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외식업체에서 오토바이 배달을 하지 않는 이유
한국은 외식업체가 아주 발달했습니다. 한식, 양식, 중식 등 그 종류도 많고, 그 마케팅 전략도 아주 다양하게 발달되었죠. 손님이 원하면, 어디든지 배달하고야 마는 정신은 한 그릇이라도 더 팔겠다는 마케팅 전략에서 나온 것으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굳이 밖에 나가지 않아도 집에 앉아 편히 음식을 시켜 먹을 수 있어 한국 사회에 이미 당연시되는 문화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조선시대 양반들이 안방에 앉아 있으면, 부인이나 며느리가 밥상을 봐와 자기 앞에 대령하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지금은 남녀노소 자연스럽게 피자, 자장면, 치킨 등을 배달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다소 한국적인 문화가 베어 있는 배달 문화가 영국에도 있을까요?
영국도 있긴 있습니다. 아무리, 배달 문화가 한국적 문화가 베어 있다 해도, 배달 자체가 소비자의 편의를 위한 것이기에 영국에 있는 외식업체 등도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피자헛, 도미노 피자 같은 가게 앞에는 항상 오토바이가 배달을 위해 준비되어 있죠.
하지만, 영국 외식업체들은 한국처럼 배달이 일상화되어 있진 않습니다. 먼저, 영국은 외식(Eating out)이라는 것이 여가 생활의 한 부분으로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외출을 하고, 저녁을 먹은 후, 영화, 오페라, 콘서트 등을 보기 위한 한 과정으로 생각하죠. 따라서, 영국 외식 문화는 배달 자체가 끼어들 틈이 별로 없습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영국 사람들의 음식 문화 습관을 들 수 있습니다. 음식이 완성되고, 곧바로 맛을 봐야 그 음식 맛이 가장 맛있다는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는 것이죠. 음식을 만들고, 배달 오는 동안 이 집, 저 집 들리다 오면, 음식은 식기 마련이고, 그 맛은 떨어집니다. 자기 돈 주고 사 먹는다는 인식 아래, 그 음식으로 얻을 수 있는 최대 효용을 자신의 미각으로 최대한 느끼고 싶어하는 성격에 음식 배달 자체를 꺼려하게 되는 것이죠.
많이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마지막 이유로는, 영국 외식업체 자체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음식 배달을 하기 위해서는 배달원 고용과 오토바이 구매 등 외식업체의 초과 간접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통적인 영국 외식업체는 이런 것에 투자할 바에야 새로운 음식 개발이나 기존의 음식의 더 좋은 맛을 위한 투자를 더 선호하죠. 외식업체의 경쟁력은 결국 맛이라는 원칙을 지키는 것입니다.
결국 영국 외식업체에 오토바이 배달이 일상화되지 않은 이유는 소비자와 외식업체 각자가 그들의 원칙을 지키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나라도 소비자가 음식의 맛을 제대로 평가하고, 외식업체는 그 평가를 받아 더 발전해 나가는 그런 문화가 정착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