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견

약19) 커서 불편한 그 남자의 비밀…젠틀몬스터 매장

에그2 2016. 6. 18.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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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젠틀몬스터라는 브랜드가 너무 유명해서 온라인으로 젠틀몬스터 선글라스 중 디디디라는 모델을 샀었다. 


그런데 관자놀이가 엄청나게 눌리는데다가 디자인도 내 얼굴에 어울리지 않아서 몇 번 써보지고 못하고 돈 낭비를 했다는 생각에 내적 분노가 가득했던 기억이 있다. 


주변 친구들에게 내 선글라스가 이런데,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아냐고 물어보니 돌아오는 대답은 


아무도 나를 신경쓰지 않으니 그냥 쓰라는 놈들과 내 머리가 큰 것이 잘못이라는 놈들뿐이었다. **


우정 가득한 진심 어린 조언 덕분에 인터넷으로 비싼 돈 주고 구매한 젠틀몬스터 선글라스는 바로 장롱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장롱으로 들어갔던 젠틀몬스터 선글라스가 다시 내 기억의 수면위로 올라온 것은 여자친구 덕분이다.


작년에 무슨 은덕을 많이 베풀었는지 올해 초에 한 여자아이를 소개받았고 구전으로 내려오는 전설인줄만 알았던 썸이라는 것을 탔고, 지극정성을 알아봐준 그녀의 드넓은 아량 덕분에 우리는 결국 사귀는 사이가 되었다. 


여자친구가 말하길 이번 여름휴가가 둘이서 맞이하는 첫 여름휴가인데 바닷가로 놀러가자고 했다. 


 


이 말을 들은 나는 욕망이 들끓어 오름과 동시에 불현듯 작년에 구입해 장롱에 고이 모셔져있는 젠틀몬스터의 기억이 떠올랐다. 


욕망이 잠시 수그러들면서 남들처럼 여자친구와 함께 커플선글라스를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

이는 마치 머리 큰 나에게 s사이즈 모자와도 같은 어울리지도 않는 못된 생각이었지만 드넓은 아량을 가진 나의 여자친구는 이를 수락했다. 


내생에 첫 커플 아이템이라는 생각에 두근반 세근반 하는 마음이 들었으나 작년에 인터넷으로 구매를 해서 실패한 경험이 떠올랐다. 

진화의 상징, 호모사피엔스의 핏줄을 이어받은 나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자 이번 여자친구의 선글라스는 젠틀몬스터 매장에서 직접 써보고 구매를 하자는 결심을 했다. 

여자친구 것을 사러가는 것이니 내가 주도적으로 잘 알아보고 이끌어야 한다는 왜인지 모를 사명감이 치솟았다.


 



그렇게 명탐정 코난에 빙의한 나는 많은 사람들이 칭찬하는 젠틀몬스터 매장 로데오안경이란 곳을 발견했다.

친구 자취방에 놀러갔다가 지나가면서 언뜻 본 곳이었는데 젠틀몬스터라는 간판을 본 기억이 떠올라 이곳을 알아보았다. 


그런데 지역댓글의 평가가 상당히 좋은 곳임을 발견하였다. 물론 알바의 작업질로 의심할 수도 있었지만 손수한 글귀들과 대중의 여론에 약한 나라는 교차점이 만나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여자친구를 이끌고 이곳에 방문을 결심했는데 내 선글라스도 어떻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하는 묘한 기대심리가 작용한 것은 부정하지 않겠다.


 

 



매장에 들어가면서 보인 것은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젠틀몬스터였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여기도 젠틀몬스터 종류가 많아서 인터넷으로 볼 때와 마찬가지로 뭐가 뭔지 알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직접 선글라스를 써볼 수 있으며 직원 한 명이 우리를 전담마크하며 뭐가 어울리는지, 어떤 제품이 잘 나가는지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주어서 좋았다. 이렇게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오히려 충동구매를 억제시키고 신중하게 선택을 하게 도와주는 효과가 있었다.


 


귀가 얇아 식사 메뉴 선택할 때나 옷을 살 때 사람 말에 많이 휘둘리는 내 여자친구 역시 이렇게 선택지를 정해주니 선택하기 좋다는 반응이었다. 오히려 내가 있을 필요성이 없어지는 느낌이 들면서 불현듯 저 직원이 우리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훼방꾼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글라스 고르는 것을 1시간 가까이 옆에서 구경하느라 웃음이 경직되어 갈 때쯤 여자친구가 선글라스 선택을 끝마쳤다. 


여자친구가 선택한 것은 이번에 나온 신상이라는 타입원이었다. 얼굴 작고 코가 낮은 전형적인 동양 미인인 여자친구는 코받침 있는 선글라스를 선택하는 것이 흘러내리지 않고 잘 쓸 수 있다는 직원의 추천이었다. 


여자친구도 나쁘지 않은지 만족스러워하면서 선글라스를 선택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공효진이랑 콜라보레이션 한 제품이라고 한다. 



여자친구 선글라스를 얼굴에 맞게 조절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내 선글라스도 직원분에게 수줍게 전달했다. 

내 선글라스를 마주한 직원분은 암담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선글라스 피팅이 하나도 안되어 있는데 어떻게 쓰고 다녔냐고, 왜 진작 들리지 않았냐고 나를 추긍하기 시작했다. 조세호의 심정으로 ‘모르는데 어떻게 와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내 선글라스를 여자친구와 커플로 쓰고 다닐 수 있냐 없냐가 저 사람의 손에 달려있기 때문에 직원분에게 사람 좋은 웃음을 보이면서 조절해 달라고 했다. 

 

 


구매한지 1년이 다되서야 조절을 받은 내 선글라스를 건내 받았다. 두근반 세근반 떨리는 마음으로 착용해보니 머리가 큰 나 조차도 확실히 관자놀이가 눌리는 현상이 느껴지지 않아 좋았다. 여자친구는 선글라스를 이렇게 편하게 쓴 적이 처음이라며 좋아했고, 쓰면 관자놀이의 맥박 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나의 혈압측정기 같았던 선글라스를 편하게 쓸 수 있게 되었다. 


이번 경험으로 얻은 교훈은 선글라스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데 선글라스를 사고 싶을 때는 매장 찾아가서 직접 써봐야 한다는 것과 판매하는 직원의 추천을 듣는 것이 좋다는 것, 그리고 원래 불편한 선글라스는 없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일깨워준 이 젠틀몬스터 매장 참 좋다!


로데오안경 직원 말을 들어보니 젠틀몬스터 자체가 원래 피팅이 어렵게 제작이 된 선글라스다보니 나처럼 관자놀이가 눌리면서 쓰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젠틀몬스터 다룰줄 아는 곳에 가서 구매하고 조정을 받는 것이 가장 편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한다. 


여기서는 여름시즌에 선글라스 구매 이벤트로 나중에 수리 한번 공짜로 해주겠다고 하는 쿠폰 하나와 여자친구 피부톤에 어울리는 컬러를 선택해서 미러렌즈를 하나 더 추가로 주는 행사를 하고 있었다. 선글라스 사면 퍼스널컬러를 찾아서 미러렌즈를 준다는데 나는 어찌 써먹어야 할지 몰랐었다. 여기는 바꿔줄 수 있는 매장이 많으니 아무데나 가면 렌즈도 바꿔서 해주고 수리도 해준다고 한다. 온라인으로 산 것보다 이게 훨씬 더 직관적이고 편한 느낌이다. 


 


여자친구와 커플 선글라스가 준비다 되었으니 이제 여름에 함께 여행갈 계획만 남았다. 여행갈 생각을 하니 허리아래 어디선가 뻐근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ps. 19에 낚여서 들어온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남들은 19살에 2차 성징으로 한창 못젖이 발달하며 설랠 때 나는 머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나 같은 대두들도 선글라스 조절 없이 쓸 수 있는 XXL 선글라스 시대가 언젠가는 오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Pe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