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들이여, 절대 담배피지 말라
하루는 서울대입구역 근처에서 부동산 직원과 원룸을 보러 다니는데, 몇군데 둘러봤지만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 내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을 알아차린 직원은 같은 조건에 조금 더 넒은 곳이 있는데, 거기를 한번 가보지 않겠냐고 나에게 갑작스럽게 제안했다. 나도 지금껏 봤던 곳이 마음에 썩 들지 않았던 차에 그의 말에 흔쾌히 찬성하고 그를 따랐다. 그런데, 거기서 부동산 직원과 나를 놀라게 했던 일이 벌어졌으니...
담배 연기로 가득찬 원룸
우리는 한 집 앞에 도착했고 직원이 초인종을 눌렀다. 어차피, 직원은 현관문 암호를 알고 있었지만, 예의상 안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부터 했기에 당연한 수순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안에는 사람이 있었고, 누구냐는 한 여성의 질문에 부동산에서 왔다고 직원이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잠깐 기다리라는 말을 듣고, 기다리는 동안 직원은 이 집이 얼마고, 관리비에 인터넷 사용비까지 포함되었으며, 겨울에도 따뜻하다고 하는 등의 이 집의 장점을 나에게 주입시키려 노력했다. 하지만, 문이 열리자 우리들은 이 집의 장점을 전혀 볼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방안에 가득찬 담배 연기 때문이었다. 안에는 여대생으로 보이는 젊은 여자 세 명이 있었고, 방금 창문이 열린 것처럼 보였지만, 역시 이 짧은 시간에 담배 연기를 다 내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물론, 담뱃재떨이는 볼 수 없었고, 여자 셋이서 이런 한낮에 무엇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방바닥도 말끔하게 치워져 있었다. 하지만, 나는 물론 부동산 직원도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보통, 집을 둘러보면 이것저것 설명해 주는데, 부동산 직원의 얼굴을 보니 ‘설명해봤자’라는 걸 아는지 설명은커녕 그냥 억지 미소만 보이고 있었다. 나도 이것을 눈치챘고, 금방 그 원룸을 나와 여대생들에게 그들만의 담배필 자유를 줬다.
여대생들이 담배를 피우는 이유와 그들을 향한 시선
이처럼 요즘 집에서는 물론 커피전문점과 같은 개방된 공간에서도 담배피는 여대생이 많은데 과연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크게 3가지 이유로 볼 수 있다. 첫째, 여대생들은 담배를 피우면서 어떤 자유 혹은 해방감이 든다고 한다. 이제 막 사회로 진출할 여대생들이 담배를 피우는 동안만이라도 남성주의 사회로부터의 이탈을 꿈꾸는 것이다. 둘째, 어떤 여대생들은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것 자체를 보여주기 위함으로 담배를 피울 수 있다. 사회적 억압으로부터 할 수 없다는 편견을 벗어던지기 위한 도구로 담배라는 것을 선택해 남들 앞에서 당당하게 피우는 것이다. 셋째, 어떤 여대생들은 담배를 피우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영화에 나오는 여배우처럼 섹시하게 보이지 않을까 기대한다. 어쩌면, 이런 여대생은 거울을 보며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하면서 연습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여대생들 입장에서 합당한 이유라고 할지라도 다른 사람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여대생 흡연자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우선, 담배를 피운다는 것이 남녀평등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그리고, 담배를 피우면서 자신이 주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어떻게 보면 허세에 불과하다. 여성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일은 담배 말고도 많이 존재하는 것이다. 가령, 사법고시에 남자를 제치고 여자가 수석을 하면 그것이 바로 여자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일인 것이다. 기껏 담배 한가치 남들 앞에서 피운다고 그것이 여자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것이 아닌 오히려 담배 피우는 여성이라는 편견을 다른 사람들에게 심어줄 뿐이다.
그리고, 담배를 피우는 것이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여성이 있다면 한번 이렇게 생각해 보자. 남자친구가 있다면, 아마 이 여성에게 담배를 계속 피우라고 권할 것이다. ‘보통’ 남자친구는 섹시한 여성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한’ 남자친구라면, 당장 담배를 끊도록 권유할 것이다. 섹시함보다는 여성의 건강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이 담배를 계속 피우는데, 남자가 끊으라고 말하지 않는 남자라면, 그 남자는 ‘보통’ 남자로서 곧 다른 여자를 위해 떠날 남자다.
여대생이 담배를 피지 말아야 하는 가장 중대한 이유
사실, 여대생의 담배를 피우는 이유는 여러 가지 만들 수 있다. 위에서는 말하지는 않았지만, 어떤 여대생들은 단지 담배 맛이 좋아서 담배를 피운다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여대생이라면, 당장 우리 할아버지와 같이 담배에 대한 담론을 즐기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어떤 여대생은 이런 사람들의 시선이 어떻든 그냥 상관하지 않고 담배 피울 수 있다. 이미 중독되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여대생이 담배를 피우는 이유가 아무리 많아도 당장 담배를 끊어야 하는 단 한가지 중대한 이유가 있다. 이 이유 하나만으로 여대생은 그 스스로 담배를 끊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여자로서의 출산이란 신성한 임무다. 물론, 이 신성한 임무를 하지 않는 여성도 있지만, 이 임무는 완전한 계획 속에 할 수도 있고, 그 임무를 하기 싫은데 통제가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어차피 이렇게 통제가 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담배를 피우지 않는 편이 산모와 미래에 태어날 아기를 위해서도 좋다고 할 수 있다. 다음 캡쳐를 한번 보자.
위의 캡쳐는 임산부닷컴이란 곳에 올라온 임신에 대한 생생한 질문들이다. 이 중 나는 담배에 대한 질문을 검색해 봤는데, 역시 담배로 걱정하는 임산부가 많다. 꼭 여기가 아니라도, 그냥 포털 검색창에 ‘임신 담배’라고 쳐도 많은 정보가 나온다. 거의 모두 담배가 태아에게 어떤 악영향이 있을지 걱정하는 질문이다. 캡쳐를 보면 알겠지만, 어떤 여성은 임신 중에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웠다고 고백하면서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한마디로 중독이 되어 임신 중임에도 불구하고 술, 담배를 멈출 수 없었다는 뜻이다. 술의 부작용은 제쳐두더라도 흡연만으로도 저체중아 출산, 조산, 출산시 다량 출혈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김정욱 산부의과 의사(지식IN)의 말로는, 이런 여성으로 인해 우리 나라 제왕절개 수술이 예전보다 더 많아졌다고도 한다. 제대로 분만이 될리 없는 것이다. 알아야 할 것은 제왕절개 수술은 비용이 일반 분만보다 2배에서 6배가량 더 비싸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걱정하고 고민하며 후회하거나 혹은 돈을 더 많이 지불하더라도 이미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다.
즉, 여대생들에게 담배를 피울 수많은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금연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담배를 피우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은 여대생들에게
어쩌면, 대학 4년 동안 담배를 피우고, 그 이후에는 담배를 끊으면 괜찮겠지 하는 여대생이 있을 수 있겠다. 또한, 출산할 때 누구나 다 하는 제왕절개 수술을 하면 되지 않겠냐고 반문하는 여대생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학 4년 동안 담배를 피워 흡수된 니코틴, 타르 및 7000여가지 유해물질은 우리 몸에서 배출되지 않고 축적된다. 사우나 가서 땀 뺀다고 쭉 빠지는 그런 쉬운 물질이 아니라는 뜻이다. 따라서, 이것은 졸업 이후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고 해서 혹은 제왕절개로 아기를 낳는다고 해서 아기에 전혀 피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크나큰 착각이며 오산이다. 혈관 속의 화학물질 찌꺼기가 온 몸을 순환하는 것처럼 혈관을 타고 그대로 태아로 흘러가는 것이다.
물론, 산부의과 의사는 임신 중에만 흡연하지 않으면 괜찮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의사들의 임무는 병을 고치는 것이지만,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마음의 병이란 말도 나온 것이다. 따라서, 임산부를 걱정시키지 않는 좋은 방법은 과거에 흡연했어도 임신 중에만 흡연하지 않으면 된다고 말하면서 안심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의사들이 괜히 임산부를 걱정시켜 그 걱정으로 인해 혹시 모를 돌발 상황에 대한 책임을 면하는 아주 좋은 방법인 것이다.
위 신문기사 속 사진은 미국 버지니아 주의 한 도시의 공사장 소음 때문에 태아 건강을 걱정하면서도 담배를 피우는 임산부의
모순적인 모습이다. 만약 우리 나라 여대생들이 담배를 끊지 않으면, 담배란
것에 중독되어 조만간 위 사진의 주인공처럼 될 수 있다. 나는 미래 우리 나라에서 이런 모습을 볼까 걱정이다.
아래 손가락 View On 눌러 주시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