 이전보다 더 많은 외국인들이 보였다. 백인, 흑인, 동남아인, 아랍인 등 수많은 인종이 이태원 거리 안에 공존했다. 이렇게 많은 외국인들을 둘러보니 왠지 정말 외국에 나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 카투사 시절 추억이 생각나는 결정적인 사건이 하나 있었다.
나는 횡단보도 앞에 길을 건너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며 서 있는데, 외국인 무리들이 내 앞의 택시를 나눠 타고 있었다. 머리 스타일을 보니 딱봐도 미군 사병들이었다. 이들은 다시 부대로 돌아갈 모양으로 택시 기사에게 Gate 1으로 가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 때 무리 중 한 남자가 나의 신발을 보더니, 나를 보고 How are you doing? 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다시 이 친구가 한 말을 그대로 되받아치며 How are you doing? 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영어로 볼 때, 그냥 인사에 불과하다. 아주 단순히 가장 많이 쓰이는 인사말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짧은 인사는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이 인사를 나눈 후 나는 카투사에 대한 추억이 마구마구 떠올랐던 것이다. 미군들과 배럭을 같이 청소하고, 피티를 같이 하고, 농구도 같이 하고, 같이 술집도 가고 등의 추억이 마구 떠올랐고, 같이 총을 쏘고 트럭을 타고 험비를 몰던 그런 다소 힘들었지만 보람찬 기억도 스쳐 지나갔다.
심지어, 다시 군대에 갈 수 있다면, 카투사로 갔으면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만큼 그 때 시절 힘들었던 기억도 있지만, 재미있었던 기억도 많았던 탓이다.
어제는 카투사 신발 하나 신었는데, 카투사 생활에 대한 추억을 되새김하는 좋은 기회였다. 다시는 카투사로 돌아갈 순 없겠지만, 그 추억은 이처럼 기억 속에 영원히 간직하고 있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