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 나라는 야근을 해야만 할까
내 친한 친구도 일이 늦게 끝날 때가 많다. 영국에서 유학한 후 우리 나라의 한 대기업에 취직을 했는데, 같이 술 마실 때마다 하소연이 끊이지 않는다. 그만둘까 고민도 많이 하고, 직장 문화에 적응을 못하겠다는 체념도 많이 한다. 나는 옆에서 그저 세상 사는 것이 다 그런 것이니까 조금만 참고 하라고 말하지만, 내 친구는 내 말을 듣는지 마는지 그저 술잔만 기울이고 있다.
◆왜 우리 나라 직장인들은 야근을 해야 할까
영국이나 다른 서양의 나라들을 보면, 칼퇴근이 기본이다. 시간의 차이는 다소 있지만, 보통 9시에 출근해서 5시에 퇴근을 한다. 점심시간 1시간 정도를 제외하고 하루에 7시간 정도 일하는 것이 보통이다. 점심 시간은 일하는 시간으로 포함되어 급여에 포함되는 것 또한 보통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 직장인들의 모습은 이와 다를 때가 많다.
직장에서 상사가 야근을 하는 날에는 그 밑의 직원들도 야근을 해야 할 때가 많다고 한다. 다른 이유 없이 자기 상사가 야근을 한다고 해서 야근을 하는 경우다. 자기는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 남아 있는 이유조차 모를 때가 많고, 이럴 경우 남아 있어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야근을 하면서 집에 늦게 들어가고 일로 인한 스트레스는 점점 쌓이게 된다. 스트레스가 점점 쌓이고, 직장에 대한 정도 점점 떨어지게 되며, 결국 일의 효율성 또한 점점 하락하게 된다.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으면 당연히 회사의 일이 자기 마음대로 잘 풀리지 않게 된다. 다시 말하면, 직원에게 아무 의미 없는 야근을 시키는 것은 일의 효율을 떨어뜨리게 되고, 결국
회사 자체의 수익이 감소하게 되는 결과를 낸다. 즉, 야근은 일을 많이 하는 것처럼 보여도 야근을 시키는 것 자체가 장기적으로는 회사에 손해가 된다는 역설이다.
직장인 스스로도 잦은 야근은 개인의 삶의 여유를 빼앗아버리기 때문에 삶의 균형을 맞추기 힘들어 진다. 특히, 결혼한 후 자녀까지 있는 경우, 자녀와의 시간을 충분히 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가정의 화목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도 많이 발생한다. 어떻게 보면, 사소할
것 같은 기념일 같은 것을 챙기지 못해서 가족간의 화합을 깨트리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회사에 손실인 동시에 개개인에 대한 손실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고질적인 야근은 우리 나라가 반드시 고쳐야 할
문화이다. 이것은 개개인의 삶을 보다 풍요롭고 자유롭게 만드는 걸 방해하는 가장 악질적인 관습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인간은 밤새도록 일을 할 수 없는 동물이다. 밤을 새면, 정신력이 흐려지고, 심장
박동수는 빨라지며(건강에 해로우며), 집중력도 떨어진다. 이런 인간의 특성을
무시하고 야근을 강조하는 기업들은 당연히 인간의 능력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 이 세상의 젊은이들이 모두 슈퍼맨은
아니다. 그리고, 기업들도 직장인들을 슈퍼맨으로 만들 권리는
없다. 그깟 월급이 얼마나 된다고 조직문화라는 허울만 좋은 이름 아래 야근을 시키는 것은 아무리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조직 문화라는 이름으로 야근을 정당화?
가령, 영국에서 야근은 일을 시간 내에 끝내지 못한 직원들이 어쩔 수 없이 하는 일로 생각한다. 학교에서 뒤쳐진 학생들이 하는 나머지 공부하듯 말이다. 애초에 일이 일과시간에 맞게 주어지는 것도 있지만, 일을 끝내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이 뒤쳐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직원들은 더 열심히 하게 된다. 따라서, 모든 직원들이 일과시간 안에 일을 마치려고 노력을 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물론, 모든 영국 사람들이 일을 시간 내에 끝마칠 정도로 유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영국도 야근이 종종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야근을 하는 이유는 명확히 정해져 있다. 단순히 말하면, 하고자 하는 일이 아직 끝났지 않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즉, 야근을 하는 사람도 자기가 야근을 하는 동안 무엇을 해야할 지 정확히 알고 있고, 빨리 끝내 집에 가서 휴식을 취할 생각에 야근의 능률도 꽤 높다. 우리 나라처럼 아무 이유 없이 상사가 남아 있기 때문에 야근을 하는 그런 어처구니 없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라면 한번 상상해보자. 상사가 야근을 하는데, 자신 있게 퇴근을 하겠다고 말하는 자신을 말이다. 모든
사람들이 이런 상황을 꿈꿀 것이다. 나도 그렇고 내 친구도 그러하다.
하지만, 이걸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렵다. 직장
상사에게 괜히 밑 보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바꿔야 한다. 상사가 야근을 하면, 최소한 왜 야근을 하는지 이유는 물어보자. 제대로 된 상사라면, 남아 있는 사원들은 그냥 퇴근하라고 하거나 아니면 이런 저런 일을 끝마칠 것이 있으니 좀 도와달라 라고 말을 할 것이다. 우리는 거기에 따라 행동을 하면 되는 것이다.
무작정 상사가 남으니까 자발적으로 남는 그 행동이 모여 지금의 야근을 당연시 하는 조직 문화로 고착되었다. 이걸 바꾸기 위해서는 그 자발성을 없애는 것이고, 이 자발성을 없애려면 최소한 위에서 말한 상사가 야근을 할 때 왜 하는지 물어보는 것이다. 직장 내에 '~카더라' 통신으로 떠도는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무작정 야근을 하는 것이라면 또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잦다면, 그것만큼 스트레스 받는 것도 없다. 따라서, 최소한 정확한 이유를 알고 야근을 하도록 하자. 만약, 아무 이유 없이, 합당한 이유 없이, 그냥 단체 징벌적 이유로, 게다가 자기 잘못도 아닌 이유로 야근을 하는 날이 잦다면, 내가 생각하기에 당장 그런 회사를 때려치는 것이 자신을 위해 회사를 위해 더 낫다고 본다.
회사는 일로서 사람들이 만나고 그것을 통해 조직문화를 형성했다. 정당하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없다면 그런 조직문화의 토대가 산산히 허물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아무 이유 없이 하는 야근은 건실한 조직 문화를 위해서도 꼭 없어져야 할 우리들의 유산 아닌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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