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견

왜곡된 우리 나라의 결혼식 문화, 바뀌어야

에그2 2012. 4. 23.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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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는 인천까지 친구 결혼식에 갔다 왔다. 서울에서 인천까지 갔다 오는데 힘이 들었지만, 그래도 친구가 결혼한다는데 빠질 수 없었다. 그런데, 신랑신부 축하는 축하지만, 우리 나라 결혼식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다. 우리 나라 결혼식 문화에 대해 할 말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 결혼식장은 마치 짝짓기 공장 같아

 

조금 과격한 표현일 수 있지만, 결혼식장에 방문하면 종종 느끼는 것이 있다. 호텔 같은 곳은 조금 덜 하지만, 웨딩홀 같은 데에서 결혼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치 강아지, 고양이 등을 교배하는 그런 동물 농장에 와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한 커플이 1층에서 결혼을 하는 동안, 2, 3, 4층 등에서도 동시에 결혼식이 이뤄진다. 그리고, 한시간 정도 결혼식이 진행된 후 같은 장소에서 또 다른 커플들이 또 결혼식을 진행한다. 이렇게 결혼식장이 밤 10시에 문을 닫을 때까지 계속 이어진다. 마치 결혼식이 진정으로 축하받기 위한 축제가 아닌 그저 일생에 한번 웨딩드레스를 입고 턱시도를 입는 것에 위안을 둔 것 같은 아주 치졸한 축제와 같다.

 

동시에, 그들의 결혼을 축하해주러 온 손님들도 이런 결혼식을 반기지 않는다.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종종 빠듯한 결혼 예식 때문에 식당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기 때문이다. 전 타임 때 결혼한 하객들이 음식을 다 먹지 않은 경우도 많고, 다음 타임 때 식당을 이용해야 하는데 바빠서 식전에 밥부터 먹을 수도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먹는 속도를 맞추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 늦게 먹어 다음 타임 때의 하객과 겹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래저래, 결혼식이라는 짝짓기 공장에서 그 짝짓기를 축하해주러 온 손님들도 마치 백화점 바겐세일이란 말을 듣고 몰려온 수많은 인파들에 둘러 쌓인 것처럼 불편함을 느껴야 한다. 평화롭고 고요해야 할 주말이 여느 평일처럼 바쁘고 우왕좌왕하게 흘러만 가는 것이다.


 

불필요한 결혼 예식은 모두 없어져

 

결혼식장에서 신랑 신부는 마치 패션 쇼처럼 우아하게 입장을 한다. 남자는 턱시도를 입고, 여자는 길게 늘어뜨린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다. 모두 멋있고 예쁘다. 박수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카메라 플래시도 불을 뿜는다. 다 좋다. 나도 축하해준다. 그런데, 신부신랑 입장, 주례, 축가, 사진 찍기 다 좋지만, 단 한가지 못마땅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폐백이다. 나는 폐백이 결혼식장에서 가장 불필요하여 없어져야 할 대표적인 예식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논란이 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결혼식에서 우리 고유의 문화가 남은 것이 그나마 폐백이라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우리 고유의 결혼식 문화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되묻고 싶다. 그렇게 우리 나라 고유의 결혼 문화 풍습이 중요하다면 애초부터 한복을 입고 결혼식을 시작해야 하지 않냐고 말이다. , 서양식으로 양복과 웨딩드레스를 입고 시작했으면, 서양식으로 끝내고, 전통 혼례를 하려면 처음부터 전통혼례를 하란 뜻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한복을 입고 하면, 신랑 신부 입장에서도 결혼식 날에 갈아 입을 필요도 없이 아주 편리하다. 가뜩이나 준비할 것도 신경 쓸 것도 많은 결혼식에 왜 이런 번거로운 일들을 할까 궁금한 것이다.

 

게다가, 폐백은 한복만 입는다고 폐백이 아니다. 폐백에도 복잡한 절차가 있다. 폐백을 올리고, 절을 올리고, 술을 권하고, 안주를 권하고, 덕담을 해주고 등 열 몇 가지 매뉴얼이 정해져 있는 것이다. 무슨 결혼식이 누구에게 잘 보여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 절차와 과정이 왜 필요한지 이해할 수가 없다. 결혼식은 신랑과 신부가 뜻을 합쳐 가정을 이루고, 그 행복을 기념하기 위한 축제다. 그리고, 축제는 그 자체로 행복해야 한다. 틀에 박힌 절차와 그 절차를 왜 하는지도 모르는 즉, 그저 하라고 하니까 하는 그런 폐백은 신랑 신부의 행복을 빌어주는 것과 거리가 먼 것이다.


 

불필요한 예식이 없어져야 하는 이유

 

소고기가 왜 비쌀까. 휘발유는 또 왜 비쌀까. 편의점은 왜 대형마트보다 비쌀까. 이들의 공통점은 유통과정이 복잡하다는 것에 있다. 원가가 싼 물건도 나중에는 비싸진다. 여러 과정을 거치는 동안, 마진이 붙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중간업자들이 수익을 나누고, 점점 최종 소비자로 그 제품 및 서비스가 이동하면서 그 가격이 부풀려진다. 그리고, 결혼식도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결혼식을 하는데 과정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비용이 추가된다는 뜻이 된다. 예식장 비용은 임대료라고 쳐도, 웨딩 드레스를 빌리는데도 돈, 폐백을 위해 입는 한복을 빌리는 데도 돈이 든다. 그리고, 예복이라고 해서 결혼식 끝나고 밥 먹는 하객들에게 인사를 할 때 입는 옷을 빌리는 데에도 물론 돈이 든다. 이처럼 빌리는 데에 다 돈이 든다. 어쩌면, 결혼식의 불필요한 예식을 줄이지 않는 것은 결혼예식 업체들이 이런 수익을 올리기 위한 꼼수로밖에 설명이 안된다. 결국, 불필요한 결혼식 절차들 때문에 혼수 비용만으로도 넉넉하지 못한 신랑 신부의 주머니만 더욱 얇아지는 셈이다.


 

왜곡된 결혼 문화, 당장 바뀌어야

 

위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결혼은 온전히 신랑 신부가 기뻐하고 행복해 하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 어떤 결혼식이든 최소한 신랑 신부가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갔던 수많은 결혼식장에서의 신랑 신부의 얼굴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물론, 겉으로는 해맑게 웃고 있다. 하지만, 친한 친구들은 그들 미소 뒤에 숨겨진 씁쓸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나라 사람들이 왜곡된 결혼 문화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은 신랑 신부의 축제라고 했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가문 혹은 집안간의 연결이라고 여긴다. 이것이 바로 우리 나라 결혼 문화 왜곡의 시작이다. 마치 신랑 신부가 서로 사랑해서 결혼하는 것이 아닌 집안끼리 사랑을 해서 결혼을 하는 것처럼 확대해석하는 것이다. 물론, 집안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결혼이 신랑 신부의 문제가 아니라 집안 문제라고 여기는 순간 허례허식이 자리잡는다.

 

가령, 집안이 결혼식에 깊은 관여를 하게 되면, 결혼식을 하는데 보다 더 근사한 곳에서 해야 하고, 화려한 드레스를 입어야 하며, 하객은 최대한 많아야 좋다고 생각하게 된다. 신랑 신부의 행복 보다는 겉으로 보여지는 것에 더욱 신경을 쓰는 것이다. 그리고, 일생에 한번 하는 결혼식이라고 하면서 비용 대비 효율성은 생각하지도 않고, 결혼 관련 업체에 무작정 비싼 비용을 지불하기도 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당연히, 결혼예식 업체들은 바로 사람들의 이 허례허식을 악용한다. 위에서 말했듯이, 온갖 서비스 요금을 붙이면서 돈을 받는 것이다. 마치 명품 가방이 비싸면 비쌀수록 많이 팔리는 것처럼, 왜곡된 결혼 문화는 결혼 비용을 부풀리게 하고, 신랑 신부는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비용을 치르면서 결혼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이런 악순환 속에 우리 나라 결혼식은 신랑 신부의 진정한 결혼식이 아닌 짝짓기 공장으로 둔갑하게 되는 셈이다.

 

우리 나라의 왜곡된 결혼 문화, 우리 국민들은 언제쯤 진정으로 신랑 신부가 행복한 결혼식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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