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견

'아줌마 때문에' 버스터미널에서 생긴 황당한 일

에그2 2012. 6. 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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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친구를 만나러 대구에 내려가기 위해 시외버스 터미널에 갔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았고, 매표소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나는 맨 뒤에 줄을 서서 매표소 위에 있는 버스 시간표를 봤다. 차 출발 시간까지 약 10분 정도 남아 있었다. 하지만, 매표소와 버스를 타는 곳까지의 거리가 가까워 나는 시간에 맞게 버스를 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생각만큼 줄이 빨리 줄어들지 않았다. 5분 정도 남았는데, 내 앞에 여전히 세 명이 남은 것이다. 나는 점점 조마조마해졌다. 계산하는 시간을 줄여보겠다고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손에 들고 표 값을 지불할 채비를 마쳤다. 앞의 세 명 중 한 명이 표를 사고 떠났다. 이제 내 앞에 두 명이 남았다. 지금은 젊은 여성이 매표소 직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목적지를 말하고, 매표소 직원은 표를 건네준다. 이 여성은 표를 받고 잠시 옆으로 서서 지갑을 손가방에 넣고, 버스를 타러 떠난다.

 

이제 내 앞의 아저씨만 남았다. 아저씨만 표를 구매하면 이제 내 차례인 것이다. 3분도 채 남지 않았다. 점점 초초해지고 땀까지 났다. 그런데, 아저씨는 1시간 후에 가는 표를 미리 사러 나온 것이 아닌가. 아마 가족들 표를 미리 사러 온 것 같았다. 나는 속으로 어이가 없었다. 물론, 이 아저씨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정당하게 나보다 먼저 와서 줄을 서서 기다렸기에 나보다 먼저 매표소 직원과 마주할 기회를 얻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황상 이 아저씨는 나보다 뒤에서 표를 사도 아무렇지도 않다. 만약 이 아저씨가 1시간 뒤에 표를 사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양해를 구하고 내가 먼저 표를 구매했어도 아무 상관이 없었다는 얘기다.

 

아저씨가 매표소 직원으로부터 표 네 장을 받을 때, 매표소 뒤의 빨간 전자 시계를 보니 2분 정도뿐이 남지 않았다. 2분 후면 대구 가는 버스는 떠나고, 다음 대구 가는 버스는 1시간 뒤에나 있다. 1시간 동안 버스 터미널에서 무엇을 해야 하나. 아무 의미 없이 그저 버스 대기 장소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TV나 봐야 하는 것인가. 1시간 동안 조금 더 일찍 나올걸 후회나 하고 있어야 하나. 짧은 순간에 별 생각이 다 났다. 그러다 이제 드디어 아저씨가 매표소에서 볼 일을 다 마치고 내 차례가 왔다. 그토록 기다리던 내 차례가 온 것이다. 나는 준비한 신용카드를 꺼내 다짜고짜 매표소 안으로 집어 넣으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옆에 아주머니가 새치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이것은 슬그머니 새치기를 하는 것이 아닌 대놓고 새치기를 한 것이다. 나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내 입에서 웬만하면 아줌마라는 말을 잘 안 하는데, 이번에는 무의식적으로 아줌마! 제 차례에요를 외쳤다.

 

그런데, 아줌마가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내가 좀 바빠가꼬…"

 

정말 어이가 없었다. 여기 있는 사람 다 바쁘다. 내 뒤에 있는 사람도 그렇고, 지금 내가 탈 버스도 2분도 안되면 떠나게 생겼으니, 어떻게 보면 나보다 더 바쁜 사람은 여기에 솔직히 아무도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이 아주머니는 바쁘다고 하면서 새치기 해서 매표소 직원과 대화를 나누고 당당히 표를 사고 있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가뜩이나 기분 나쁜데 모르는 사람한테 반말이나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극존칭을 쓰고 손을 빌며 애원해도 자리를 비켜주지 않을 판에 반말이나 하고 새치기를 하고 있으니 그 어떠한 마음씨 좋은 천사 같은 사람이라도 기분이 나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기분이 나쁜 이 순간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내 시계를 보니 초침까지 계산해 1 30초가 남았다. ‘이 아줌마 정말….’이라는 말이 내 입에서 계속 맴돌았다.

 

얼마 후, 아줌마는 표를 사고 유유히 어디론가 사라진다. 사라지며 매표소를 향하는 나에게 살며시 악마스러운 미소를 띄운다. 어쩌면, 이것은 내 착각일 수도 있다. 아줌마는 나에게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았지만, 내 무의식 속에 이 아줌마는 악마 같은 존재였고, 그 표정까지 악마의 것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여튼, 나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띄우며 유유히 사라지는 아줌마를 뒤로 하고 내 신용카드를 매표소 안으로 재빨리 집어 넣으며, ‘지금 가는 대구 표 빨리 주세요라고 외쳤다. 기다리던 시간은 오래되지 않았지만, 내 안에 오랫동안 잠재되어 있던 그 처절한 한마디처럼 호소력이 느껴졌을 법하다. 정말로 매표소 직원도 내 호소력을 느꼈는지 한마디 했다.

 

"얼른 뛰어 가세요!"

 

이 말을 듣고 나는 티켓과 카드를 손에 쥐고 대구 가는 버스 탑승구로 잽싸게 뛰어 갔다. 매표소 직원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달릴 뿐이었다. 내가 100m 달리기는 그렇게 빠르지 않지만, 이런 속도로 뛰면 100m 세계 신기록까지 세울 만한 속도였던 것 같다. 그만큼 빨랐단 뜻이다. 버스 탑승구에 도착하여 이중으로 된 탑승구 문을 힘겹게 두번 밀었다. 버스는 이제 막 후진하고 있었다. 나는 버스 기사 아저씨에게 표를 흔들며 소리쳤다.

 

"아저씨! 잠깐만요!’"

 

다행히 아저씨는 창문을 열고 있어서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만약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사이드 미러만 보고 있었다면 내가 버스에 직접 가서 버스 문을 두드려야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행히 버스 기사 아저씨는 뒤에 후진을 도와주는 또 다른 아저씨와의 소통을 위해 버스 창문을 열어두었고, 내 목소리를 듣고 후진을 멈추었다. 버스 문이 열리고 마침내 나는 버스에 올라타 내 자리에 가서 앉았다. 앉자마자 ~’하고 한숨이 나왔다. 시간에 맞춰 버스를 탈 수 있었고, 결국 1시간의 시간을 번 셈이었기 때문이다.


 

아줌마 새치기 하지 마세요!

 

이런 긴급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새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아줌마들이 많다. 물론, 아줌마만큼 아저씨도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아줌마든 아저씨든 중요한 것은 제발 새치기 좀 하지 말란 것이다. 현대인들은 모두 바쁘다. 어느 누가 더 바쁘고 덜 바쁜 것은 없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덜 바빠 보여도 내가 바쁘면 바쁜 것이고, 바빠 보여도 그 사람이 바쁘지 않다면 바쁘지 않은 것이다. , 아무도 바쁘고 바쁘지 않고를 판단할 수 없으니 최소한의 질서를 지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는 것이다. 언제까지 우아하지 못하게 후진국 마인드로 살아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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