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복권이 연일 매진되는 3가지 이유
◆연금 복권에 열광하는 이유
첫째, ‘연금’이란 단어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나라는 연금에 특히 민감하다. 누구나 자신의 노후가 안정되길 원하기 때문이다. 또, 나이가 들면 들수록 몸이 쇠약해지면서 일을 하고 싶어도 일을 할 수가 없다. 돈을 벌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럴 때는 매달 주기적으로 나오는 연금은 무엇보다도 큰 힘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연금’이란 단어를 붙인 복권은 그야말로 인기 폭발일 수 밖에 없다. 번호만 맞으면 매달 500만원 (세후 390만원)씩 당첨 후 20년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연금을 들어 놓은 사람은 보다 풍족한 연금 수입을 얻을 수 있고, 연금이 별로 없던 사람들도 연금 복권에 당첨이 되면 보다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음은 당연하다. 물론, 당첨금의 가치가 물가 상승 등의 이유로 20년 후 100만원 정도로 하락하더라도 사람들은 매달 돈을 받는 그 자체로 위안을 삼게 된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500만원이 내일의 500만원과 같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가령, 아이스크림 값이 500원에서 1000원으로 오르면, 기존 1000원을 가진 사람들은 아이스크림 2개 살 것을 하나 밖에 사지 못한다. 돈의 가치가 상품 가격 상승에 반해 하락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스크림 가격이 상승하는 것처럼 기타 상품 혹은 서비스 가격이 상승할 수 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매달 같은 돈을 지급하는 연금 복권에 열광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 나라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고도 볼 수 있다.
둘째, 연금 복권은 확률이 낫다는 유혹이다. 실제로, 확률이 낫긴 하다. 특히, 기존 로또를 구매하던 구매자는 로또 1등 당첨보다 확률이 2.6배나 높다는 사실을 듣고 연금 복권으로 몰리고 있다. 총 당첨금 확률도 연금 복권이 로또 복권보다 월등히 좋다. 즉, 연금 복권을 하나 사면 약 10배 정도 최소한 본전을 찾을 수 있는 확률이 기존 로또보다 더 크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로또 당첨을 꿈꾸던 사람들은 말 그대로 잡을 수 없는 희망이었지만, 연금 복권은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꿈이라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연금 복권의 확률도 아주 낮은 수준이다. 1등 당첨 확률이 315만 분의 1이다. 기존 로또 1등 당첨 814만5060분의 1보다는 크지만, 그래도 아주 적은 수치다.(퍼센트로 나타내면, 0.00003%) 게다가, 로또 1등은 번호에 따라 다수의 사람들이 당첨될 수 있지만, 연금 복권은 2명으로 정해져 있다. 1등 당첨자 숫자만 보면, 로또보다 연금 복권이 더 적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같은 1000원을 지불하여 낮은 확률을 뚫고 로또 당첨자가 높은 당첨금을 받았다는 가정을 한다면, (실제로도 1인당 1등 당첨금은 로또가 더 큰 경우가 많음) 로또 당첨자들이 경제학적으로도 가격 대비 만족이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즉, 같은 가격을 지불하여 상대적으로 얻기 힘든 로또 1등 당첨이 주는 기쁨, 만족은 연금 복권보다 더 크다는 말이다. 물론, 그 기쁨을 실제로 정확히 가늠하기는 힘들 수 있지만, 경제학적으로는 최소한 그렇다는 의미다. 마치 이성에게 고백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같은 고백이라도 나를 좋아해줄 것 같은 이성에게 고백해서 받아들여질 때 느끼는 기쁨과 나를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이성이 내 고백을 받아줄 때를 비교해보면, 후자가 더 기쁘듯이 말이다.
셋째, 연금 복권 개수의 유한성이다. 연금 복권은 그 개수가 매회 630만매로 정해져 있다. 따라서, 로또는 사람들이 스스로 번호를 선택할 수 있지만, 연금복권은 선택하고자 하는 번호가 없다면 울며 겨자 먹기로 다른 번호를 선택해야 한다. 사실, 번호를 직접 선택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저 연금 복권 얼마치를 달라고 하거나 고작 ‘조’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다. 선택권이 별로 없다는 뜻이다.
이런 선택권의 제한이 구매자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홈쇼핑의 상품이 잘 팔리는 것만 봐도 이것은 충분히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판매 가능 상품 개수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면서 홈쇼핑은 상품을 판다. 구매자들은 여기서 선택권이 별로 없다. 그저 쇼호스트가 외치는 ‘업계 최저가’ 혹은 ‘다시는 오지 않는 기회’라는 등의 말만 믿고 사게 되는 것이다. 연금 복권도 이와 같은 이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