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핑그린의 영국 라이프 4: 박지성을 만나러...
맘 맞는 친구들과 의기투합하여...
자동차를 한대 빌려 여행을 떠난다...
장거리 여행은 처음...
축구 원정 여행도 처음...
겨울 방학을 맞아 떠나는 여행...
박지성을 보러 떠나는 만체스터 여행.
축구는 둘째치고 박지성을 볼 수 있다는...
그런 들뜬 마음을 가지고 떠나는 여행...
에핑그린의 영국 라이프, 그 네번째 이야기...
<박지성을 만나러...>
"야, 우리 한번 박지성 봐야 하지 않겠냐?"
"맞아, 그래도 한국 프리미어리건데"
"그래, 이번 만체스터 홈 경기 때 가보자."
단순히 이런 마음으로 친구 셋이 뭉쳤다.
자동차도 처음으로 빌려보고,
표도 우여곡절 끝에 구하고...
챔피언스 리그 조별 경기였던 것 같다.
박지성을 볼 수 있다는 그 기대감....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들뜨기 마련.^0^
나와 내 친구 둘도 그랬다.
내 친구들(A, B)은 축구를 나만큼 좋아했다.
좋아하는 팀은 서로 달랐지만-_-
가끔 싸우기도 했다. 어느 팀 혹은 누가 더 잘하나 하면서-_-
(참 유치하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러나 공통점은 있었으니, 그건 바로 박지성을 좋아한다는 것.
(한국인이라면 당연한 거 아닌가-0-!!!!!!!)
그래서, 만체스터 답사도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운전과 차 담당은 친구 A.
먹을거는 친구 B.
난 경기장 티켓을 맡았다.
티켓이 가장 비쌌다-_-
내가 제일 돈을 많이 내니, 내가 대장...이란 소심함 생각도...-_-
내가 운전을 하고 싶었지만, 아직 영국에선 무경험-_-
암튼, 여행 초반 들뜬 마음에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파란색 푸조306(맞나?-_-)은 그렇게 잘도 굴러갔다.
겨울에도 푸르른 영국 시골의 들판을 구경하며...
고속도로를 내달리며, 창문도 열어 젖소를 향해 크게 소리도 질러보고...
"야, 창문닫어>0<!!!!!!!!!!!!!!!"
B가 소리친다.
나도 추위를 잘타는데, 얘는 나보다 더 심한듯-_-
시간은 오후 3시를 가르키는데, 영국 해는 벌써 질려고 한다-_-
이런 천벌(?)받을 영국 겨울-_-^^^^
중간쯤 왔을까, 우리들은 휴게소에 들려 지도를 펼쳤다.
(참조1. 영국 고속도로에도 중간중간에 휴게소가 있다.)
(참조2. 그 당시 네비는 없었다-_-)
(참조3. 우린 헤매고 있었다-_-^^^^^^^^^^^^^^)
처음이고, 너무 들뜬 나머지 길이 아리송하단다.
"야 A!!!!!!! 잘 좀 봐봐"
"어, 여기가 맞는 거 같은데...."
"야, 우리 그러지 말고, 저기서 스테이크나 하나 뜯고 가자"
B는 먹을 것 담당답게, 우리들의 배를 채우려 했지만...
지금 그럴 때가 아니잖아!!!!!!!!!!!!!-_-^
여긴 또 어디야!!!!!!!!!!
결국 물어물어 제대로 된 길을 찾은 듯했다.
사실, 우리는 잘 몰랐는데....
같은 도로로 달리는 차들을 살펴보니....
차 유리나 뒷 자석 유리에 있는 Manchester United 응원 도구들 lol
지도는 내팽겨치고 이들을 따라가라고 A에게 말했다.
A는 실실 쪼개며, 고개를 끄덕이고-_-
한참 따라가고 있는데,
맨유팬으로 보이는 청년이 우리 차에 대고 소리를 지르며, 손가락을 든다.
욕은 아니었다-_-
문이 닫혀 들리지는 않았지만, 입 모양을 보니 소리를 질른 것 같다-_-
"야 쟤 뭐야?"
"몰라"
...라는 말과 동시에....
나와 B도 그 청년에게 똑같이 했다-_-
검지와 새끼 손가락을 들었던 것 같은데,
무슨 의미인지는 모른다-_-
저 넘 우릴 보고 웃는다-_-
이럴때는 같이 웃어주는게 상책-_-
이 외에 고속도로상에서 별다른 에피소드는 없었다.
피곤하다는 A가 종종 영국 면허도 없는 나에게...
나보고 운전하라는 투정....
그리고, 24개 든 월커스 봉지를 하나씩 다 먹으며,
지금은 파란 봉지의 월커스를 먹으며, 양파 냄새를 열심히 풍기는 B.
여행 초반에 흥분된 마음은 거의 사라지고...
우리 3총사는 슬슬 말이 적어졌다.
점점 다가오는 만체스터...
만체스터라는 도로 표지판이 나오고....
드디어 다시 심장에서 뇌로 그리고 입가로 피가 돌며,
소리를 내지르려는 찰라에...
우리는 또 다시 말문이 막혔다.
무슨 도시가 이렇다냐-_-^^^
분명 만체스터라고 했는데...
도시 외곽이라 그런지 건물도 낡았고,
유리도 깨진 곳이 많고,
길도 정돈이 안된 곳이 너무 많았다.
이거 뭐야!!!-_-
여기 완전 별론데-_-
영국 시골이 차라리 낫겠다 라는 A의 또 다른 투정-_-
내 옆의 B를 보니 이제 콜라를 마시고 있다-_-
내가 봐도 만체스터는 도시는 크다고 할지는 모르지만,
영국 시골보다도 도시 환경이 열악했다.
(뭐, 지금은 좀 발전했을라나 모르겠네-_-)
그래도, 점점 경기장에 가까워오니,
다시 흥분은 되더라 lol
우리 박지성 만나면 싸인받자,
요새 박지성 응원가도 나왔던데, 너 그거 알어?
난 호날두랑 악수할거야?
난 긱스!!!!!!!!!!!!
난 루니!!!!!!!!!!
난 퍼디난드!!!!!!!!!
난 스콜스!!!!!!!!!!!!!
...................................
맨유 구장 근처, 많은 자동차 행렬에 끼어 우리는...
그렇게 미쳐갔다-_-
이런 미친 상황을 종료시켰던 것은 바로 A의 한마디.
"야 근데 오늘 박지성 나오냐?"
-_-
우리들은 거기까지는 생각 못했다.
생각이 짧았다고는 하나, 사실, 경기 전 라인업을 알길이 없다.
그저 언론에서 예상만 할뿐....
그 예상도 틀릴 때가 많다-_-
사실, 그 당시 박지성의 입지가 확고하지는 않았다.
(지금도 그렇게 확고한 것은 아니지만-_-)
우리들은 서로들의 얼굴을 쳐다보며,
"우린 완전 새됐다"-_-
우리들은 주차를 마치자마자, 머리를 맞대 기도했다.
(이건 또 뭥미????????-_-)
박지성을 제발 출전하게 해주세요?
퍼거슨 할아버지님, 제발 박지성에게 기회를....
나니야 경기전에 설사나 해라...
호날두 너도 나니랑 설사하면 안되겠니...
..................
우린 매표소 직원들에 표를 주면서까지 그렇게 중얼거렸다.
옆의 영국 사람들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고-_-
(지금 생각해보니 테러리스트들이 경기장 폭파전 주문을 외우는 그런 상상을 영국인들이 했을 여지도 충분했기에 좀 아찔하다-_-)
암튼, 한국말은 못 알아듣지만, 중간중간 아는 선수 이름이 나오니,
좀 이상하게 생각했나 보다-_-
수 많은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 자리에 찾아 앉고...
경기장에서 연습하는 선수들로 눈을 돌렸다.
저기 박지성...
역시 에브라랑 연습을 한다.
"패스도 좋고, 조끼도 호날두랑 같은 색 입고(-_-;) 움직임 좋아보이는데,
오늘 나오겠지?"
"응"
나의 이렇게 긴 질문에 짧게 대답?
이상하게 여겨 옆을 보니...
역시 내 옆에서 B는 칩스를 언제 사왔는지 꾸역꾸역 먹고 있다-_-;
A에게 고개를 돌려 보니,
이 넘은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다.
자는 건 아니지만, 눈이 풀렸다-_-
사실, 이런 상황에서 잠까지 잤다면, 얘는 사람도 아니다.
이렇게 함성 소리가 큰데....
(여기는 꿈의 구장(Theatre of Dream)이라구!!!!!!!>0<)
설마 정말로 꿈나라로-_-
암튼, 제대로 관람하는 사람은 나뿐이다-_-^^^
한번 우르르 선수들이 들어가고 나서,
몇 분후 또 우르르 나온다-_-
선수들끼리 악수할 때, 찬찬히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우리의 박지성은 없었다-_-^^^^^^^^^^^^^^^^^
염려가 현실로-_-
박지성 보러 런던에서 250km를 달려왔는데!!!!!!!!!!!
(뭐 내가 운전한 것은 아니지만-_-)
호날두는 어쩔 수 없겠지만, 나니 선발이 왠말인가!!!!!!!!!!!!
이 퍼거슨 할배, 이 여우 할배!!!!!!!!!!!!!!!!
...라고 혼자 생각했다-_-
괜히 한국말로 소리지르면 우리 나라 망신-_-
영어로 하면, 6만명, 아니 이쪽에 나의 목소리가 들릴 범위의...
만명 정도가 나의 적이 된다-_-
1대 만 명은 좀...-_-
아니, 그 보다도 바로 내 뒤에는 안전요원이...
불순분자를 처분하려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 보고 있다-_-
난 쫓겨나가기 싫다구-0-!!!!!!!!!!
그러니 그저 혼자 삭힐 수 밖에-_-^^^^
그래도 이건 너무하잖아!!!!!!!!!!!!
하지만, A는 이미 신경 안 쓰는 눈치고,
B는 칩스를 다 먹고, 이제 치킨을 먹고 있다-_-
나도 치킨은 좋아하니 한조각 뺏어서 한 입-_-
먹으면서...
후반전에 교체되면 또 몰라...라는 자기 위안을 하고...
비교적 약체인 상대와의 경기를 끝까지 봤다....
지금 기억하자면, 어디 러시아 팀이었던 같은데,
끝날 때까지 박지성은 결국 나오지 않았다-_-
맨유가 이기던 말던...
박지성이 뛰는 모습만을 보고 싶었건만....
(그제 아스날전 챔스에서 골 넣어서 요새는 괜찮음 lol)
경기가 끝나고 우리들은 서로를 보며,
허탈한 마음에 만체스터 구장을 나왔다.
주차장으로 나오면서 뒤돌아 구장을 다시 보니...
박지성이 등장하는 광고가 크게 눈에 들어왔다.
이런-_-
하나같이 박지성을 볼 수 없었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우리들 얼굴에 확연히 드러났다.
박지성을 보러 간 만체스터 여행 전의 들뜬 마음은...
이제 허탈감으로 바뀐 것이다.
뒷 이야기....
밤 10시 넘게 경기장을 나왔고, 결국 우리는 A의 성화로 인해 그날 런던에 오지 못했다. A가 너무 피곤하다고 해서 호스텔을 찾아 하룻밤을 머물었던 것이다. 이날 A는 인생의 6번째 다짐을 했다고 한다. 다시는 혼자 운전해야 하는 상황에서 절대 장거리 운전을 하지 않을것이라는 다짐-_- 또, B의 장은 놀랍게도 그 날 먹은 음식물을 다 소화시킨 모양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느끼한 영국식 아침밥도 다 헤치웠다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