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견

대형마트가 비난 받아야 하는 진짜 이유

에그2 2012. 3. 26.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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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물건을 사기 위해 대형마트에 간다. 그리고, 그냥 물건이 아닌 싼 물건을 사기 위해 간다. 싼 물건이 없다면, 다른 곳에 가서 물건을 살 법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다른 곳에 가서 물건 가격을 비교할 시간도 여유도 없다. 사람들은 이제 대형마트 물건이 다른 곳보다 비싼지 싼지 모르고 습관적으로 대형마트에 와서 물건을 사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저 대형마트가 재래시장 혹은 슈퍼마켓 같은 곳보다 싸겠다는 짐작으로만 물건을 사고 있는 셈이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대형마트의 이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형마트가 대량으로 물건을 사기 위해 좋은 곳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곳보다 가격이 싼 곳으로 알고 있다. 카트를 끌고 원하는 물건을 마음껏 담고, 그 넓은 대형마트를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으며, 세일품목이나 대량으로 살 수 있는 일부 물건들을 보고 모든 물건의 가격이 다른 곳보다 더 싸다고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 대형마트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만 지고 있다. 재래시장 혹은 지역 상권 및 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 규제의 필요성이 높아졌고, 지역의 자금이 모두 수도권으로 빠져 나가는 지역 자금 공동화 현상까지 발생해 서민 경제가 힘들어진 탓이다. 실제로 그 법안도 통과되어 이제 매달 이틀씩 대형마트가 문을 닫게 된다. 

어떻게 보면, 지금 대형마트에 대해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미지가 위의 두 가지가 혼합되어 있다. 대형마트에서 대량 물건을 싸게 살 수 있지만, 여기서 물건을 사면 살수록 지역경제에 해가 될 수 있다는 그런 이미지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는 대형마트의 또 다른 본모습은 따로 있다.

 

대형마트와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업체와의 롤러코스터 관계 

대형마트에는 엄청난 수의 물건들을 팔고 있다. 그리고, 이 물건들을 모두 대형마트가 스스로 만들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간단히 말해, 대형마트는 다른 곳으로부터 물건을 받아와 자신들의 매장에 진열해 놓고 그 물건을 팔고 있는 것이다. 

먼저, 대형마트가 처음 생겼을 때, 대형마트는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물건을 판다는 것을 인식시켰다. 그리고, 대형마트는 납품하는 업체들에게 최대한 물건을 싸게 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야 싸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납품업체는 단위 수익이 줄어들 수 있지만, 대형마트에 납품할 경우 매출이 늘 것이라는 꼬임에 넘어가 대형마트의 의도대로 가격을 낮추게 된다. 이제 대형마트는 정말로 물건을 다른 곳보다 싸게 팔 수 있었고, 소비자들에게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약속을 지키고, 물건까지 싸기에 대형마트는 지금의 인기를 누리게 된 것이다. 지금도 최저가격제를 시행하는 곳이 있는데, 이들이 이런 제도를 실시하는 것도 모두 납품업자들이 그 수익을 일정 양보를 했기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형마트가 처음 생겼을 때와는 달리 납품업자와의 관계가 완전히 바뀌었다. 대형마트의 인기가 하늘을 찔러 매출이 급격히 늘면서 이제 협상력은 납품업자들이 아닌 대형마트쪽으로 완전히 기운 것이다. , 대형마트는 납품업자들에게 물건을 싸게 달라고 부탁하지 않아도 되었다. 오히려, 싸게 납품하지 않는다면 다른 납품업체를 알아볼 것이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 이제 기존의 물건을 납품하는 곳에서는 졸지에 매출을 잃을 위기에 빠졌으며,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대형마트의 말을 고분고분 들어야 함을 의미했다.

 

납품업자에 대한 대형마트의 무리한 요구 

경영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기업 경영에 있어 비용 절감과 매출 증대가 가장 중요하다고 배운다. 그리고, 대형마트는 가장 악랄할 정도로 이것을 행동에 잘 옮기는 곳 중 하나다. 

협상력이 뒤바뀐 뒤, 대형마트는 납품업자들에게 물건을 싸게 달라고만 하지 않는다. 납품한 물건의 매출을 늘리고 싶다면, 직접 판촉 직원을 보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것은 한마디로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파는데, 그 홍보 비용을 납품업체에 떠넘긴 셈이다. 그리고, 물류비용을 떠 넘기는 것도 당연시되고 있다. , 대형마트에 물건을 팔려면 그 물건을 대형마트까지 운송하는데 드는 비용도 납품업체가 모두 부담하라는 것이다. 

게다가, 대형마트의 요구는 대형마트간의 경쟁 속에서 더 심해질 수 있다. 간혹, 자기들네에서 물건을 팔면 다른 곳에서는 팔지 말 것을 요구하거나 아니면 다른 곳에서는 더 비싸게 물건을 납품하라는 강요 같은 것을 하는 것이다. 이러면, 대형마트들 사이에 납품업체만 그 입장이 곤란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위에서 이미 말했듯이 납품업체는 이미 협상력을 잃었다. , 불합리하더라도 대형마트가 하라고 하면, 해야만 하는 것이다.

 

대형마트에 반항을 한다면 벌어질 끔찍한 일들 

만약 대형마트의 그 어떠한 요구에 반발을 한다면, 납품업체들에게 어떠한 시련이 닥칠까. 우선,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업체는 그 물건만큼 수도 없이 많은데, 이들 업체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 지금껏 대형마트가 원하는 대로 가격을 최대한 낮춰 마진 없이 납품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에 조금이라도 밉보이기 시작하면, 당장 거래 중지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마트에 물건을 대줄 곳은 많다. 어쩌면, 납품업체의 다른 경쟁자가 대신 대형마트에 물건을 납품할 수 있고, 값 싼 중국산 제품이 그 자리를 몰래 차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조금만 더 확장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납품업체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의미는 납품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 지금 사람들은 대형마트의 인기 혹은 확장으로 지역경제가 무너지고, 재래시장이 문을 닫는다는 것만 알고 있지만, 사실상 대형마트의 존재가 커지면 커질수록 납품업체의 협상력은 역으로 점점 감소하게 되며, 동시에 그 수익도 점점 감소할 가능성이 커짐을 의미한다. 이것은 또한 납품업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더 열악한 임금으로 나날이 견뎌야 하는 것을 의미하며, 그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경우 납품업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정말 대형마트가 비난받아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대형마트-납품업체-소비자 사이의 딜레마

물론, 지금껏 언급했던 납품업체는 모두 중소형 납품업체를 말한다.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을 국가적으로 지원하고 보호해야 하듯이, 대형마트 혹은 대형 납품업체가 아닌 중소형 납품업체를 지원 혹은 보호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가지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다. 소비자들은 지금 대형마트의 저렴한 가격에 익숙해져 있지 않은가. 

대형마트와 납품업체와의 관계에서 납품업체들의 협상력이 더 커지게 되면, 소비자들은 이전보다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할 수 밖에 없다. 즉, 대형마트보다 납품업체들에 수익을 조금 더 배분하기 위해서는 물건의 가격이 올라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소비자도 물건의 가격이 오르는 것을 좋아할 리 없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재래시장을 살려야 하는 공감대가 존재하지만, 대형마트보다 비싼 물건을 재래시장에서 사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심리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중소 납품업체를 살리고는 싶은데,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싸게 사고 싶어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민할 수 밖에 없는 딜레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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