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회사가 각종 혜택을 남발하는 이유
신용카드 회사는 자신의 고객들에게 각종 혜택을 준다고 광고한다. 요즘 같이 여름이면 캐리비언베이와 같은 물놀이를 하는 곳의 입장료를 할인해주고, 겨울에는 스키장 할인이 단골 혜택이다. 이 외에도 온라인 쇼핑몰 구매 할인, 음식점 할인, 자동차 정비 할인 등 너무나도 많다. 그런데, 왜 신용카드 회사들은 이런 혜택을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것일까. 아무리 연회비를 받는다고 해도 그보다 더 많은 혜택을 왜 주는 것일까. 그 근본적인 이유를 살펴봤다.
신용카드, 고객의 자산 정보를 모두 이용
신용카드 회사는 그들의 고객에 대한 자산 정보를 많이 알고 있다. 우선, 어떤 고객이 연체없이 카드 값을 잘 내는지 어떤 고객이 종종 연체하는지 잘 알고 있다. 또한, 신용카드 회사는 자산이 많은 사람과 자산이 적은 사람 역시 모두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신용카드 회사에 무엇보다 중요한 정보는 바로 고객이 위험 자산이 많은지 저위험 자산이 많은지의 여부다.
고위험 자산을 많이 갖고 있는 고객이라면 경기가 좋을 때에는 자산이 급격히 늘 수 있는 반면, 경기 불황일 때는 순식간에 반토막이 날 수 있다. 쉽게 생각해서 주식을 보유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보통, 경기 불황 혹은 침체가 되면, 주가는 반토막 또는 그보다 더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고위험 자산을 가지고 있는 고객은 마치 주식을 많이 보유한 고객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저위험 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 고객은 은행 예금처럼 원금 손실 없이 자산을 천천히 불려나가는 고객을 말한다. 물론,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거의 자산 증대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경기 불황 시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는 1998년 우리 나라 IMF 시대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우리 나라 금융 위기 시절에 금리는 10%는 물론 20% 가까이 치솟았다. 주가가 곤두박질 치는 가운데, 은행 예금을 했던 사람은 돈을 더 많이 버는 시절이었던 것이다.
신용카드 회사는 고객의 자산 정보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경기에도 민감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경기 불황인지 경기 상승인지 예측하고, 자신들이 보유한 고객의 자산 정보를 분석해 자신들의 수익성 및 안정성을 판단해야 하는 것이 신용카드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임무다.
신용카드 회사의 고객 자산 균형 이론
신용카드 회사는 고객을 고위험 자산 고객 그리고 저위험 자산 고객으로 나눈다. 그리고, 그 비율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이 비율은 신용카드 회사 자체 혹은 관련 기업의 경제 예측에 따라 달라진다. 가령, 현대카드는 현대 경제 연구소, 삼성카드는 삼성경제 연구소의 경제 예측을 기본으로 이 비율을 정하는 것이다.
이것을 신용 카드회사의 '고객 자산 균형 이론'이라고 한다. 물론, 이런 단어는 없다. 내가 지어낸 것이다. 하지만, 이 고객 자산 균형 이론은 그야말로 신용카드 회사가 경기 변동에 살아남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IMF 때 우리 나라 카드 회사들이 많이 파산했는데, 그 때 살아남은 카드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들의 차이는 바로 이 자산 균형의 유무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만약 IMF와 같은 금융 위기에 저위험 자산 고객을 많이 보유한 신용카드 회사라면, 고객들의 연체율이 다른 신용카드 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고 이로 인해 신용카드 자산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반대로, 그렇지 못한 회사들은 빚더미(IMF 당시에는 외화부채였고, 달러의 가치가 덩달아 올라 그 당시 신용카드 회사에 더 큰 부담이었다)를 이기지 못하고 파산하는 것이다.
실제로, 신용카드 회사 입장에서는 경기 불황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여 이 상황에 어떤 고객이 살아남는지 그 비율을 계산하여 놓기도 한다. 경기 불황 때, 카드 빚을 갚지 못하는 고객을 예측하고, 카드 빚을 잘 갚을 고액 자산가의 소비 패턴을 추적하기도 하는 것이다. 만약 정말로 경기 불황이 닥친다면, 신용 카드 회사 입장에서는 고위험 및 신용도가 낮은 (자산이 적은) 고객들은 파산하고, 저위험 및 신용도가 높은 (자산이 많은) 고객만이 살아남게 된다. 그리고, 신용카드 회사들은 이렇게 살아남은 고객을 통해 경기 불황을 이겨낼 수 있다.
얼마 전에 받은 내가 신용카드 명세서에 포함된 신용카드 혜택 리스트. 요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국 각지의 놀이시설 혹은 휴양지가 30여개 이상 나와 있다.
신용카드 회사의 혜택. 바로 고객 자산 균형을 이루기 위해
신용카드 회사가 각종 혜택으로 신용카드 가입을 유도하는 것은 바로 자산 균형을 이루기 위한 조치다. 우선, 혜택 자체가 천차만별이다. 서민들에 꼭 필요한 혜택 가령 주유소 할인 혜택, 자동차 엔진오일 교환 혜택, 마트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하기도 하고, VVIP라고 해서 해외 공연 관람권, 유명 디자이너 쇼 초대권, 유명 원로 가수 디너쇼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면서 신용카드 회사는 저위험 그리고 고위험 고객을 모두 끌어들인다. 다양한 혜택만큼 다양한 자산 위험도를 가진 고객들을 모으고, 다양한 신용도를 가진 고객들을 모으는 것이다. 그리고, 경기 예측에 따라 이 비율을 미리 정해 놓고, 그에 따라 경기 민감도를 최대한 낮춰 신용카드 회사 자체의 위험도를 낮춘다. 즉, 경기 불황이라고 생각하면, 저위험 자산가의 비중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고, 경기 호황이라고 생각하면 신용도가 낮은 고객들도 유치하는 것이다.
종종 신용카드 회사가 고객들을 자산의 위험도에 따라 비율을 맞춘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는데, 가령, 고등학생에게도 신용카드 발급이 쉽다면 그만큼 신용카드 회사는 향후 경기 호황을 예측한다고 볼 수 있다. 반대인 경우, 경기 불황을 예측해 신용카드 회사는 신용도가 낮은 (연체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에게는 카드 발급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카드 발급의 용이성으로 우리는 그들이 고객 자산의 위험도에 따라 비율을 정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결국, 신용카드 회사들이 그들이 매년 받는 연회비보다 더 많은 혜택을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향후 발생할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그들의 경기 민감도를 낮춰 경기 불황에도 살아남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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