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한명만 있어도 고속버스가 달리는 이유
나는 평일에 가끔 고속버스를 탈 때가 있다. 당연히 주말보다 사람이 적다. 그래서 이럴 때 북적거리지 않은 고속버스를 탈 수 있어서 속으로는 쾌재를 부른다. 하지만, 고속버스 회사 입장에서는 기쁘기는 커녕 울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이용하는 사람 수에 비례해 버스 회사의 수익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속 버스 회사는 손님이 없어도 운행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왜 그럴까?
고속 버스 운임료의 결정 요인
먼저, 고속버스의 운임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알아보자. 고속버스의 운임료는 거리에 비례해서 결정된다. 즉, 대전보다 부산으로 가는 서울의 고속 버스의 운임료가 더 비싸다. 이는 운행하는 동안 소요되는 기름의 양과 고속버스 운전기사가 부산으로 더 가는 만큼의 노고가 더해져 결정된다. 물론, 사무직원 임금, 빌딩 임대료 등 고정비용도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일반 버스(가로 4자리)와 우등버스(3자리)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우등버스일 경우, 자리가 넓기 때문에 손님들이 편하게 가는 서비스를 주고 돈을 적게는 천원 많게는 만원 정도 더 받는다. 자리가 넓기에 우등버스의 자리 수는 일반 버스의 반절 정도이다.
손님이 없을 경우 발생하는 손해
일반 버스일 경우 자리수가 45개 정도이다. 한 사람당 운임료가 10000원이라고 할 때, 한번 운행하는데 45만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만약, 버스 위에 나 혼자 타고 아무도 타지않을 경우, 버스 입장에서는 44만원 매출이 날라간다. 반면,우등 버스는 자리가 28개 정도다. 한 사람당 운임료가 15000만원라고 할 때, 42만원의 매출이 가능하다. 역시 나 혼자 탔을 경우 40만5천원이 손해다.
이 손해는 위에서 말한 고속 버스 운임료를 결정하는 요인들을 고려하면 더욱 커진다. 기름값은 물론 운전기사 임금까지 포함하면 버스 한대에 나 혼자 타거나 손님이 아예 없다면 운행하는 것 자체가 손해인 것이다.
그러면서 고속버스가 손해보면서 운행하는 이유
먼저, 고속 버스는 잘 짜여진 스케줄대로 움직인다. 시간엄수가 생명이기에 버스 한대 한대 운영에 심혈을 기울일 수 밖에 없다. 만약, 대전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가 있을 경우, 그 버스는 서울에서 약간의 청소와 점검을 한 다음 다시 대전으로 혹은 다른 도시를 위해 운행될 수도 있다. 주어진 자원(버스의 갯수)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손님이 없더라도 버스를 운행시켜 다음 스케줄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스케줄대로 맞춘다고 해도 손해는 손해다. 손해가 계속 나면 날수록 버스는 운행할 이유가 없어진다. 하지만, 버스 회사는 버스 하나에 대한 매출보다는 하루 동안 아니면 그 보다 긴 한달 동안의 매출을 따진다. 즉, 하루하루 버스 매출에 집착하여 손님이 없다고 운행하지 않는 오류를 범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버스 회사가 오랜 세월 운영해온 노하우로 얻은 경영 방식이다.
버스 회사는 하루 중 손님이 어느 시간대에 많이 타고, 하루 평균 손님 수가 몇 명이며, 더 나아가 월별 평균 손님 수까지 나타낸 오랜기간 축적해온 데이터가 있다. 버스 회사는 어느 시간대에 손님이 없고, 손님이 많은지 다 알고 있는 것이다. 이런 노하우 때문에 손님이 없을 때도 운행하는 것은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것은 언제나 예외 상황이 있다는 점을 버스회사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 전혀 손님이 없을 것 같은 시간에도 단체 손님이 생길 수 있다. 즉, 결혼식이나 장례식 같은 행사로 인해 버스 회사의 예측과는 다르게 손님이 별로 없을 것 같은 시간대에 다수의 손님이 생길 수 있다. 회사는 이런 예외적인 경우를 많이 겪었고, 또 그에 따른 데이터도 보유하고 있다. 이것은 결국 버스 회사가 한 버스의 손님 수 보다는 하루 전체 혹은 한 달 평균 손님 수에 더 집중하는 이유가 된다. 언제 어디서 올 지 모르는 다수의 손님을 놓칠 수는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버스가 손님이 한명만 있어도 운행하는 이유는 고객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특정 시간에 손님이 없어도 그 시간대에 운행함으로써 미래 잠재 고객에게 약속한 그 시간에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신뢰감을 주게 된다. 만약, 운행하지 않을 경우, 언론에 그 뉴스가 나갔든 안 나갔든 그 소식은 입으로 통해 다 전해지게 되어 있다. 그럴경우 고객에 대한 신뢰감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만약 버스가 손님이 나 혼자여서 운행할지 안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아무도 고속 버스를 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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