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영국이 의외로 올림픽 축구에 출전하는 이유

에그2 2010. 7. 26.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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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에서 열린 뜨거운 2010년 월드컵 열기가 이제 어느 정도 식었다. KT도 붉은 악마 티셔츠 회수를 종용하는 광고를 맨날 틀고 있고, 이제 REDS라고 쓰인 붉은 티셔츠는 이제 우리 나라에서 한물 간 패션에 불과하다. 월드컵이 끝난 후 우리 나라는 언제 그렇게 열광했는지 모를 정도로 다시 축구에 무관심해진다.  

한편, 월드컵이 끝날 때마다 영국에서의 분위기는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물론, 이번 월드컵에서 기대하지 못한 성적으로 마감했지만, 여름이 곧 가면 곧 세계 최고 리그라고 불리는 프리미어 리그가 개막하기에 월드컵의 열기만큼 확 달아오를 기세다. 정규 리그 티켓 값보다 싸다는 이유로 리그 시작 전 자기가 응원하는 클럽의 친선경기까지 따라다니는 팬들도 있으니...

하지만, 이번에는 축구에 대한 영국의 분위기도 기존의 것과 많이 다른 느낌이다. 이유는 월드컵과 함께 전세계인의 축제인 다음 올림픽이 2012년 영국 런던에서 열리고, 또 런던 올림픽 때 38년만에 처음으로 영국의 단일 축구 팀이 탄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

지금 현지 언론은 1972년 뮌헨 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올림픽 축구 경기에 영국 단일팀을 내보낼 가능성을 점쳤다. 근데 축구 종주국이라고 불리는 영국이 단일팀을 구성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우선, 영국이란 나라는 잉글랜드, 웨일즈,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4개 지역으로 구성되어 있고, 정식 명칭도 그레이트브리튼 및 북아일랜드 연합왕국(The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이다.

이들 4개 지역에는 각각의 축구협회가 있고, 모두 국제축구연맹(FIFA)에 가입되어 월드컵에 각각의 팀이 출전할 자격이 있었지만, 올림픽에는 영국이란 한 나라로 등록이 되어 있다. 즉, 월드컵에는 4개의 나라(잉글랜드, 웨일즈,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가 각각 출전할 수 있지만, 올림픽에는 영국(하나의 연합국)으로 출전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의 올림픽 규칙으로만 보면, 다소 성격은 다르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 나라가 북한과 축구 단일팀으로 구성해 나가는 것만큼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제와서 사람들이 영국 올림픽 단일팀 구성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현재 잉글랜드를 주축으로 한 영국 축구가 국제무대에서 기대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는데에 있다. 잉글랜드는 1966년 월드컵에서 우승 1회가 있을 뿐, 축구 종주국이란 명성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심지어, 1966년에는 자국 땅에서 열린 월드컵이었다. 2002년 우리 나라가 월드컵 4강에 올랐던 것처럼 홈 팀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서 간신히 우승한 것이다.

따라서, 잉글랜드는 1972년 이후 중단되었던 올림픽 축구 출전을 감행하고, 여기서 우승한 이후 축구 종주국의 명성을 이어가려는 술책인 것이다. 프리미어리그는 세계 최고 중 하나인데, 영국 국가 대표는 왜 최고가 아닌가 하는 세계인들이 가지고 있는 의문을 깨트리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번 남아프리카 월드컵에서 스페인이 그 의문을 깼듯이.

사실, 올림픽에서 축구가 처음으로 경기 종목으로 채택되었던 런던올림픽(1908년), 그리고 4년 뒤에 벌어진 스톡홀름 올림픽(1912년)에서 단일팀으로 영국은 연속 두차례나 우승한 적이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요즘 통 우승의 맛을 보지 못한 영국에게 2012년 런던올림픽은 자국 땅에서 벌어지는 최고의 기회인 셈이다. 스톡홀름 올림픽에서 우승한 이후 꼭 100주년이기에 우승을 한다면 그 기쁨은 배가 될 듯.

심지어, 영국 최고의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도 언론을 통해, "비록 내가 뛰지 못하더라도 런던올림픽에선 영국단일팀의 활약을 보고 싶다"라고까지 했지만, 축구 단일팀 구성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물론 만만치 않다. 잉글랜드에 이어 넘버2 자리에 있는 스코틀랜드 축구협회가 벌써부터 정체성 훼손의 이유로 거부하고 있기 때문.

따라서, 스코틀랜드가 이렇게 계속 고집을 부릴 경우, 영국의 축구 단일팀 구성은 잉글랜드 선수들이 주축이 된 잉글랜드-웨일즈-북아일랜드 팀인 셈으로, 무늬만 '영국' 단일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잉글랜드에게는 크게 상관없어 보인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월드컵이든 올림픽이든 축구 종주국의 체면을 세워 줄 '우승'으로 딸려올 트로피이기 때문이다.

"Dreams come true, London po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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