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아직도 유로화를 쓰지 않는 이유
우선, 영국은 영국 여왕에 대한 존경심을 돈에 계속적으로 표시하고자 했습니다. 사실, 파운드화에는 동전과 지폐 모두 영국 여왕이 그려져 있습니다. 제가 런던에 있을 당시, 한 영국 언론에서 유로 도입 여부에 대해 여론조사를 했는데, 대체적으로 이러한 이유때문에 영국인 대부분이 유로화에 부정적이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참 영국은 여왕에 충성스런 나라임에 틀림없죠?
두번째로, 유로화를 쓴다는 것 자체가 영국 통화 정책을 영국은행(Bank of England)이 아닌 유럽 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로 이양한다는 의미고, 그것은 다시 말해 영국 경제를 위한 정책을 자체적으로 쓸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습니다. 즉, 유럽 중앙은행의 정책은 유로화를 쓰는 모든 나라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데, 각 나라가 가진 지역성과 개별성을 무시하기 때문에 그 정책의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부각되었던 것입니다.
예를 들면, 그리스와 독일은 그 나라가 처한 경제 상황이 다른데 같은 정책(예를 들면, 같은 금리 수준)을 시행하면, 그 정책의 결과는 두 나라에 각기 상반된 결과를 초래합니다. 즉, 독일에서는 높은 금리가 물가 안정에 도움을 주겠지만, 그리스에는 투자 위축으로 경제 성장이 저하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세번째로, 영국은 역사적으로 유럽보다는 미국과 경제, 무역에 있어 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유로화로 통화를 바꿔도 이득이 다른 유럽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적어지죠. 영국은 유럽내 대미 무역이 가장 활발한 나라로 꼽히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영국이 아직까지 유로화를 쓰지 않는 것에 대한 감정적인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 예전 영국이 죽기 살기로 전쟁(세계 1, 2차 대전)을 치렀던 독일에 유럽중앙은행 본사가 있는데, 영국 정치인들은 유로화를 쓰는 것에 대해 꼭 독일에 통화정책 지배(?)를 받는다고 느낀다고 하네요. 영국은 2차 세계대전에서 적극적으로 대항하며 유일하게 독일의 지배를 받지 않았던 유럽 국가이니만큼 그럴만도 하겠죠?
이런저런 이유로 유로가 유럽에 도입된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 영국은 파운드화를 쓰고 있습니다. 참 고집이 세다고도 할 수 있지만, 위에서 본 것처럼 나름대로 그들만의 이유가 있습니다. 또, 요즘은 유럽발 경제 위기로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의 유로존 국가뿐만 아니라 영국도 경제 위기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으니, 한동안 유로화 도입 문제는 논의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네요.
하지만, 관광객이 많이 모이는 런던 시내 지역, 특히 대영박물관 근처, 피카딜리 등지에는 유로화를 쉽게 바꿀 수 있고, 또 실제로 이 지역에는 유로화가 유통되는 레스토랑과 선물가게가 다수 있으니, 불가피하게 유로화를 손에 쥔 분들은 런던에서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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