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이 드는 보험, 나쁜 이유
보험이 나쁘다고 제목에다 딱 적어놓으니까 무슨 초등학생이 친구끼리 ‘너 나빠’라고 말하는 듯 하다. 하지만, 때로는 이런 원초적인 단어가 어울릴 때가 종종 있다. 특히, 보험은 다른 말로 표현하기보다 한마디로 ‘나쁘다’ 라는 표현이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적절한 것 같다.
물론, 보험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많기에 여기서 내가 특정 보험회사를 언급해 비판할 생각은 없다. 사실 우리 나라 보험회사 종류와 그 개별 상품들은 너무 많아 내가 자세히 모르기 때문에 타당한 이유를 들어 비판하기가 참 힘들다. 하지만, 보험회사가 어떻게 해서 돈을 버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고 있고, 또 그것을 알면 내가 왜 보험이 그렇게 나쁘다고 하는지 누구나 쉽게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보험은 사람들의 불행으로 만든 상품
요즘 시대에 보험 안 든 사람은 거의 손에 꼽을 만하다. 가끔 무보험 차량을 운전해 사고 났다는 뉴스는 많이 보지만, 웬만한 사람들은 보험 하나씩은 다 들어 있다. 주로, 자영업 하는 사람은 화재보험, 운전하는 사람은 자동차 보험 또 미래를 위해 사망, 생존 혹은 생명 보험도 들어 놓고 한다. 이런 보험을 잘 보면 알겠지만, 보험 회사는 사람의 불행을 상품으로 만들고 팔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즉, 자기 집에 불이 나거나 교통사고가 나고 혹은 죽는 것은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는 불행한 일들이다. 이런 것들을 보험 약관에 적어 놓고 계약서라고 하면서 사람들에게 매달 돈을 받으면서 팔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들도 나중에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면 보험금 형식으로
돈을 우리에게 지급한다. 하지만, 우리가 생활하면서 돈을
지출하는 이유가 서비스와 상품을 구매하면서 우리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살아가기 위한 것인데, 보험은
우리가 나쁜 일을 당한다는 가정하에 돈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보험은 영화에 나오는 악마도 아니면서 불행을 매개로 우리와 거래를 하고 있는 것이다.
◆보험에 들 수 밖에 없는 심리적 이유와 그 착각
물론, 보험이란 상품을 사면서 미래에 대한 대비를 어느 정도 할 수
있다. 또, 보험회사는 그렇게 말하면서 보험 상품을
팔고 있고, 보험 약관에 찍힌 상황이 실제로 발생하면 거액의 돈을 우리에게 지급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가 보험에 드는 이유는, 첫째, 사람들은 이 거액을 믿고 보험에 드는 것이다. 둘째,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보험을 들게 된다. 셋째로, 남들 다 드니까 드는 것이다. 그 외 친구가 보험 들라고 했다는 등 이유는 만들면 더 만들 수도 있다. 사실, 이유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이유가 어떻든 이 세상은 이미 보험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럼 이렇게 없어서는 안 될 보험은 애초부터 왜 생겼을까. 그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사람은 불확실성을 아주 싫어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친구끼리라도 10시 정각에 만나자는 친구와 그냥 오전 중에 만나자는 친구가 있으면 우리는 10시에
만나자는 친구가 좀 더 신뢰감 있고, 또 자기 나름대로의 다른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에 더 좋다. 오전 중에 만나자는 친구는 왠지 오후 쯤에 봐도 될 만한 변수가 꼭 생길 것만 같다. 그 약속 자체가 애매하고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보험도 이와 마찬가지다. 즉, 친구와 10시에 만나겠다고 딱 잘라 약속한 것과 같다는 말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중대한 착각은 보험을 들면서 우리는 이렇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하나 줄였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즉, 살아가면서 예상치 못한 변수를 하나 줄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생각은 아주 잘못된 것이다. 보험을 들었다고 해도 자동차 사고가 나지 않는다는 법은 없다. 사고라는 불확실성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단지, 사고가 나면 거액의 돈을 받을 수도 있다는 계약을 한 것뿐이기에 보험을 드는 사람들은 운전을 험하게 해도 된다는 의미가 될 수 없다. 이런 착각을 모럴 해저드라고 하는데, 사고로 다리를 움직이지 못할 정도라면 보험금으로 탄 그 거액의 돈은 그야말로 눈먼 돈이 된다.
◆그럼 우리가 낸 보험료는 어디에 쓰일까
사실, 보험을 들면서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돈은 얼마 안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돈은 어마어마해진다. 굳이 복리 이자 계산을 보여주지 않아도 그 증가는 연수가 높아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을 대부분 잘 알 것이다. 하지만, 그 많은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는 잘 모를 것이다.
물론, 우리가 매달 내는 보험료는 우리가 보험 약정에 나온 조건이
맞아 미래에 거액의 보험금을 타는 데에도 쓰이지만, 대부분 보험회사가 그 돈을 불리는 용도로 쓰인다. 보험 고객을 유치해온 사람에게 어느 정도 인센티브를 떼어 주고, 나머지 돈 대부분은
보험 회사 금고에 들어가 이리저리 굴리며 큰 돈을 만드는데 쓰이는 것이다. 즉, 주식, 채권 등 수많은 금융 상품에 '기관 투자자'라는 이름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따라서, 보험은 다르게 말하면 사람의 불행을 상품으로 만들어 돈을 끌어 모아 자기들이 이것저것 투자해 그들의 수익을 높이는데 쓰이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사람들의 불행을 피하고자 하는 감성과 심리를 미끼처럼 이용한 보험 회사들은 단지 높은 이자만 요구하는 대부업체보다 더 악랄한 방식으로 돈을 번다는 생각도 든다.
◆보험회사가 가장 나쁜 점은 이것!
아직까지 보험회사가 나쁘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매달 소액의 보험료만 내면 나중에 거액의 보험금을 탈 수 있으니 투자로 봐도 된다는 사람들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보험이 나쁜 이유는 아직 더 남아 있다.
바로, 보험 회사의 횡포이다. 사실, 우리가 내는 보험료는 그들 입장에서는 수익이고, 반면에 우리가 나중에 타는 보험금이라는 목돈은 그들 입장에서 비용이다. 문제는 이들은 이 비용을 쉽게 내주지 않으려는 속성이 있다는 점이다. 사실, 모든 기업이 그렇듯이 보험회사도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 최대의 수익을 내는 경영을 하고 싶어한다. 따라서, 보험회사의 가장 큰 비용인 ‘거액의 보험금’을 어떻게든 줄이려고 한다. 광고에서는 보장해 줄 것 다 해줄 것처럼 하지만 나중에 보험금을 타려고 하면, 약관이 변경되었다든지 아니면 과거 병력이 있는데 우리에게 고지를 해주지 않았다든지 등등 있는 핑계 없는 핑계 모두 대면서 보험금을 주지 않으려고 하거나 늦추는 경우가 많다.
내가 보험 회사가 나쁘다고 한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험이란 상품을 팔았을 때, 사람들의 불행을 상품으로 만들어 팔았으면, 보험회사는 그 불행이 실제로 일어났을 때 보험금을 약정대로 신속히 지급해 그 사람의 불행을 최소화하기에 힘써야 하지만 지금 보험회사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보험금이 가장 필요할 시기인 노년층에게 이런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나를 화나게까지 한다. 불행을 상품으로 팔았으면, 보험금으로 이들의 불행을 최소한으로 줄여줘야 하는게 보험 상품인데 오히려 시간을 늦추기 일쑤고, 법정 싸움까지 가는 경우도 있으니 정말 어이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니 내가 보험에 무슨 악의를 품고 이런 글을 쓰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보험회사와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다. 보험을 떼어 먹힌 적도 없고, 오히려 최근에 자동차 보험료를 인하해줘서 보험 회사가 고맙다고 느끼고 있다. 또, 아무리 이런 글을 써도 나는 보험회사가 망하지 않을거란 걸 잘 알고 있다. 단지, 내가 원하는 것은 보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로 잡고 (만약 잘못되었다면) 보험이 어떤 것인가 한번 색다른 시각으로 보여주려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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