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광고-작가, 드라마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종종 드라마에 빠진다. TV에서 월화수목금토일 빠짐없이 드라마를 방영하는데, 특정 시간대에 사람들은 특정 드라마를 골라 보고 있는 것이다. 마치 드라마 중독 증세인 것도 같다. 즉, 드라마를 왜 보는지도 모르고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자기가 보고 싶은 것을 맹목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하지만, 나는 드라마를 절대 보지 않는다. 특히, 우리 나라 드라마를 보는 것은 절대적으로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 그럼 내가 왜 드라마를 보지 않는지 그 이유를 보다 자세히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안 봐도 드라마 내용은 모두 똑같아
나는 우리 나라 드라마의 줄거리만 보면 그 전체 내용이 그려진다. 그리고, 이것은 크게 드라마 주인공의 배경에 따라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남자가 재벌이거나 돈이 많지만 상대 여자는 평범한 경우, 둘째, 남자는 평범하지만 상대 여자가 재벌이거나 돈이 많은 경우다. 세번째 경우는 둘 다 평범한 경우다.
먼저, 우리 나라 드라마에서 재벌이나 돈이 많은 사람은 항상 등장한다. 드라마를 보는 실제 사람들은 서민들이 많고, 드라마에서처럼 부자인 사람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지만, 드라마에서는 빠지지 않고 재벌가나 돈이 많은 사람이 주인공으로 항상 등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드라마 스토리는 두 주인공 모두 부자인 경우는 거의 없다. 꼭 남자가 돈이 많으면 여자가 평범하고, 남자가 평범하면 여자가 부자인 것이다.
나는 때때로 드라마를 매일 보는 사람들이 과연 왜 이렇게 부자는 우리 나라 드라마에서 꼭 등장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봤을까 궁금하다. 물론, 아무도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저 드라마에 중독되어 드라마 스토리에 푹 빠져버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 과연 왜 우리 나라 드라마에는 부자가 꼭 등장해야 할까.
그 이유는 바로 광고다. 그리고, 드라마에서 가장 흔한 것이 바로 자동차 광고인데, 특히 재벌이나 돈이 많은 사람들을 위해 외제차 광고는 빠지지 않는다. 평범한 사람들이 외제차를 끌고 다닌다는 설정은 아무리 '막장 드라마'라고 해도 전혀 현실성 및 설득력이 없다. 따라서, 남자 혹은 여자 주연 정도의 배역이라면 당연히 돈이 많아야 한다. 돈이 많으면 외제차를 끌고 다닐 수 있고, 드라마 전개상 아무 무리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위에서 말한 세번째의 경우처럼, 남녀 주인공 모두 평범한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과연 남녀 주인공 모두 평범한데 외제차 광고가 나올 수 없는 것일까. 답은 아니다. 남녀 주인공 모두 부자가 아니라 평범하더라도 드라마 속 외제차 광고가 가능한 것이다. 그 방법은 간단하다. 평범한 남녀 주인공이라도 어떻게 해서든 외제차를 등장시키기 위해 스토리를 그 쪽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나라 드라마가 ‘막장 드라마’가 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기도 하다. 가령, 남자 주인공이 재벌의 아들이라는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거나 재벌가 회장의 눈에 들어 갑작스럽게 출세를 하는 것이다. 아니면, 정말 갑자기 생뚱맞게 로또에 당첨이 될 수도 있겠다. 드라마 속 주인공은 순식간에 큰 돈을 얻게 되고, 평범한 주인공이더라도 드라마에서 외제차를 몰고 등장하는 것이다. 그 다음 스토리는 뻔하다. 종종 예전 자신에게 안 좋은 관계였던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거나 옛 애인과 재결합하는 해피엔딩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나라 드라마는 모두 이런 식이다. 주인공 남녀 중 한 명이 재벌 혹은 돈이 많다는 설정이거나 아니면 모두 평범한데 결국 출세를 하고 돈이 많아진다는 설정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설정에는 외제차 혹은 고급 세단이 꼭 등장한다. 결국, 우리들은 드라마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재벌가 이야기로 포장된 외제차 광고를 재미있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드라마와 드라마 속 광고의 부적절한 관계
우리들은 인기 드라마가 연장해서 방영하는 경우를 수없이 봤다. 물론, 나는 드라마를 보지 않기에 이런 소식을 뉴스를 통해서 듣는 편이다. 가령, 남녀 주인공이 부모님들이 그토록 반대하던 결혼을 하게 되어서 해피엔딩인데, 그 사이에 또 하나의 사건을 억지로 끼워 넣어 연장하거나 주인공과 악역 사이의 갈등이 다 해결된 것 같았는데, 억지 반전을 끼워 넣는 식으로 분량을 10회 더 늘리는 식이다. 그런데, 과연 드라마 열혈 시청자들은 왜 이렇게 드라마 연장을 하는지 잘 알고 있을까.
드라마를 연장하는 이유도 당연히 광고 때문이다. 드라마 연장을 해야 위에서 말한 드라마 안에서의 광고는 물론 드라마 시작 전과 끝난 후에 하는 광고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는 드라마 안에서의 광고를 살펴봤지만, 이번에는 드라마 앞뒤의 광고를 보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 드라마 시청률이 20% 정도 나온다면, 드라마 시작 전과 끝난 후의 15초 광고 한편이 천만원 가까이 한다. 15초 광고가 드라마 앞 뒤 각각 10개씩 총 20개 정도가 붙는데, 드라마 한 회당 2억원의 매출이 발생하는 것이다. 즉, 드라마를 10회 연장한다면, 그 매출은 20억원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진작에 끝나야 할 드라마가 연장이 된다면 시청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화가 날 법하다. 다 끝난 이야기를 계속 방영하고 있으니, 이것을 왜 계속 봐야 하는지 화가 나고, 시간 낭비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종종 적극적인 해당 드라마 팬들은 직접 드라마 홈페이지에 가서 항의 글을 남기기도 한다. 하지만, 방송국은 이런 시청자의 항의에 눈썹 하나 깜빡이지 않는다. 과연 방송국은 드라마 연장 10회 동안 시청자로부터 욕을 먹는 것을 택할까 아니면 10회 연장해서 매출 20억원을 택할까. 당연히, 방송국 입장에서는 드라마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시청자는 그냥 아무런 힘도 없는 그저 시청자일 뿐인 것이다. 결국, 시청자들은 지금 시청자의 만족보다 돈이 더 중요하다는 방송국이 만든 드라마를 즐겁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드라마 작가가 진짜 하는 일은?
드라마는 드라마 작가가 시나리오를 짠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 나라에는 유명하다는 혹은 흥행 보증수표라는 작가들이 몇 명 있다. 드라마 스토리를 잘 짠다고 정평이 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들은 드라마 스토리를 잘 짜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 속 광고가 시청자에게 거부감이 없도록 만드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 반대로 말하면, 드라마 속 광고가 시청자에게 거부감을 일으킨다면, 그 작가는 그 능력이 떨어진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우선, 주인공의 직업은 광고주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무슨 뜻인가 하면은, 드라마가 대학교에서 협찬을 받는다면, 주인공은 재벌가 대학생의 신분이 되고, 주인공이 백화점 사장이라고 한다면, 백화점이 협찬을 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즉, 같은 주인공이라도 협찬을 받는 곳에 따라 그 주인공의 배경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드라마 작가들은 결국 이렇게 광고주에 맞게 스토리를 짜는 것에 능숙하다. 만약 드라마가 백화점과 대학교에서 동시에 협찬을 받았다고 하자. 그렇다면, 드라마 작가는 백화점과 대학교를 배경으로 스토리를 짜야 한다. 가령, 백화점 사장인 남자 주인공이 평범한 여대생인 여자주인공을 만나는 장면이 꼭 나올 것이란 얘기다. 따라서, 나는 위에서 말한 주인공 배경에 더불어 드라마가 어떤 협찬을 받았는지만 봐도 대강 드라마 스토리가 잡힌다. 드라마 작가들이 기본적으로 재벌 혹은 부자들을 어떤 틀에 맞춰 스토리를 짜는지 잘 알고 있으며,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도 추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에는 나처럼 드라마를 전혀 보지 않는 사람들을 TV 앞에 앉히기 위해 비현실적인 스토리로 유도하고 있다. 이전에도 비현실적이었지만, 점점 더 비현실적으로 가는 것이다. 가령, 북한과 연관되거나 혹은 조선시대 사람을 현대에 등장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도 위에서 말한 기본적인 포맷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부자 혹은 재벌이 등장하고, 재벌의 눈에 띄어 부자 주인공에 관련된 이야기 혹은 부자와 평범한 사람간의 연애 스토리가 전부인 것이다. 즉, 굳이 억지로 광고를 보려고 하지 않는 한, 나는 어떨 것이라 예측할 수 있는 스토리의 드라마를 볼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차라리, 드라마 볼 시간에 책 한페이지라도 더 읽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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