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를 노리는 TV광고의 은밀하고 집요한 방법
예전에는 재미있는 TV 광고도 많았다. 광고 안에 재미적 요소를 첨가하고자 하는 광고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광고를 재미있다고 생각하기 보다 짜증을 유발하고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광고가 나오려고 하면 그것을 미리 알아채 그새를 참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채널을 돌려버리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그러다, 종종 다른 곳에서 재미있는 것이 방영되면, 원래 보고 있던 채널로 되돌아오는 것을 잊기도 한다.
따라서, TV 광고를 만드는 광고업체는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광고가 나올 때마다, 채널을 바꾸고 다른 채널로 가버리니 광고 효과가 떨어지는 것이다. 쇼파에 앉아 리모컨만 손가락으로 까딱하면 다른 채널로 옮겨가고, 또 요즘에는 그 채널의 개수도 많다. 손쉽게 채널을 바꾸면서 광고가 나오는 채널은 모두 건너뛰기도 하는 것이다. 이렇게 광고 효과가 떨어지는 동안, 광고 제작비용은 올라가기만 한다. 물가 상승률을 굳이 따지지 않아도, 광고로 쓸만한 연예인 섭외료도 계속 올라간다. 광고업체 입장에서 본다면 이중고인 셈이다.
TV 광고의 새로운 진화
이렇게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오는 광고를 시청자들이 기피하니, 광고업체들은 머리를 썼다. 프로그램 중간에 광고를 넣는 것이다. 그것도 결정적이고 가장 중요한 순간에 그래서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가능성이 큰 부분에 광고를 넣는다. 좋은 예로는 '슈스케'라는 프로그램이다. 노래 경연 대회 프로그램인데, 탈락자 혹은 승자를 알려주기 전 ‘60초 후에 공개’한다고 하면서 그동안 광고를 내보내는 것이다. 그 프로그램에 열정적인 팬은 다른 채널로 돌려 자칫 가장 중요한 부분을 보지 못할 위험에 처하려고 하지 않는다. 결국, 60초간의 광고를 보거나 최소한 TV를 통해 광고가 흘러 나오도록 놔두는 것이다.
원래 이 방법을 가장 먼저 쓴 곳은 영화 채널이었다. 영화는 줄거리가 있어서 꾸준히 봐야 하는데, 이것을 노리고 광고업체가 영화 중간중간에 광고를 넣는 수법을 쓴 것이다. 물론, 긴 영화가 나오는 동안 화장실에 갈 수 없었던 시청자들은 이 기회를 활용해 화장실에 가서 볼 일을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저 멍하니 앉아 그저 광고를 보는 선택을 한다. 역시 다른 채널에 가서 지금 현재 광고를 하지 않는 프로그램을 볼 수 있지만, 그러다가 자칫 잘못하여 영화 중간을 건너뛰는 위험이 발생한다. 영화 중간을 놓친 것만큼 찜찜한 것도 없으며, 나중에 그 부분만 다시 보기에도 애매하다.
그리고, 스포츠 채널은 최근 들어 농구, 야구, 축구 등을 중계할 때 오른쪽 여백에 광고를 하는 경우가 생겨났다. 스포츠 채널 스폰서의 광고를 화면 구석에 내보내는 일이 많아진 것이다. 하지만, 스포츠 채널의 이러한 광고는 어쩌면 과도하다고 할 수 있다. 가령, 축구 경기를 본다고 하면, 이미 축구장 둘레에 수많은 광고판이 있다. 수십개의 광고가 눈앞에 90분동안 아른거리는 것이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포수 뒤에 광고가 있고, 심지어 선수 개개인의 헬멧에도 광고 문구가 2시간동안 보여진다. 이런 스포츠 내부 광고 이외에 스포츠 채널에서 자체 광고를 내보내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이중광고를 노출시키는 것이고, 시청자들은 광고의 홍수 속에 혼란스러워진다.
이보다 한단계 더 진화한 광고업계의 전략
사실, 광고 회사의 입장에서는 그 광고를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보여지게 하는 목적도 있지만, 가장 효과적인 것은 소비자들이 그 광고를 보고 즉각 소비활동으로 이끌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지금 현재 이런 광고가 TV 속에서 은밀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먼저, 프로그램 내에 협찬을 하는 경우다. 특히, 드라마에 많다. 가령, 드라마 주인공의 자동차를 협찬하여 주인공이 운전을 할 때마다 특정 자동차만 나오게 하는 광고다. 보통, 드라마 주인공은 멋있게 나오기 마련인데, 해당 자동차 브랜드도 덩달아 멋있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예전 현빈이 주연한 ‘시크릿가든’이란 드라마에서 BMW는 아주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주인공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된 드라마 시청자가 있다면, 이 시청자는 그 자동차를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자동차 외에 주인공의 옷, 시계, 구두 등까지도 모두 따라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또, 드라마에 컴퓨터가 많이 나온다면, 모니터, 컴퓨터 등도 광고 대상이다. 사실, 드라마에 나오는 현실도 일상 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드라마에 나오는 사람들이 소비자 대신에 모든 제품들을 대신 시현해 주는 그런 광고를 하는 셈이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미래의 드라마는 현대물만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광고계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상대적으로 현대적인 제품을 시현 광고를 할 수 없는 사극 드라마인 경우 그 입지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복 광고가 아니라면)
하지만, 이렇게 단순히 협찬하는 광고보다 더 은밀한 방식은 바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여기서 말하는 프로그램은 위에서 언급한 슈스케 같은 ‘경쟁형 리얼리티’가 아니다. 내가 말하는 것은 바로, ‘패션 디자이너 되기’, ‘잡지 에디터 되기’, ‘아이디어 팔기’ 등과 같은 ‘체험형 리얼리티’다.
예전에 한 아이돌 그룹이 잡지 에디터를 체험하는 TV 프로그램이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의 입장에서 잡지 에디터가 되기 위한 과정을 보여주고, 그 과정에서 배우면서 재미있는 일화를 풀어내는 것이 주 내용의 그런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 못했던 고도의 광고가 숨겨져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잡지 광고다. 아이돌 그룹이 잡지사에서 공부하고, 고민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은 겉으로 즐기겠지만, 은연중 패션 잡지에 대한 관심과 호감도 갖는다. 패션 잡지에 아무것도 몰랐던 사람도 그것이 뭔지 알게 되고, 잡지 하나 만드는데 엄청난 노력과 시간의 산물임을 깨달으며 잡지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이 방송이 나간 후 해당 잡지 매출은 물론 우리 나라 전체 출판산업에도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다른 비슷한 체험형 리얼리티도 마찬가지다. 기업 혹은 어느 단체 안에서 직접 체험하면서 발생하는 일을 리얼리티 형식으로 하고 있지만, 이런 프로그램은 사실 모두 그들 기업 혹은 단체를 위한 광고인 경우가 많은 것이다. 따라서, 예전에는 광고 스튜디오에서 광고를 찍어 TV에 팔았지만, 어떻게 보면 요즘은 광고를 하고 싶은 기업이나 단체에 직접 가서 거기를 스튜디오 삼고, 거기에 스토리를 덮어 은밀히 광고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셈이다.
결국, 시청자들은 지금껏 TV광고로부터
회피하려고 노력해왔지만, 광고업계의 이런 은밀하고도 집요한 노력으로 여전히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광고를 볼
수 밖에 없는 그런 현실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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