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영국&미국대학교

다른데 제쳐두고 내가 영국 유학을 결정한 이유

에그2 2010. 12. 21.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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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대학을 다닌지 꽤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영국 유학에 관심이 있기에 도움이 되고자 이 글을 시작합니다.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영어권 나라 중 영국으로 유학을 결정한 나의 선택이 성공인지 실패인지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그 선택 당시의 느낌, 경험을 통해서 왜 영국으로 유학가게 되었는지 한번 써 보겠습니다.

 

1. 영국 영어는 정통 영어

얼핏 들어 보면, 영국 영어는 딱딱하고 촌스러워 비주류 영어로 오해받기 쉽습니다. T 발음도 세게 하고, 억양도 우리가 흔히 듣던 것과는 다른 영어로 말하기에 그런 오해가 많죠. 상대적으로 미국 영어에 접할 기회가 많았던 우리 나라 사람들은 특히 영국 영어를 들으면 영어 사투리가 아닌가 하는 오해도 참 많이 합니다. 하지만, 영국 영어는 영어라는 언어가 생긴 나라입니다. 우리 나라로 치면,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을 아무리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이 공식 문자로 채택하고 본격적으로 교육을 시작해 세계에 자기들이 한글을 쓴다고 떠벌려도 한글은 우리 나라 정통문자라는 사실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영어도 마찬가지죠. 사실, 미국이 영어가 자신들의 언어라고 주장한 적은 없습니다. 다 미국의 영향력을 흠모하고 미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여긴 탓이겠죠. 하지만, 미국에서도 최근 영국 영어에 대한 재조명이 시작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국 영어를 고급 영어라고 여기고, 특히, 미국 정치인들은 영국 영어 억양을 따라 하는 사람까지 생겨났다는 영국내 언론 보도도 얼핏 들은 것 같네요. 이렇듯 제가 처음 영국으로 떠나기 마음 먹은 이유는 단순히 전통 영국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였습니다. 영문학과는 아니지만, 모든 언어에 역사가 있듯이, 영국 영어 역사에 대해서도 공부할 수 있고, 그런 공부 속에 영국 영어 습득이 큰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렇게 영국 영어 미국 영어 나누는 것도 무의미하다는 생각이네요. 사실, 아무리 영국 영어 악센트를 쓰는 사람과 미국 영어 액센트를 쓰는 사람이 만나 대화를 해도 다 뜻이 통하거든요. 지난 주에 제이 레노(Jay Reno) 쇼에 영국 방송인 러셀 브랜드(Russell Brand)가 나왔는데, 그야 말로 미국 영어와 영국 영어 차이를 완연히 느끼게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한번 시간이 있다면, 다운받아 보세요.

 

2. 인종차별이 약간 덜 하다?

생소한 나라로 공부하러 떠나는 유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인종차별입니다. 어느 나라에나 있는 인종차별로 공부에 전념하지 못하고, 심지어 기억하기도 싫은 못된 일을 겪기도 하죠. 처음 영국을 선택한 이유는 아마 신사의 나라라는 이미지였을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모든 영국인이 신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주 잘 알지만, 그 당시에는 아니었죠. 제 개인적 경험으로 봤을 때, 영국, 특히 런던에서 10년 가까이 생활하면서 직접적으로 인종차별적 일을 겪은 적은 없었습니다. 물론, 몇 번 봤던 적은 있었지만, 런던은 대체적으로 다양한 인종이 살아가는 다문화 도시이기 때문에 인종차별적 사건이 많이 일어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한번 그런 사건이 터지면, 언론을 통해 큰 이슈가 되고, 예전에는 그런 발언, 행동을 한 영국의 한 정치인이 정치인으로서의 생명이 끝난 것도 봤습니다. 유학생 친구들 얘기를 들어 종합해 봤을 때, 영국의 인종차별은 미국보다 심하지 않고, 캐나다보다는 좀 더 심하다고 합니다. (물론, 개인차 혹은 그들이 머문 도시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호주나 뉴질랜드도 영국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나은 수준이라고 하네요. 100% 인종차별이 없다고는 말 못하지만, 우리 나라도 동남아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듯이, 영국인(특히 일부 백인)들의 시선이 다를 수 있지만, 몇 달전에 있었던 러시아 인종차별적 살인 사건 같은 영국에서 거의 볼 수 없습니다. 

3. 영국 대학 교육 시스템

영국 유학 결정 전 저는 우리 나라처럼 중고등학교 암기 교육을 통해 대학에 입학하는 것과 영국처럼 토론 중심의 교육을 바탕으로 대학에 입학하는 것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가 큰 요인이었습니다. 결론은 둘 다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영국의 토론 교육이 좀 더 인정받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죠. 이것은 단순히 노벨상 수상자 배출 대학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고, 또, 이 같은 결과는 영국 대학이 학생들에게 자립심을 강조하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자립심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홀로 혹은 그룹으로 토론하고 연구하는 분위기가 영국 대학의 교육 시스템이죠. 학생들을 단체로 모아두고 칠판에 글을 쓸 테니 너네는 배껴라 라는 일부 우리 나라 대학 교육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 옥스브릿지(옥스포드와 캠브리지 대학)와 같은 세계일류 대학은 거의 11 교육 시스템입니다. 학생에게 과제를 주고, 학생은 미리 짜여진 스케줄에 교수를 만나 과제의 진행 속도와 방향에 점검을 받고, 발전시킬 것은 발전시키고 누락시킬 것은 누락하는 그런 시스템이죠. 위에서 말한 자립심과 상반되지 않냐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지만 그것은 기우일 뿐입니다. 여기서 교수는 과제에 대한 가디언의 역할만 할 뿐 과제를 실제로 직접적으로 하는 것은 학생이니까요. 교수는 최소한의 지도만 해줄 뿐입니다.

 

4. 동문은 우리가 만들어 간다

영국 유학을 결정하면서 걱정은 우리 나라에 들어 올 경우 동문이 없어 외롭고 또 취직을 하려면 힘들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외국의 아무리 좋은 대학을 졸업해도 우리 나라 대학 동문 수보다 적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죠.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동문 혹은 네트워크의 최초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됩니다. 동문이나 네트워크의 힘으로 사업을 하든 취업을 하든 그것은 결국 능력이 아니라 학연이란 이름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지만, 영국 대학을 졸업해서는 상대적으로 그런 굴레를 자연스레 벗어날 수 있게 되죠. 성공해도 내 능력, 실패해도 내 능력 탓이기에 다른 사람들보다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매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도 처음에 이것을 많이 걱정했지만, 의외로 졸업하고 나니 적은 숫자의 동문이어서 그런지 다소 외롭지만 많은 사람들이 뭉친 동문들보다 더욱 끈끈함을 느낄 수 있어 좋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동문이 많이 없어서 영국 유학을 주저하는 사람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동문에 대한 개념이 많이 바뀌어서 그런지 아니면 영국 유학 가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우리 나라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영국으로 석사 박사 하러 가는 사람들도 동문이란 울타리에 들어가기 때문에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힘이 될 것입니다.

eppinggreen@londonpointer.com