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견

승객과 버스기사가 350원 때문에 싸운 그 가치

에그2 2011. 7. 10.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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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버스를 타고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버스에 올라타 자리가 앞자리뿐이 없어서 운전사 바로 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두세 정거장이 지나서 사람들이 많이 탔다. 그 중 초등학생과 엄마로 보이는 사람이 동시에 탔고, 엄마로 보이는 사람은 초등학생과 계산을 같이 하길 원했던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버스기사 아저씨가 문제인지 컴퓨터 시스템 잘못인지 그 조작에 버벅거리기만 했다. 그러다 결국 아주머니와 초등학생은 차비로 어른 두 명분이 계산됐다. 당연히, 아주머니는 화를 냈다. 분명히, 초등학생이라고 말을 했는데, 어른 차비를 냈으니 아주머니 입장에서는 충분히 화낼 만도 했다.

 

버스 운전 기사 어저씨는 아저씨대로 혼자 씩씩거리고 있다. 뒤에 앉은 나로서는 아저씨의 거친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도록 가까웠다. 아저씨도 나름대로 열심히 컴퓨터를 만지작거렸지만, 결국 실수를 했고, 운전하면서까지 아주머니의 따발총 같이 쪼는 불만을 듣고 있었다. 물론, 옆에 있던 나도 같이 듣고 있었다.

 

아저씨는 죄송하다는 말만 계속했다. 사건만 보면 아저씨는 죄송하다는 말뿐이 할 말이 없었다. 이것은 서비스업에서 손님에게 웃돈을 더 받은거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택시를 타도 아무런 이유없이 미터기보다 더 많은 요금을 요구하면, 손님과 택시 기사는 분명 그 적당한 가격을 두고 실랑이를 벌일 것이다. 버스에서는 350원이라도 큰 금액에 속한다.

 

그래도, 아주머니의 행동은 조금 잘못된 것 같다. 특히, 운전하고 있는데, 옆에서 계속 쪼아대면 운전에 집중할 수 없다. 운전해보면 알겠지만,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조금만 떠들어도 집중 안되는게 운전이다. 아주머니처럼 귀에다 대고 크게 떠들면 아무리 베테랑 운전기사라고 해도 사고나기 쉽다는 것이다.

 

아니, 조금 더 확장적으로 생각을 해보면, 아주머니의 행동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그 이유는 아주머니로 인해 교통 사고가 나면 버스에 같이 올라탄 십여명의 손님도 같이 다치게 되기 때문이다. 괜히, 아주머니가 350원을 돌려 받기 위해 버스 운전 기사에게 무지막지하게 따지고 들면 손님의 목숨이 위험할 수 있고, 이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350원에 비하면 너무나 큰 희생이다. 승객 개개인의 목숨의 가치는 350원의 가치를 분명 뛰어 넘을 것이기 때문이다. 버스 운전기사가 아주머니의 짜증난 불만에 더욱 짜증이 나서 핸들만 확 돌려버리면 옆에 흐르는 강물로 다 빠져 죽을 수도 있었다.

 

운전기사 아저씨가 실수를 해서 350원을 더 낼 수도 있다. 혹은 극단적으로 더 큰 실수를 해서 만원을 더 내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돈의 가치도 목숨과는 비교할 수 없다. 따라서, 아무리 버스 운전기사가 실수를 해도 너그러이 용서하는 마음도 필요할 것 같다. 흔히 말하는 관용의 정신이다.

 

당연히, 관용의 정신으로 버스에 탄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 350원 되돌려 받는 것보다 더 소중하다. 만약 정말 350원을 덜 받아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와 말다툼을 벌인다면, 이번에는 넋 놓고 바라보고만 있었지만, 다음에는 내 지갑에 든 천원짜리 지폐를 꺼내 아주머니께 정중히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천원으로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면, 난 그걸로 됐다. 나부터 관용의 정신을 베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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