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잃어버린 친구에게 내가 한 말은?
아무튼 결과는 이렇게 빈손으로 10만원을 잃어버린 채로 친구는 우울해 했다. 이럴 때 친구를 위해 뭐라고 위로해 줘야 한다. 슬픔도
기쁨도 같이 하는게 친구라고 하지 않던가. 그래서 나도 위로해 줄 겸 한마디했다. 그런데, 그 한마디를 실수한 것 같다. ‘괜찮아, 돈은 또 벌면 돼’라는
식으로 말을 하면 되는데, ‘괜찮아, 너 때문에 다른 사람은
행복해졌을거야’라고 말한 것이었다. 이 말을 들은 친구는
약간 어이가 없는 표정이었고, 나도 이런 말을 했다는게 약간 어이가 없었다. 그 때 얼버무리며 결국 웃으며 잘 넘겼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내가 한 말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당연히 내가 잃어 버린 돈 다른 사람이 주우면 행복하지 않을까?
◆돈을 잃어버리면 다른 사람이 행복해진다고?
당연히 돈을 잃어 버렸을 때, 그 돈을 다른 누가 가져간다면 그 사람은 행복해진다. 돈을 잃어버린 사람의 입장에서는 슬프지만, 돈을 주운 사람 입장에서는 더 행복해졌다. 일반적으로 제로섬 게임처럼 그 슬픔과 기쁨의 정도는 같게 된다.
하지만, 제로섬 게임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많다. 예를 들어, 여윳돈이 별로 없는 자취생에게 당연히 10만원을 줍는 사람의 행복 크기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물론, 10만원을 잃어버릴 경우 그 슬픔도 크다. 하지만, 돈이 많아 돈을 휴지처럼 쓰는 사람에게는 어떨까?
이런 사람은 별로 없지만,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 하다) 돈을 펑펑 쓰길 좋아하는 사람에게 10만원은 그야말로 껌값일 수 있다. 이들은 10만원을 잃어버려도 그 슬픔이 크지 않다. 반대로, 이들은 10만원이 땅에 떨어져 있어도 줍지 않을 것이다. 10만원으로 얻을 수 행복이 이들에게는 아주 미약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들은 10만원을 줍기 위해 허리를 굽히는 대신 그냥 콧날을 세우고 우아하게 걸어가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 혹은 이들은 땅에 떨어진 10만원권을 보고 지저분하다고 피할 수도 있고, 이는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결국, 돈에 대한 사람들의 상대적 가치는 이렇게 사람마다 천차만별일 수
있다. 즉, 엄밀히 말하면 친구에게 한 나의 위로, ‘괜찮아, 너 때문에 다른 사람은 행복해졌을거야’는 틀릴 수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돈을 하수구에 빠트려도 다른 사람이 행복해질까?
친구는 돈을 어디서 잃어버린지 모른다고 했다. 기억이 안난다는 것이다. 그럼 돈이 주머니에서 빠져 하수구에 들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이렇게 돈이 하수구에 들어가 아무도 그 돈을 가질 수 없어도 다른 사람들이 행복해질까?
물론, 돈을 잃어버린 사람의 입장에서는 불행해졌다. 당연히 돈을 잃어버린만큼 가난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돈이 하수구에 빠져 다른 사람들이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즉 부유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행복해졌다고 보기도 힘들다. 이건 위에서 말한 제로섬 게임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 전체로 보면 제로섬 게임이 성립된다. 즉, 하수구에 돈이 빠져서 다른 사람이 그 돈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시중에 있는 돈의 양이 그만큼 줄었다고 볼 수 있다. 시중에 돈의 공급이 줄면 물가가 낮아지고, 물가가 낮아질 경우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돈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올라간다. 따라서, 만약 내가 돈을 하수구에 빠뜨려 잃어버리면 다른 사람은 내가 가난해진만큼 부자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설탕 100g을 1000원 주고 샀는데, 이제 물가가 낮아져서 그것을 500원만 주고 살 수 있다면 우리는 더 부자가 된 셈이다.
결국, 친구에게 내가 한 말 '괜찮아, 너 때문에 다른 사람은 행복해졌을거야'는 돈이 완전히 유실된 상태에서 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항상 옳은 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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